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것이 진리일 리는 없다”제1001호1917년 10월 러시아에서 처음으로 사회주의혁명이 일어난 지 이제 10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지난 100년 동안 우리가 ‘좌파’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사람들과 그들의 생각과 궤적을 하나의 줄기로 엮어보려 한다면, 그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20세기는 에릭 홉스봄이 ‘극단의 시대’라고 부를 ...
이게 다 나라 터를 잘못 써서제1001호응답하라 1994. ‘갱’상북도 어느 소도시 생활이 익숙해질 무렵이다. “니는 말투가 와 이카노?” 1년 전, 하루 한 번은 듣던 말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서울에서 내려와 경남 두어 곳을 떠돌며 사투리를 익혔으니, 지역 불명의 사투리를 구사했을 터다. 말 설고 물 선 곳. 외국으로 갔으...
차례차례 봐도 좋을 영화제1001호상식적이지 않은 일에 대해 우리는 ‘거짓말’ 혹은 ‘엉터리’ 같은 단어를 수식어로 붙인다. 영화 <탐욕의 제국(사진 위)>과 <또 하나의 약속>은 이 엉터리 같은 현실, 일상에 스며든 거짓말 같은 시간을 피할 수 없었던 노동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비슷한 시기, 비슷한 주제...
피기 전 무너진 청춘을 위해제1001호영화 <탐욕의 제국>은 삼성전자 반도체 피해 노동자들에 관한 또 하나의 영화다. 앞서 개봉한 <또 하나의 약속>이 고 황유미씨와 아버지 황상기씨의 싸움을 극화했다면, 3월6일 황유미씨의 기일에 개봉하는 <탐욕의 제국>은 여전히 회사와 싸우고 있는 피해자와 피해자 ...
고양이가 “팔로미”제1001호투수가 공을 던진다. 저 폼은 틀림없는 속구다. 타자가 배트를 휘두른다. 그런데 속도가 뚝 떨어져 날아온다. 타자는 자세가 흐트러지며 타이밍을 놓친다. 이것이 바로 체인지업이다. 변화구가 공의 방향을 바꾸어서 타자를 공략하는 것이라면, 체인지업은 공의 속도에 변화를 줘서 타자의 허를 찌르는 것이다. 속도를 바꾸…
무엇이 문명이고 무엇이 미개인가제1001호횡단보도 앞에 서서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었다. 길 건너편 저쪽에서 한 남자가 걸어오는 게 보인다. 늦겨울 모처럼의 햇볕 속을 비틀거리며 걸어오고 있다. 자세히 보니 비틀거리는 것이 아니라 절룩거리는 것이다. 그는 한쪽 다리가 불구다. 남루한 행색에 몸을 비척거리며 힘겹게 걷고 있다. 남자의 주위로는 무슨 동심...
몸에 털 많은 남자가 섹시해?제1001호“선배, 선배는 덩치가 산만 한 남자가 좋아?” “하나 물어볼게. 너는 몸에 털이 많은 남자가 섹시해?” “욕을 막 하면 남자다워 보여?” 드디어 네가 정신줄이 나갔구나, 일 안 하고 뭐하는 거냐. 그때 내 주변의 여자 동료들은 다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원고 보다 말고 왜 저런 걸 묻고 다니는 거냐....
〈개그콘서트〉의 질긴 생명력제1001호뜻하지 않은 독점의 행운? ‘권불십년’이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한국 대중문화의 두 봉우리가 있다. 하나는 아이들의 대통령 뽀로로, 다른 하나는 코미디의 대통령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다. 자고로 눈물은 보편적이고, 웃음은 국지적이다. 미국인과 한국인이 같은 코미...
10살 소년을 지키기 위해제1001호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지난 2월27일 사기와 횡령 혐의로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았다.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가벼운’ 처벌을 두고 논란이 있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양형의 크기가 아니다. 과학자를 참칭하는 그의 끗발은 일절 손상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빙하기 때 멸종한 동물과 함께 곧 부활할 거…
‘화양연화’는 끝났다제1001호그녀와의 ‘화양연화’는 끝났다. 꿈같은 시간이었다. 그것은 ‘쿨러닝’ 같은 꿈이었다. 피겨는 은밀한 쾌락이었다. 주변에 피겨팬은 없었다. 그 아름다운 점프와 그 우아한 스케이팅과 그 환상적인 스핀을 보는 즐거움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그렇게 20여 년이 흘렀다. 꿈꾸지도 않았던 무대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