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무언가를 끊기로 한 당신에게제1094호 캐롤라인 냅이 쓴 <드링킹>이란 책은 알코올중독자 가족을 위한 책이라는데, 내게는 중독된 마음을 노래하는 서사시였다. 나는 중독되기 쉬운 성향을 가진 사람이다. 중독이란 무엇인가. 처음엔 어떤 대상이 주는 사소한 기쁨에 길들여졌다가 나중엔 생의 의미를 모두 그 대상으로 대체하는 행위다....
사과의 기술제1094호 훌륭한 사과의 장면을 찾고 싶었다.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폴란드 바르샤바의 전쟁 희생자 비석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하거나, 2000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지난 세기 교회의 잘못을 일일이 열거하며 가슴을 치는 위대한 장면 같은 것 말고, 사소하지만 ‘우리가 몰랐던 멋진 사과 베스트 5’ 같은...
<세계를 집어삼키는 검은 기업> 외 신간 안내제1094호 세계를 집어삼키는 검은 기업 클라우스 베르너로보·한스 바이스 지음, 김태옥 옮김, 숨쉬는책공장 펴냄, 1만7천원 2001년 출간돼 ‘세계화 비판의 바이블’로 자리잡은 <세계를 집어삼키는 검은 기업> 두 번째 개정판이 번역됐다. 다국적 거대 기업 집단인 ‘콘체른’을...
이미지의 점령제1094호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코를 후비다 정수리가 따가운 느낌에 손을 멈춘다. 어김없이 카메라의 그 눈이 내려다보고 있다. 아파트 쓰레기 버리는 곳에는 종종 딱지 없이 버려진 ‘대형폐기물’에 대한 경고장이 붙어 있다. “00월 00일까지 가져가거나 딱지를 붙여놓지 않으면 CCTV로 확인하겠습니다. 이웃끼리 얼굴...
김치의 맛제1094호겨울이라 하기엔 아직 이른 11월 초순에 그녀는 김치 한 통을 들고 찾아왔다. 김장김치라고 말했다. 그녀의 고향은 충북의 어느 깊은 산골마을이어서 11월 초순이 되면 서리가 내리고 얼음이 언다. 그래서 다른 지역보다 한 달 이상 앞서 김장을 담근다. 추운 산골마을의 김치답게 짜지 않고 삼삼했으며 젓갈...
새해 소망은 이층버스제1094호경기도 버스의 세계에 들어섰다. 긴장되는 첫 출근날 아침 6시50분, 차를 놓칠라 일찌감치 서둘렀다. 내 앞에는 한 사람만 서 있었다. ‘이 정도면 자리가 있겠지’ 생각했지만 광역버스의 세계는 쉽사리 차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앞 정류장에서 만석이 된 것. 발을 동동 굴러도 서서 가기엔 서울은 너무나 멀어 보였다. 버…
네 보드는 네가 잡아제1094호 “힘이 약한 아이들이잖아요. 작은 파도를 양보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탈 수 있는 파도는 없어요. 그 아이가 곧 당신의 파도를 가로채는 어른이 될 거예요.” 인도네시아 발리의 유명한 서핑 명소인 울루 와투(Ulu watu) 포인트에서 들은 얘기다. 서핑은 파도가 부서지는 경사면을 따라 횡으로 내려오는...
입술 빠는 아기, 사랑이 부족한 걸까요?제1094호 어린이집에 다니는 20개월 딸을 키우고 있습니다. 아이가 순한 편이라 어린이집 생활에 잘 적응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최근 아이가 잠든 모습을 지켜보는데 아랫입술을 쪽쪽 빨며 자더라고요. 다음날 유심히 보니 아이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앙다물고 아랫입술을 계속 빨더군요. 그 모습을 보니 혹시 아이에게 사랑이…
타란티노의 원투펀치제1094호 미국 영화평론가 짐 호버먼은 1996년 “스티븐 스필버그가 <죠스>(1975)와 <미지와의 조우>(1977)를 연이어 내놓은 이래, <저수지의 개들>(1992)과 <펄프 픽션>(1994)...
드라마 옆집에 웹드라마가 산다제1094호‘거실 TV를 보는 것은 강아지뿐일 것’이란 미래 예측은 이미 누군가에겐 이상할 것 없는 현실이다. 거실 TV 시청은 수용자의 의지적 행위가 아닌 관습적 풍경이 되어가고 있다. 수치로 입증된다. 2015년 한 해 지상파 방송은 100여 편의 드라마를 쏟아냈지만, 시청률 10%를 넘긴 주중 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