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뼛속까지 좌파였다나~제928호 나는 ‘신념’을 정과 망치로 강요당한 적이 있다. 고문 피해자라는 얘기는 아니다. 고문당하기에는 너무 어렸고, 게다가 나는 강남 스타일이라 고문당하기 전에 다 불어버렸을 테니까. 2006년 말 병원 문을 두드렸다. 32년 킁킁이 인생과 단절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비중격만곡, 그러니까 콧구...
“진보사학 위기는 현장성 상실”제928호 1986년 2월21일 역사문제연구소가 설립되고, 그 이듬해 9월 연구소의 기관지로 (1988년 여름호부터 계간지가 된) 무크 <역사비평>(이하 <역비>)이 창간됐을 때, 이 연구소와 잡지가 이렇게 오랫동안 한국 역사 대중화 학술운동의 ...
위안부 할머니 위로 음반 <이야기해주세요> 외제927호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한’ 백석을 그리다 화가 10명이 시를 그림으로 형상화한 ‘백석 탄생 100주년 기념 문학그림’전 9월이면 서울 북촌의 어느 전시장에서 흰 당나귀 응앙응앙 우는 소리가 들릴 것 같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통인옥션갤러리에서 9월6~18일 ‘백석 탄생 1...
‘육체성’ 없는 소울 시티제927호 쥐바기 행태 5년에 쥐마저 싫어진 나날이지만, 쥐 때문에 특별해진 도시가 프랑스 파리다. 2006년 독일월드컵 결승을 파리에서 혼자 봤다. 퐁피두센터 부근의 음식점들은 대형 TV 앞에 모여 프랑스의 결승전을 지켜보는 프랑스인들의 흥분으로 들썩였다.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손에 호프잔을 들고...
“당신은 내 빵의 버터”는 됐고제927호 8월30일 목요일 밤, 기사 하나를 마감했고 나에겐 이 칼럼과 문화 소식 단신을 쓰는 일이 남아 있었다. 그때까지 나는 이번주에 쓸 책을 정하지 못했으므로, 무거운 심정(사실은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퇴근을 했다. 연이어 불어닥친 두 개의 태풍이 얼추 지나갔다지만 여전히 바람이 부는 밤이었다....
문학과 비문학 사이의 르포제927호 한국에서 르포의 위치는 애매하다. 알다시피 서구에서는 문학 분야가 ‘픽션/논픽션’으로 구분된다. 문학의 범주를 가능한 한 넓게 잡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거꾸로 말하면, 사실에 근거하는 논픽션에서도 문학적 요소가 존재해야 한다는 요구가 강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학창 시절 이래로 우리에게 익숙한 구…
90년대, 지금 바로 응답하라제927호 “오랜만에 옛날 노래 함 불러볼까.” 노래방에서 손가락은 기억하고 있었다. 노래 책자를 뒤적이지 않아도 3, 5, 4, 7, 차례로 번호를 꾹꾹 누른다. 전주가 나오자 아버지(성동일)는 “야이 가시내야, 그것이 옛날 노래대?”라며 소리를 꽥 지르지만 시원(정은지)에겐 “내한테는 옛날 노래다....
폭죽이 터지기 전까지제927호 어떤 사람이 스쳐 지나가는 일상의 한순간이 어떤 사람에게는 예술이자 역사가 된다. 폴 오스터의 단편소설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에 등장하는 오기 렌의 경우가 그렇다. 오기 렌은 미국 브루클린의 작은 시가 가게 점원이다. 그는 가게 단골 작가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여준다. 그때 그의 얼굴은 ...
또 다른 올림픽 스타 정호원, 김한수, 이윤리, 홍성만제927호 휠체어를 탄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의 깜짝 등장으로 2012 런던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은 개막식부터 지구촌에 큰 감동을 안겼다. 21살이던 1963년, 몸속의 운동신경이 차례로 파괴돼 온몸이 뒤틀리는 루게릭병(근위축증)에 걸려 길어야 2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
‘피로 사회’가 낳은 복고 게임제927호 1990년대 중·고등학생이었던 이들은 역사상 가장 왕성하게 문화를 소비했던 계층 중 하나다. 풍족하지 않은 용돈에도 1만원이 넘는 CD를 사모았고, 슈퍼패미콤의 킬러 소프트였던 <파이널 판타지> 같은 게임들은 10만원이 넘는 고가에도 없어서 못 팔 지경이었다. 그 아이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