오후반은 외로워제908호 “나는 오후반이 나쁘다. 꼭 늦는 느낌이다. 오전반은 늦는 느낌이 안 들어서 좋다. 5학년이 빨리 됐으면 좋겠다. 5학년부터는 오후반이 없기 때문이다.”(1983년 4월18일 월요일. 남일이의 일기) 지금은 오후가 너무 좋다. 술 퍼마시고 아침에 출근하는 것은, 체육인에...
시인의 슬라이딩 태클제908호 2002 한·일 월드컵 때, 차기 개최국 독일의 작가 귄터 그라스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개막식에 참석했다. 축시를 읽기 위해서였다. 그는 단상에 올라 시를 읽었는데, 열광적인 찬사를 받았다. 나를 포함한 대다수 한국 관중이 그의 단호한 독일어에 내장된 시적 광휘를 온몸으로 접신한 것은 물론 ...
10년을 기다린 1루수제908호 지난겨울 롯데 자이언츠의 1루수 이대호가 일본행을 발표했습니다. 롯데 팬의 가슴에 셀 수 없는 드라마를 선물해준 조선의 4번 타자였습니다. 팬들은 아쉬웠지만 영웅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해주었습니다. 팬들과 이대호가 뜨거운 석별의 정을 나눌 때, 10년을 기다린 인생의 승부를 준비하던 한 선수가 있었습니다....
당신의 꿈을 지지합니다제908호 <스노쇼>로 유명한 광대 슬라바 폴루닌의 직업은 원래 엔지니어였다. 본래 꿈과 거리가 먼 일을 하며 불행했던 그는, 어느 날 어머니 앞에서 1인극을 선보였다. 아들의 천부적 재능을 확인한 어머니는 연극이 끝나자 딱 한마디를 하셨다. “내일 당장 엔지니어 일은 그만두거라.” 폴루닌과 같은 ...
내 남자의 로맨스?제908호 쉿, 이건 비밀인데, 회사 옆자리에 앉은 이아무개씨에게서 요즘 심상찮은 기색을 느낀다. 결혼 15년차를 넘긴 그는 술자리가 깊어질라치면 “연애하고 싶다”고 하소연을 한다. 자타 공인 일중독자면서 능력 있는 사원으로 인정받는 그다. 아내와는 아무 문제가 없다. 동지처럼, 친구처럼 격의 ...
꽃다지 20돌 기념 콘서트 등제908호봄처럼 마음을 다독이는 노래밝고 성숙해진 꽃다지, 20돌 기념 콘서트 5월3~4일 서울 KT&G 상상마당에서 열려 “이게 사는 건가” 여러 번 되묻고는 “혼자 울지 말라”고 다독인다. 꽃다지는 꽃다지다. 우리가 겪고 그들이 노래하기 20년. 지난해 4집 <노래의 ...
이세기의 ‘이주, 그 먼 길’ 등제908호 이주, 그 먼 길 이세기 지음, 후마니타스(02-739-9930) 펴냄, 1만3천원 이주민 출신 이자스민씨와 탈북자 출신 조명철씨가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될 정도로 이주민의 인구학적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이주 문제가 어떤지를 살피는 데는 좀더 깊은 ...
사실은 반역의 책제907호 예나 지금이나 어느 나라나 권력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반역’이다. 한족의 땅 중원을 지배하게 된 만주족의 나라 청 왕조는 더욱 이 반역을 경계해야 했다. 청나라 사상 가장 잔인하고 치밀한 황제 옹정제는 누구보다도 철저하게 반역에 대비한 지배자였다. 이 옹정제 치하에서 뜻밖의 일이 일어난다...
프라하, 카프카가 없어도제907호 몇 년 전 영화 <후회하지 않아>를 들고 독일 베를린에 갔을 때, 독일 관객이 유독 이 대사에서 웃는 걸 보고 상당히 의아해했다. “우리 나중에 프라하에 꼭 가자”라는 대사였는데, 대체 왜 웃지 싶어 내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곧 그 이유를 짐작했다. 만일 유럽 어느 나라의 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