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난 지 3번 만에 벗다니…”제947호늦은 밤 사우나를 좋아한다. 평일이면 더 좋다. 평일 밤 사우나는 조용하다. 탕 안에도 혼자 앉아 있을 확률이 높다. 무엇보다 뜨끈한 습식 사우나에 들어앉으면 사방이 조용하니, 평화다. 어깨에 힘을 빼고 모래시계 쏟아져내리듯 주저앉으면 딱딱하게 나를 짓누르던 스트레스를 떨쳐버리는 기분이다. 처녀 적에...
격정을 조용히 고아내기제947호어릴 적, 여름이 시작될 무렵이면 그 시간이 오고야 말았다. 엄마는 노란 국물이 담긴 그릇을 들고 나를 쫓아다니며 그것을 마시길 강요 했다. 처음에는 달래는 것으로 시작해 나중에는 폭력으로 끝나는, 전 쟁 같은 시간이 지나면 나는 구역질을 하며 코와 입으로 그 국물을 뿜어내기 바빴다. 그럼 한 대 더 맞았다. 더운...
남자핸드볼 바닥을 쳤다제947호“하루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제27회 스페인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남자핸드볼 대표팀 이상섭 감독은 대회 기간 내내 마음고생에 시달렸다. 대표팀이 충격의 연패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애초 한국은 24개국이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각 조 6팀 중 상위 4팀이 오르는 조별리그 통과를 자신했다...
그래도 일어나 뛰는 사람들제947호폭풍질주하던 선수가 ‘쾅’ 하고 상대와 충돌한다. ‘쿵’ 하고 그라운드에 쓰러지더니 미동도 하지 않는다. 수만 명이 꽉 들어찬 경기장은 일순간 침묵. 무거운 침묵 아래서 조용한 ‘웅성웅성’이 이어진다.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온 의료진들은 결국 비닐담요를 덮고 선수를 들것에 눕힌 뒤 서둘러 구급차로 옮긴다. 현…
배려가 배려가 되려면제947호1월23일은 공립초등학교 예비소집일이었다. 나도 취학통지서를 들고 아이가 입학할 학교에 갔다. 요즘은 공립학교도 많이 좋아졌다더니 방학이라 을씨년스러운 기운 때문인지 그렇게 많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우리가 다닐 때와 분명히 다르지만 교실이 넓고(내가 초등학생이던 30년 전과 비교하면 학급당 인원수가...
도서정가제 당신의 의견은?제947호10여 년 전에도 이런 논쟁이 있었다. 2000년 문화관광부가 책 할인 판매 때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출판 및 인쇄진흥법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인터넷 서점 예스24 등이 반대 의견을 표명했고, PC통신 토론방은 찬반 논쟁으로 달아올랐다. 언론은 소형 서점 도산 ...
정말 학교가 이래?제946호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아이들에게 문학 시간에 시 한 편이라도 더 읽기 바라던, 가장 기본적인 요구를 하던 선생님은 ‘수능형 학습’이라는 이상하고...
장혁·배두나·김래원·하지원·이요원 등등등제946호드라마 <학교> 시리즈의 출발은 1999년이다. 새 학기 시작이 얼마 남지 않은 2월22일, 드라마 <학교 1>도 처음 개학했다. 장혁·안재모·김규리·양동근·배두나·최강희 등 <학교 1>의 학생 역할 출연진들이 이후 다른 작품에서 주인...
막장의 늪제946호Q. 오랜만에 돌아온 막장 드라마입니다. 1·2화에 막장 시월드 드립을 쏟아부은 MBC 드라마 <백년의 유산>(사진)이 화제죠. 질타를 하면서도 묘하게 계속 보게 되는, 시청자 게시판에 성토하는 이들이 사실은 가장 애청자라는 것이 막장 드라마의 역설입니다. 빠져들었던, 불후의 ...
히치콕에게 던지는 뮤지컬 도전장제946호뮤지컬 <레베카>는 대프니 듀 모리에의 고딕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소설보다는 앨프리드 히치콕의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편이 맞을 것 같다. 같은 뿌리에서 나온 두 작품은 세월과 장르의 변화를 타고 어떻게 달라졌는지, 히치콕의 1940년작과 국내 초연되는 실베스터 르베이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