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지키는 마음 사재기는 안 돼요제1443호 2022년 12월13일 눈 내리는 오후 2시, ‘효공잉어빵’ 트럭 앞에서 손님 16명이 줄지어 기다렸다. 서울 용산구 효창동 지하철 6호선 효창공원역에서 골목으로 올라가는 길모퉁이에 교복 입은 학생, 할머니 손잡고 나온 유치원생, 혼자 나온 할아버지, 유모차를 끌고 온 주부, 20대 ...
땅 욕심이 생겼다제1442호 주말농장이나 도시텃밭을 전전하다보면 ‘땅 욕심’이 생긴다. 땅에 좋은 미생물을 주거나 비닐 대신 비싼 왕겨로 멀칭(풀이 자라지 못하게 씌우는 것)할 때, 손이 많이 가지만 땅에 좋다는 작업을 할 때마다 “내 땅이었으면!” 외쳤다. 우리가 아무리 땅에 공들여봐야 내년에는 갈아엎어질 운명에 처했으니까. 그렇게 내 ...
동물이여, 인간에게 저항하라제1442호 “사자가 글을 쓰기 전까지 역사의 영웅은 사냥꾼으로 남을 것”이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지금까지 동물은 인간 중심 역사에서 철저히 변방의 자리, 착취 대상에 머물러 있다. 식량, 노동력, 구경거리, 오락과 사냥, 애완이 주요 용도다. 인간의 효용은 동물의 고통이다. 반려동물로 불리는 몇몇 종도 주종...
7년 그렸으니 ‘노 땡큐!’ 이제 새 그리러 가요제1442호 “어머어머, 이번에도 너무 잘 그렸다.” 김소희 당시 <한겨레21> 기자(현재 ‘정치의 품격’ 필자)는 매번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다. ‘오마이섹스’ 칼럼(2005~2006년)에 곁들이는 일러스트레이션이 도착하고 나면. 성관계로 드러나는 성격이나, 침대에서 하는 대화나 ...
권력 따위 지옥에나 보내버려! 평범한 개인의 힘제1442호 “종이와 잉크는 지옥으로나 보내버려! 상품, 이익 좋아하시네. 광산, 인부, 수도원 좋아하시네. 이것 봐요. 당신이 춤을 배우고 내 말을 배우면 우리가 서로 나누지 못할 이야기가 어디 있겠소!”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존경하는 ‘등 굽은 어머니와 기름때 박힌 ...
예쁜 순간들을 책갈피로 끼우며제1441호 생각이 많고 머리가 번다할 때는 삶을 쪼개서 단위를 작게 만드는 일이 좋은 것 같다. 작은 것에 집중하고, 삶이 얼마나 작은 일들로 이뤄졌는지 아는 것.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엄마의 사랑을 알게 해주는 것은 잘 정리된 침대다. 나는 매일 아침 눈도 제대로 못 뜬 채 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선...
봄이 오더라도 이 겨울을 잊어선 안 된다제1442호 지난겨울은 이번 겨울보다 따듯했던 것 같다. 지지난 겨울에는 식물을 들이러 온실에 갔다. 그동안 죽은 식물도 있지만, 원래부터 크고 굵었던 것처럼 튼튼한 것도 있다. 지난 계절이 제자리에 있다. 나는 모난 사람이다. 모난 사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도무지 마음에 드는 구석을 찾기가 어렵다. 마음에 ...
구들에서는 머리는 차갑게 배는 뜨겁게제1441호 집에는 오래된 구들방과 시멘트로 짓고 기름보일러로 돌아가는 건물 두 채가 있다. 1980년대 지었다고 집문서에 기록됐으니 족히 30년 이상 된 건물들이다. 집을 보러 왔을 때 보니 구들방에 흔들의자를 비롯해 텔레비전과 전기장판이 놓여 있었다. 이전에 계셨던 할아버지는 주로 이곳에서 생활하신 것 같다...
황희찬·조규성 ‘2002 월드컵 키즈’ 이은 ‘카타르 키즈’를 기다린다제1442호 사실 축구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야구는 9회말 2아웃 5점 차이 이상이어도 역전 가능성이 있지만 축구는 후반 44분 2골 이상 차이라면 역전 가능성이 거의 없다. 물론 추가시간에 2~3골 몰아칠 때도 있지만 이는 극히 드물다. 카타르월드컵처럼 추가시간을 8~10분까지 주면 가능할 것도...
눈 뜨면 왜? 회장님 손자, 황제의 딸, 금수저제1442호 “눈떠보니 내가 이 제국 최고 권력자의 유일무이 외동딸이라고?!” 요즘 유행하는 웹소설 설정을 본떠 내 인생을 상상해봤다. 이왕 상상한 김에 다른 드라마나 웹소설의 제목들(<파산 후 코인 대박> <톱스타와 결혼했습니다> 등등)을 적용해봤다. 어느 날 일어나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