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나 양육기제1408호재택근무로 집에 오래 있다보니 엄마의 몰랐던 면을 발견한다. 하루는 온종일 부지런 떠는 엄마를 보다가 불쑥 짜증이 치밀었다. 내가 싫어하는 내 일하는 습관을 엄마가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일할 때 강약 조절을 못하고 아무도 신경 안 쓰는 부분에서 혼자 진을 빼곤 한다. 그런데 엄마가 옷이 안 상하...
이참에 ‘공공’ 회복을제1408호 그리스 신화에서 티탄족 거인 아틀라스는 제우스와의 싸움에서 패배한 뒤 가이아(대지·지구)의 서쪽 끝에서 우라노스(하늘·천구)를 떠받치는 형벌을 받는다. 벌써 3년째 지구촌을 휩쓰는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최전선에 선 세계 보건·의료인들이야말로 ‘21세기 아틀라스’일 것이다. 그러나 팬데믹의 가장 큰 피해자는 감…
아픈 건 신의 질투?제1408호 지난주 우리 학교에서는 장기하의 앨범 《공중부양》의 타이틀곡인 <부럽지가 않어>가 유행했다.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선생님, 학생 할 것 없이 각자의 노트북과 휴대전화로 이 노래를 듣는 이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어느 반의 누구가 이 노래를 그렇게 잘 부른다더라, 하는 이야기가 떠돌기도 ...
누가 우리 감자 못 보셨나요제1408호 “L사장님한테 전화해봤어?” “궁금하면 당신이 해봐.” “L사장님 연락 왔어?” “아, 올 때 되면 오겠지.” 지난가을부터 봄까지 툭하면 우리 부부는 L사장님에게 해야 할 연락을 서로 미루며 투닥거렸다. 감자값 때문이다. L사장님은 우리 밭 아래 왼쪽 빨간 지붕 집에 사시는데, 동네 토박이로 발이 넓고 ...
‘골골백년’이냐 ‘튼튼백년’이냐제1408호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한 프로그램에 고정하게 됐습니다. 실력은 출중하나 여러 이유로 대중에게 덜 알려진 가수들을 다시 찾아내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처음 제 귀를 사로잡은 건 노래를 부른다기보다는 나직하게 속삭이듯 읊조리는 독특한 창법이었지만, 제 마음에 꽂힌 건 그가 부른 노래의 가사였습니다. “…
‘젊은이는 영상’이라는 편견, 격파제1408호 출판사들은 유튜브 같은 영상 플랫폼이 아니더라도 책과 친숙한 ‘미래 독자’를 발굴하기 위해 함께 읽고 독서 경험을 적극적으로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창비가 새롭게 론칭한 사이트 ‘스위치’나 문학동네의 완독 플랫폼 ‘독파’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독서 경험이 독자의 일상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걸…
민음사TV 보면, 어쩐지 책이 사고 싶어진다제1408호 제법 진지한 분위기의 회의실. ‘민음사 하반기 마케팅 대회’라고 적힌 화이트보드에는 부제가 하나 더 달려 있다. 바로 마케터인 ‘조아란을 웃겨라’라는 미션. 곧 출간될 신간을 작업 중인 네 명의 편집자가 모여 각자 “내 책만 사달라”며 기상천외한(?) 마케팅 방법을 성심껏 어필한다. ‘조아란을 웃겨라’는 ...
명함은 민들레 씨앗제1407호 주방기구 판매 에이전트라는 내 직업은 끊임없이 새로운 요리강습 장소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어느 곳 하나 오라는 데도 없고 갈 데도 없습니다. 한 장소에서 강습할 때면 어떤 사람이 살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주변에 영향력 있는 사람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한 번에 여러 마리 토끼를 ...
얼굴 거리 5㎝에서 발생한 시맨틱 에러제1407호 대학: 한국대학교. 전공: 시디(시각디자인). MBTI: ENFP(핵인싸. 계획대로 움직이기보다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한다). 키: 190㎝. 얼굴: (매우) 잘생김. 취미: 스케이트보드. 좋아하는 것: 향초, 엘피(LP), 조명, 추상추(학교 후배 추상...
아름답게 어긋날 용기제1407호 남편은 프랑스인이다. 한국에 온 지 2년 됐고, 한국어 실력은 여전히 초급이다. 하나의 언어로 사고하는 습관이 굳어진 성인이 외국어를 습득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프랑스어와 한국어가 끊임없이 대치되고 어긋나다 종종 새로운 언어가 탄생하기도 한다.예를 들면 그에게 봄바람은 ‘살랑살랑’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