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왠지 ‘다이소하다’제1442호 ‘뭔가 살 게 있었던 것 같은데….’ 도심을 걸을 때면 두어 번은 옆 혹은 뒤통수가 근질거린다. 주로 대로변에 자리한 다이소를 마주쳤을 때 그렇다. 다이소는 예전 슬로건처럼 ‘필요한 건 다 있소’를 표방하는데, 그러니 반대로 내게 무언가 항상 ‘덜 있소’라는 불안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모처럼 살 물건을 메모장에...
광해군이 독촉한 모과… 이 거목은 알까제1442호 젊은 나무엔 없고 노거수(老巨樹·크고 나이 많은 나무)에만 있는, 눈에 띄는 특징이 있다. 물결치듯 굽이굽이 굴곡진 밑동이다. 어린나무의 줄기는 매끈하게 둥글다. 세월이 흐른다. 떡잎 아래에서 원뿌리 외에 수많은 곁뿌리가 물과 양분을 찾아 뻗어나가고 굵어진다. 이런 곁뿌리를 판자를 모로 세운 모양...
날개 잃은 천사가 내게로 왔다제1441호 나는 앵무새와 함께 살고 있다. 녀석을 만난 곳은 수의대 다닐 때 방학 실습을 했던 동물병원이다. 나는 학교 야생동물의학실에 소속돼 있었다. 많은 야생 조류를 만나면서 새에게 호기심과 경외심이 생겼고 새에 대해 더 알고 싶었다. 방학 때 동물병원 실습을 나가기로 했다. 대도시의 부모님 집에서 방학...
빨리 걸어라, 오래 살려면제1441호 요즘 예금 금리가 올랐다고 하여 은행 앱을 켜고 새로 나온 상품들을 둘러보다가 문득 눈에 들어온 상품이 있었습니다. 워킹 적금이라고 하루에 1만 보 이상을 걷고 이를 인증하면 금리를 더 쌓아주는 상품이었습니다. 6개월에서 1년 동안 매일 1만 보씩 걷는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기존 은행들의 ...
브라질에 8강 막혔지만 ‘눈물의 퇴장’은 없었다제1441호 ‘도하의 기적’이 브라질 앞에서 멈췄다. FIFA(피파) 랭킹 세계 1위 브라질의 벽은 높았다. 그러나 ‘눈물의 퇴장’은 없었다. 목표로 했던 원정 16강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은 서로를 안아주고 토닥여줬다. 2014년, 2...
AI, 이토록 시적인 순간제1441호 한 달 전 ‘문학주간 2022’(11월7~11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 행사에서 현직 작가와 인공지능(AI)이 함께 글을 써 엮어나가는 일련의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인공지능이 소설과 시를 쓸 수 있다는 소문은 무성하다. 그런데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 레벨에서 협업이 가능할까. 윤고은 소설가와 진행...
북북서에서 바람이 분다, 집에 가자제1441호 1777년 1월 미국의 조지 워싱턴 군대는 포지계곡 앞에서 영국의 대규모 병력에 포위됐다. 그날 오후 바람이 북서쪽에서 불어왔다. 조지 워싱턴은 무르고 질척한 길로 군사를 이끌고는 무사히 탈출한다. 이 ‘날씨 추리물’에 감춰진 것은 이렇다. 북서쪽에서 불어온 바람은 날씨가 추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른 땅이...
윤석열 정부가 심온의 죽음에서 배울 것제1441호 1422년 6월8일. 태종 이방원이 죽었다. 향년 54. 한 달 전만 해도 국왕 세종과 사냥을 나갈 정도로 건강하던 상왕의 갑작스러운 죽음이었다. 모든 신하가 당황했겠지만 특히 3년 전 태종의 지시로 세종의 장인 심온을 역모로 몰아 죽게 한 유정현 등에게는 날벼락이었다. 끝끝내 꺼내지 않은 카드 ...
손흥민 “벤투 감독님의 마지막 경기 같이 할 수 있게 돼 감사”제1441호 손흥민이 카타르월드컵 16강을 확정지으며 눈물을 펑펑 쏟아낸 뒤 파울루 벤투 국가대표팀 감독과 한 경기를 더 뛸 수 있다는 기쁨을 드러냈다. 벤투 감독은 월드컵 2차전 가나와의 경기가 끝난 뒤 막판 코너킥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을 주심에게 항의하다가 ‘레드 카드’를 받은 바 있다. 벤투 감독은 3차전 포르투갈...
‘우상’ 호날두 이긴 손흥민…6일 새벽 브라질과 격돌제1441호 종료 휘슬이 울린 순간. 손흥민은 마스크를 집어 던지고 주저앉았다. 두 손을 불끈 쥐고 환호했다.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머리를 감싸고 엎드려 울었다. 그러나 16강 진출은 결정되지 않은 상황. 손흥민은 다시 일어섰다. 동료들과 경기장 한가운데로 모였다. 길었던 8분이 지나, 약 25킬로미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