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궁창 어디쯤의 마법제1000호삶이란 게 지독히 재미없으면서 심지어는 몹시 길기까지 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인생이 재미없는 이유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라면 제발 고마울 것이다. 걱정스런 일들이 참 절묘하게도 꼬리를 물고 생긴다. 이렇게 막아놓고 한숨을 내쉬면 또 저쪽을 막아야 하는데, 간신히 수습해봐야 본전이다. 고작 현상 유지를…
우리가 아는 가족은 더 이상 없다제1000호요즘 TV 예능은 육아 프로그램으로 넘쳐난다. 토크쇼엔 유명인들이 가족 단위로 출연해 가정사를 말한다. 본래 가족의 쇼윈도 역할을 해온 ‘홈드라마’와 유명인들의 집을 보여주던 아침 프로그램에 더해, 이제 TV는 남의 가정을 엿보는 창이 되었다. 하지만 TV 속 가족은 TV 밖 가족의 진실을 담지 않는...
가장 디지털한 목소리로 가장 아날로그하게 속삭여줄게제1000호책 수다는 끝나지 않았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라 하고 서평의 힘은 쇠약해지고 있지만, 책 이야기에 여전히 귀가 솔깃한 사람들이 있다. 책에 관한 팟캐스트가 넘쳐나는 가운데 또 하나의 팟캐스트가 서가에 꽂혔다. 2월11일 첫 방송과 18일 두 번째 방송을 한 <낭만서점>은 온·오프라인 서점 ...
‘대중’음악 아니라 ‘대중음악’에 상을!제1000호“음반시장이 안 좋기도 하고 음악 할 맛도 안 나서 고향에 내려가 개나 키우려고 했는데, 집에 가지 말고 음악 하라는 뜻으로 알고 더 열심히 매진하겠습니다.” 지금은 예능 대세가 된 데프콘이 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 제1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장에서 한 수상 수감이다. 그는 그해 ‘최우수 힙합’ 부문의 수상...
잠시 서 있는 모든 것을 추모함제1000호“청계천에 기둥 세 개만 남아 있으리라/ 남대문은 벽돌 조각으로 덮여 있으리라/ 남산 송신탑은 길게 가로누워 있으리라”(황지우, ‘오늘도 무사히’) 시인의 예언대로였다. 교각 3개만 남긴 채 청계고가는 사라졌다. 철거가 완료된 게 2003년이니, 시가 발표되고 꼭 20년이 지난 뒤였다....
혁신 저널리즘의 시대제1000호2000년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모토를 앞세운 <오마이뉴스>의 창간은 저널리즘 역사에서 뜻깊은 순간이었다. 뉴스 창작 주체에 대한 정의를 전통 기자에서 시민 또는 블로거로 확대한 시도이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는 다수 시민의 가슴에 불을 지피는 데 성공했다. 이후...
개인의 꿈보다 위대한 국적은 없다제1000호소치 겨울올림픽 최고의 화제는 안현수였다. 올림픽 같은 철저한 국가적 행사에 최고의 한국인이 (그것도 무려 ‘소련’이었던 나라로) 국적을 바꿔 금메달을 획득하는 드라마는 우리가 처음 감당해야 했던 감정이었다. 놀랍게도 안현수의 선택을 지지했으며, 누군가는 안현수가 한국 선수를 꺾어주기 바랐다. 대한빙상경기…
불법도 법인가제1000호평생 농사만 짓고 살던 주민들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피고가 되고 피의자·피고인이 되고 있다. 며칠 전 경북 영양에서 추진되고 있는 영양댐에 반대하는 주민들로부터 소식이 왔다. 지난해 2월 주민들과 용역업체 간에 벌어진 충돌 상황에 대해 용역업체가 주민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는데 판결이 ...
“이미 허리 정도의 공공재는 민영화된 것을…”제1000호때는 바야흐로 2018년. 박근혜 전 대통령은 퇴임 뒤 연예계에 진출하여, 여배우의 길을 용단한다. 고관대작의 특혜를 모두 내려놓고, 국민 앞에 한없이 낮은 자세이기로 한 그녀가 신중하게 고른 데뷔작은 <변호인2>! 다음은 홍보를 위해 제작사 쪽이 미리 공개한 <...
미셸 세르 〈엄지세대, 두 개의 뇌로 만들 미래〉 외제999호엄지세대, 두 개의 뇌로 만들 미래 미셸 세르 지음, 양영란 옮김, 갈라파고스 펴냄, 8800원 이 책은 기성세대가 늘 이해하지 못하고 걱정스럽게만 바라보던 미래세대의 잠재력을 예찬한다. 엄지세대가 지닌 끼와 재능을 마음껏 펼치도록 할 때 과거에 구조화돼 여전히 현재를 지배하는 행동양식, 미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