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는 영상’이라는 편견, 격파
함께 읽고 나눠요
‘창비’, ‘문학동네’가 만든 새로운 독서 플랫폼
등록 : 2022-04-09 00:28 수정 : 2022-04-12 11:01
출판사들은 유튜브 같은 영상 플랫폼이 아니더라도 책과 친숙한 ‘미래 독자’를 발굴하기 위해 함께 읽고 독서 경험을 적극적으로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창비가 새롭게 론칭한 사이트 ‘스위치’나 문학동네의 완독 플랫폼 ‘독파’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독서 경험이 독자의 일상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걸 체험하도록”(이정원 창비 플랫폼기획팀 과장) 프로그램을 짜고 “확장된 독서를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이숙재 문학동네 마케팅부문 부문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참여자들이 읽는 과정에서 틈틈이 ‘미션’을 수행해 독서 경험에 흥미를 더하는 것도 특징이다.
스위치 창비가 2021년 2월 론칭한 종합독서체험 플랫폼. 시·소설·산문·칼럼·만화 등 다양한 작품이 연재될 뿐만 아니라 ‘클럽 창작과비평’ ‘북클럽 필라멘트’ 등의 독서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 ‘북클럽 필라멘트’는 평균 5천∼1만원가량의 참가비를 내야 한다. 작가·편집자·마케터 등이 ‘북메이트’로 참여하고 필사, 글쓰기, 사진·영상 촬영, 달리기 등 책과 연결된 다양한 미션을 함께 수행한다. 김현 시인과 함께 매일 일상 속에서 단어를 채집해 기록하는 ‘단어 채집 생활’ 등이 인기다. 이정원 창비 과장은 “곧 회원이 2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이는데, 여성이 80%, 2030이 70%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연재했던 황정은 작가의 <일기>와 장류진 작가의 <달까지 가자>는 ‘스위치 에디션’을 따로 만들어 선판매를 진행했다.
클럽 창작과비평 인문·사회 분야 평론이 주로 실리는 계간지 ‘창작과비평’을 10주 동안 함께 읽는 독서모임. 2019년 시작해 매 기수 1천 명 넘는 인원이 꾸준히 참여 중이다. 10주간 설정된 독서 미션을 수행하며 계절마다 ‘창작과비평’ 완독을 목표로 하는데, 20대가 50%, 30대가 30%를 차지할 정도로 젊은 독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젊은 독자는 단문이나 영상에 익숙하다”는 편견을 뒤집는다. ‘생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실천적 다짐’ ‘코로나19에서 생각해봐야 할 사회적 문제 생각해보기’ 등 수록된 글을 읽고 사회 현실을 돌아보는 미션도 포함돼 있다. 강서영 창비 커뮤니티기획팀 과장은 “60% 정도는 신규 유입자”라며 “최근 젊은층의 ‘갓생’(부지런하게 살며 성취감을 얻는 일상) 열풍과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아버지와 딸이 세대를 이어 읽는 경우도 생겼다”고 말했다.
독파 ‘완독’에 집중하는 문학동네의 새로운 독서 플랫폼. 한 권의 책을 함께 완독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작가·번역가·편집자·마케터·디자이너 등이 ‘독파메이트’로 참여해 독서 가이드나 수행해야 할 미션 등을 제공한다. 독자들은 매일 읽은 페이지, 인상 깊은 문장, 후기 등을 기록해 공유하고 질문도 남길 수 있다. 완독하면 작가나 역자 등을 초청해 온라인으로 책거리를 진행한다. 이숙재 문학동네 부문장은 “2019년 2천 쪽에 달하는 고전문학 <청구야담>을 내면서 ‘고전문학 읽기 30일 챌린지’를 해봤는데 성공적이었다. 이후 <죄와 벌> 챌린지도 1500여 명이 신청해 40%가 완독을 경험했다”며 “함께 읽고 궁금한 것을 묻고 답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독서의 충만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깨달아 이후 ‘독파’ 론칭을 준비했다. 서점에 잘 오지 않는 독자에게 닿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