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사과’가 아니라도 [초식마녀]제1438호 옷깃에 찬기가 스민다. 달콤한 사과를 먹을 수 있는 시기다. 일부러 알려 한 것은 아니었지만 냉장고에 넣어둔 사과가 꽤 오래간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동네 친구가 봉투 가득 담아준 탐스러운 사과를 사랑에 빠진 듯한 얼굴로 넙죽 받아놓고 깜빡했다. 몇 주간 방치된 사과는 수분이 빠져 살짝 폭신하게 쪼그라들었지만…
수집가여, 죽음을 대비하라제1437호 책을 수집하다보면 특색 있는 장서(컬렉션)를 구축하기 위해 많은 재산과 시간을 투자하고 감식안을 키우기 위해 부단한 공부가 필요함을 알게 된다. 많은 수집가가 평생 온갖 노력을 기울여 자기 장서를 훌륭하게 갖추는 데 성공하지만 진정한 수집가라면 한발 더 나아가 오랫동안 애써 만든 장서가 수집가가 숨진 뒤에...
이기거나 죽이지 않고 ‘살리는’ 선택 보여준 <슈룹>제1438호 “두릅? 그게 드라마 이름이야?” “아니 슈룹! 슈! 룹!” “슈룹? 사극이라며 왜 영어야?” “영어가 아니고 우산을 뜻하는 옛말이래.”‘요즘 어떤 드라마를 보느냐’는 친구의 질문에 대답하다가 뜻밖에도 제목을 알리는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난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tvN 드라마 <슈룹>...
선생님 닮은 로뎀나무가 되고 싶었다제1438호 원래 키가 작아 남쪽 지방에서 생울타리로 많이 쓰이는 호랑가시나무. 광주 남구 양림산에는 이 나무들이 400년간 군락을 이뤄 키 5~6m의 거목으로 자라 있다. 그 산비탈에 수피아여고가 자리잡고 있다. 교정은 남동쪽 플라타너스 무리와 북동쪽 팽나무 무리가 울타리로 감쌌다. 1908년 학교를 ...
게임에 우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제1437호 2016년 게임개발자 라이언 그린은 소아암으로 시한부 삶을 산 자신의 아들 조엘과 가족이 겪은 일을 <댓 드래곤, 캔서>라는 아트게임으로 만들었다. 일반적인 퀘스트(온라인게임에서 이용자가 수행해야 하는 임무)나 레벨업이 없는 게임으로, 플레이어가 그린이 겪었던 기쁨과 슬픔을 간접적으로 경험...
‘내가 낸데’, 이승엽은 버릴 수 있을까제1437호 ‘라이언 킹’이 야구장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파란 유니폼이 아니다. 몸속에도 ‘푸른 피’가 흐를 것 같던 그였다. 하지만 삼성 라이온즈가 아닌 두산 베어스의 부름을 받았고 2017년 은퇴 뒤 5년 만에 그라운드로 복귀했다. 계약기간은 3년(18억원)이지만 성적에 따라 줄어들 수도, 늘어날 수도 있다...
모녀간 끈끈한 애정 따윈 기대 말라제1437호 *김세인 감독의 첫 장편영화인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는 2021년 부산영화제 뉴커런츠상을 포함해 5개 부문에서 수상하고 서울독립영화제와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됐으며, 2022년 무주산골영화제와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도 수상 행보를 이어갔다. 11월10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다수...
‘남기남’ 정훈 작가님, 뭘 이렇게 많이 ‘남겼남’제1437호 <씨네21> ‘정훈이 만화’ 의 정훈 작가가 2022년 11월5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향년 50. 정훈 작가는 1996년부터 2020년까지 25년간 영화 주간지 <씨네21>에 만화를 연재하면서 영화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
출산의 고통과 환희를 고스란히 받아내다제1436호 출산을 앞둔 산모는, 아프다. 죽을 만치 아프다고 들었다. 그리고 병원은, 차갑다. 싸늘한 수술실과 건조한 말투의 의료진이 몸을 헤집는다. ‘출산 굴욕 3종 세트’라 부르는 자궁 내진, 관장, 회음부 절개로 이미 자신의 것이 아닌 몸이 수술대에 올려진다. 그런데 아기는 너무 예쁘단다. 이것이 주변...
비과학 출몰하는 세상, 대통령은 무슨 책 읽을까제1436호 “칼 세이건의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은 미신과 의사(擬似)과학에 관한 한 제가 아는 최고의 해독제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나 캐머런 총리가 미신이나 의사과학을 믿는 사람이라는 얘기가 아니라, 그들이 그런 유권자들에 대해서 보다 덜 비굴한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에요.” ―패멀라 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