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국의 기적제1096호 알배기 멸치 한 줌을 솥에 넣고 볶아 비린내를 날리고 맑은 물을 부어 맛국물을 우려내는 일로 그날 아침 일과를 시작했다. 멸치국물이 우러나는 동안 마른 미역 한 줌을 꺼내 차가운 물에 불렸다. 초겨울에 딴 어린 미역인지 물이 닿자마자 부들부들 살아나 짙은 초록빛을 띠며 반짝거렸다. ...
엄마, 아빠, 이불, 알람제1096호 부부는 아직 이불 속에 있다. 잠이 너무 달아서 일어나기 싫은 거다. 이불을 벗어나면 춥겠지. 서둘러 씻고 옷 입고 부지런히 일하러 가야겠지. 너무 바빠서 어쩌면 밥 먹을 시간도 없을 거야. 어제만큼 고되겠지. 첫 번째 알람이 울렸다가 꺼진다. 다음 알람은 5분 뒤에 울릴 거다. 부부는 ...
공연하는 남편에게 질투가 났다제1096호 책 <빨래하는 페미니즘>을 보면 소설가 레이철 커스크의 글을 인용한 부분이 나온다. 레이철은 회고록 <생명의 작업>에서 “어머니가 된 후 아이들과 함께하는 ‘나’는 결코 진정한 나 자신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하지 않는 ‘나’ 또한 진정한 나 자신이 아니었다”고...
수컷들의 달리기, 리모델링보다는 낫네제1096호까불거리는 원숭이의 해, 남자 예능은 더욱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특히 나영석 PD가 <신서유기>로 소환했던 원조 팀의 각개약진과 다양한 조합이 눈에 띈다. 이미 <아는 형님>에서는 강호동과 이수근, <마리와 나>에서는 강호동과 은지원이 짝을 이루...
<스페이스 크로니클> 외 신간 안내제1096호 스페이스 크로니클 닐 디그래스 타이슨 지음, 박병철 옮김, 부키 펴냄, 1만8천원 2014년 다큐멘터리 <코스모스> 진행자로 나서 한국에도 잘 알려진 닐 타이슨의 책. 우주탐사가 허무맹랑한 일이라고 여겼던 이들도 이 책을 읽고 나서는 흔들릴 수 있겠다. 인간이 우주...
당장 먹어도 괜찮아제1096호1966년 미국 스탠퍼드대학 심리학자 월터 미셸은 4~6살 아이들 653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15분 동안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으면 상으로 1개를 더 주겠다고 약속하고 아이를 방에 혼자 남겨뒀다. 아이들 중 3분의 1 정도가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기다려 상을 받았다. 실험의 개요...
“민주주의야말로 밥 먹여주는 시스템”제1096호 2016년 격월간지 <녹색평론>이 발행 사반세기를 맞았다. 창간호인 1991년 11~12월호에서 김종철(69·사진) 발행인 겸 편집인은 물었다.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가? 지금부터 이십 년이나 삼십 년쯤 후에 이 세상에 살아남아 있기를 바라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 것인...
이겨야 대학 가고, 이겨서 돈 번다, 그러니 때린다제1096호 해방 이후 한국 스포츠가 이룬 ‘스펙터클’(spectacle)은 환상 그 자체다. ‘88 서울올림픽’과 ‘2002 월드컵’으로 대변되는 성공의 기억들은 현대사의 변곡점이라고 불릴 만큼 대단한 사건적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바로 그게 문제였다. 도무...
푸른색 이야기제1095호 연말 연초에 동창들을 만났다. 1년에 한 번꼴로 보는 친구들도 있었고 꾸준히 만나는 친구들도 있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만난 친구들은 대략 다음과 같이 나뉘었다. ‘대화가 아예 안 되는 친구들’ ‘적어도 대화는 할 수 있는 친구들’ ‘대화가 잘 통하는 친구들’. 이들에 대해 나는 각각 다른...
‘녹색 자본주의’가 가능하다고 생각해?제1095호“넝마가 된 기후는 우리를 정면으로 들이받겠지. 우리는 최악의 상황에서 변화를 이룰 것이다. 강제와 압력에 의해. 그리고 너무나 늦게.” 문명은 언제 멸망할까? 어쩌면 ‘곧’이다. 기후학자들은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시대보다 2℃ 상승하면 ‘재앙’이 일어날 거라고 입을 모아 경고해왔다. 아니,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