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다는 매혹제944호새해 첫날에 읽은 신춘문예 시 당선작들은 대체로 잘 만들어진 것들이었지만 한두 작품을 빼면 매혹적이지 않았다. 대단한 진리도 아니지만, 잘 쓴 것과 매혹적인 것은 확실히 같지가 않다. 왜 이런 것일까 하는 해묵은 궁리를 또 했다. 답은 매번 달라진다. 이번에는 이렇게 답하자. 대다수의 당선작들은 ‘알고 있는’ ...
후지이 다케시의 <파시즘과 제3세계주의 사이에서> 외제944호파시즘과 제3세계주의 사이에서 후지이 다케시 지음, 역사비평사(02-741-6125) 펴냄, 3만5천원 사료를 통해 나타나는 대한민국의 초기 모습은, 냉전 에 의해 절대적으로 규정됐다기보다는 다분히 유동적 이었다. 국가사회주의 경향을 강하게 띤 것으로 인식된 제헌헌법이 가능했던 것은,...
비혼 여성대통령 탄생 예견?제944호여성이자 비혼이다. 이만하면 사회적 약자로서 요건을 두루 갖춘 셈이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5년을 이끌어갈 대통령 당선인이시다. 그런데도 삶의 벼랑 끝에 몰린 노동계의 약자들은 그녀가 당선되자마자 하릴없이 제 목숨을 끊고 있다. 그녀를 약자라고 인식하는 이들은 “근혜야 울지 마라, 오빠가 있다”를 외치...
“한국엔 두 개의 세계가 있다”제944호콩고민주공화국(이하 콩고) 서남부 키토나 지역의 왕손, 킨샤사 국립대의 고학생, 반독재 세력 ‘민주사회진보연합’(UDPS) 회원, 콩고비밀정보국(ANR) 대외안전국(DSE) 요원, 인도적 사유에 의한 체류(G-1) 비자를 가진 경기 가평의 사료공장 외국인 노동자, 성공회대 대학원생,...
겨울이어서 다행이야제944호Q. 추워도 너~무 춥습니다. 여러모로 잔혹한 계절입니다. ‘겨울나기 TV’를 추천해주세요. A1. 지난해 12월14일, 대선과는 아무 관계 없지만 “문재인 후보의 TV 찬조연설을 한 사람”이 출연한다는 미심쩍은 이유로 불방된 프로그램이 있다. 독립다큐 제작자인 태준식 감독이 만든 쌍용차 ...
흥, 그 같잖은 깡패의 운명제944호영화 <개들의 전쟁>이 개봉 일주일 만에 2만 명 관객을 넘기며 장기 상영에 들어갔다. <친구> 이후 조폭 장르가 한국 사회에서 남성의 폭력을 당연시하는 것과 비교하면 <개들의 전쟁>은 기존 장르와는 다른 자세를 취한다. 이 한 편의 매서운 독립영화...
21세기 집단지성의 결정판 제944호나는 사전을 좋아한다. 사전(辭典)이건 사전(事典)이건, 특정 주제를 항목별로 색인한 종류의 책을 선호한다. 서가만 슬쩍 훑어봐도 수십 종의 사전이 책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백과사전의 대명사였던 브리태니커 영문판 전집은 당연하고, 철학사전, 신화사전, 세계문학사전, 미술용어사전,...
“문래동은 아버지를 닮았다”제944호할아버지는 새나라택시 운전기사였다. 신작로를 누비던 위세 당당한 택시의 주인답게 안방에는 운전할 때만 입는 제복을 항상 걸어두었다. 아버지가 개인택시 운전대를 이어 잡을 때까지 가업은 잘 닦인 고속도로를 달렸다. 외환위기로 성장에 제동이 걸릴 때까지는 그랬다. 3대째 장손은 생계에 떠밀려 돌고 도는 운전대를…
아이들 키우는 밥 같은 놀이터들제944호 한파가 매서운 올겨울 밖으로 뛰어나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어른들의 놀이를 주로 다뤘던 지면을 긴 겨울방학을 살뜰히 채우고픈 아이들에게 양보했다. 만연한 선행학습과 주입식 교육의 악다구니를 피해 용케 버텨내고 있는 어린이 놀이 공간들을 찾아봤다. _편집자 장난감 없이 사람이랑 노는 아이들 ...
예비역도 백기 든 혹한기 훈련제944호수요일 저녁, 대학 동창 송년회에 가려고 가방을 싸는데 조카 준이 카톡을 보내왔다. “삼촌, 낼 서울 가면 술 사줄 수 있어?” 응, 내일 서 울 오면 술 사줄 수 있지. 그전에 야무지게 빠따 한 번 맞고. ‘뭔 예비 역이 술타령이냐?’라고 답을 해주려다 제대 뒤 고민이 많을 녀석을 생각해 토요일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