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 대자로 누워보고 싶다제1097호 내 이름은 만세, 고양이다. 얼마 전 고양이들을 술렁이게 한 뉴스가 있었다. 대만의 첫 여성 총통으로 뽑힌 차이잉원이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운다는 소식이었다. 차이잉원 총통 당선자가 속한 민진당은 선거를 앞두고 후원금을 모으기 위해 기념품 가게를 열고 차이잉원 후보의 캐리커처와 사인이 담긴 물건을 팔았다....
말(馬)에서 떨어진 이유제1097호나는 평생 딱 한번 말(馬)을 탔는데 도중에 떨어지고 말았다. 낙마 확률 100퍼센트이다. 내가 100퍼센트를 기록한 유일한 경우이다. 쇄골이 깨지고 얼굴은 아주 피범벅이 되었다. 전치 8주 나왔다. 이렇게 된 사연이다. 예전 한국작가회의 사무국장 노릇을 할 때였다. 몽골 작가협회와의 교류 ...
아이 친구 엄마, 사귀어야 할까요?제1097호 성격이 내성적이에요. 낯을 가리는 편이라 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도 아이 친구 엄마를 두루 사귀지 않았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엄마들 모임에 자주 나가 친한 사람을 만들어놓으라고 하더라고요. 싫어도 아이를 위해서는 억지로 나가라고요. 기자님도 엄마 모임 자주 나가셨나요? 아이 친구들의...
‘연애 고자’는 없다제1097호 언제부턴가 ‘고자’라는 말이 아무 음식에나 일단 끼얹고 보는 치즈처럼 넘쳐난다. 원래 ‘고자’의 사전적 의미는 ‘생식기관이 불완전한 남자’로, 궁중에서 임금의 시중을 드는 거세된 남자, 즉 내시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러나 이제는 사람을 넘어서, 무능하거나 서툰 것이면 어디든 ‘고자’가 붙는다. ...
방 빼고 록의 본고장으로 날아가다제1097호 관객이 누가 왔는지, 얼마나 왔는지 신경 쓸 여유 따위는 없었다. 함께 활동하던 베이스 연주자가 팀을 나간 얼마 뒤였다. 기타와 드럼, 둘만이 무대에 올랐다. 베이스가 빠진 사운드의 공백을 최소화하는 게 당장 이들에게 닥친 숙제였고 걱정거리였다. 게다가 소리가 좋게 나올 리 없는 건물의 옥상 무대...
남녀, 방 한 칸, 걸음걸이가 전부제1097호 일찍이 영화평론가 하스미 시게히코는 이렇게 말했다. “영화는 놀랄 만큼 단순한 것이다.” 그에 따르면 영화의 독창성이란 “단순함이 갑작스레 내비치는 뜻밖의 표정”에서 비롯된다. 화려한 볼거리와 복잡하게 위장된 서사, 수백억원의 자본으로 무장한 영화들에 익숙한 오늘날의 관객에게 그의 말은 선뜻 이해되지 …
TV 인터넷, 필리핀 어촌을 부탁해제1097호 2011년 새해 벽두, 일본 TV 프로그램 <다카진 머니>에 출연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김대중 대통령과 관련된 흥미로운 일화를 공개했다. 1998년 초,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안고 취임한 김대중 대통령이 손정의 회장에게 만남을 요청했다. 손정의 회장은 ...
작은 어른이 되는 일제1097호 얼마 전 음악가 백현진과 방준석이 모여 만든 ‘방백’의 앨범 <너의 손>을 듣다가, 그들의 인터뷰 기사를 보았다. 그들은 “어른으로서 일을 좀 해보자 싶었다”(<씨네21>)는 말을 했다. 일을 대하는 태도가 다소 달라진 셈인데, 지금까지는 나만 보고 일했다면,...
‘이모지 정치’ 너 어디까지 왔니?제1097호 이른바 ‘쯔위 사태’에 기름을 붓는 일이 있었다. 1월16일 중국 배우 린겅신(林更新)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에 “너무 갑작스럽게 사과하느라 대본을 외울 시간도 없었나보다”며 사과문을 대본처럼 읽은 쯔위를 겨냥한 것이다. 글만 떼어보면, 위로나 안타까움을 드러낸 것으로 비칠 수도 있었다. ...
산을 그대로 두라제1096호 야매 채식주의자다. 몇 해 전 바로 이 ‘노 땡큐!’ 지면에서 채식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앞으로 더욱 공존의 영토를 넓히겠다, 장담했다. 자주 실패했다. 만두에 지고 치맥에 졌다. 때로는 건강 때문에, 언제는 여행 중이라 결계를 풀었다. 빚지며 살고 싶지 않은데, 스스로 글에 빚졌고 약속을 지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