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는 바로잡지 못한다제1098호 아버지는 치매였다. ‘서촌 여대생 살인 사건’의 최초 목격자인 서재혁(전광렬)은 자신이 어떤 이유로 그 시간, 그 장소에 있었는지를 전혀 기억하지 못해 범인으로 몰리고 만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들은 기억천재였다. 한 번 본 것은 잊지 않는 절대기억의 소유자인 서진우(유승호)는 아버지 재혁의 누명을 벗기려 자신…
이세돌 vs 인공지능제1098호종횡 19개의 줄. 이들의 엇갈린 곳 한가운데 검은 점(천원지방)이 놓였다. 주위 팔방으로 360개의 점들이 가지런하다. 그 위로 적과 내가 흑돌과 백돌을 번갈아가며 놓는다. 돌로 사방을 둘러싸 침입을 봉쇄한 공간(집)이 2개 이상 이어지면 살고, 아니면 죽는다. 전쟁이다. 바둑은 ‘2인 제로섬 완전...
화투 대신 ‘개념’ 보드게임 한판?제1098호주말까지 낀 나흘(대체공휴일 2월10일까지 합치면 닷새)간의 설 연휴. 할 일은 차고 넘친다. 소파에 나무늘보처럼 누워 빈둥빈둥 TV 리모컨을 돌려도, 명절 대목을 맞아 줄줄이 개봉한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러 극장 나들이에 나서도, 그동안 쟁여놓고 펴보지 못했던 책 더미에 푹 빠져도 좋다. 어쨌든 연휴니까!...
나의 운명은 내가 읽는 것제1098호 그는 늘 누워 지냈다. 창가로 흐르는 구름과 바람이 그의 벗이었다. 병치레에 시달리는 몸은 좀체 외출을 허락하지 않았다. 자주 좁은 공간에, 마치 꽃이 꽃병에 꽂혀 있듯이, 갇혀 있다보니 그는 버릇이 하나 생겼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눈길은 자주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방문객이 있을지언정 그들...
일본의 윤동주 일본의 톨스토이제1098호 연재 순서 ① 일본의 윤동주 도쿠토미 로카 일본 규슈는 성질 급한 봄맞이꾼들이 매견월(梅見月)에 나들이하기 좋은 곳이다. 그렇다고 만개하기 직전의 초롱초롱한 매화 꽃망울 타령이나 벳푸 온천욕만으로 발길을 돌리기에는 역사의 상흔이 너무 쓰린 관광...
격변기 문호들을 찾아 떠나다제1098호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오래된 질문을 <한겨레21>이 다시 묻는다. 야차 같은 정권의 그늘 아래 한반도 남쪽 민주주의는 갈수록 창백해지고 있다. 농민은 병실에 누워 있고, 노동자는 붉은 띠 두르고 하늘에 오른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는 말이 넘쳐난다. 그런데도 문학...
가해자는 너와 나제1098호 고통의 기억이 잊혀지면 좋겠다. 밑바닥 어딘가에서 올라와 웃통을 훌렁 까고 찬물을 끼얹어도 식지 않는 것일수록, 죽도록 지우고 싶은 것일수록, 못된 상처는 종래 떠나주지 않는다. 그 앞에 타인이 하는 ‘괜찮아질 거야’라는 따위의 말은 얼마나 가당치 않은가. 서툰 위로라도 그렇다. 의도가 있는 강요라면 어떨...
<교양인을 위한 수학사 강의> 외 신간 안내제1097호교양인을 위한 수학사 강의 이언 스튜어트 지음, 노태복 옮김, 반니 펴냄, 2만4천원 미적분방정식이 없었다면 우주탐험선 또한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 사이에 소유의 관념이 생기지 않았다면 수 자체가 발명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수의 탄생에서 복잡성까지 20가지 주제가 담겼다. 같은...
‘이방인’이란 그 무거운 꼬리표제1097호중학생 2학년인 진은 그날따라 자기 자신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미웠다. 중국계 미국 이민자 2세라는 이유로 받아온 선입견과 차별의 서러움이 한꺼번에 터져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진은 미국에서 태어나 성장했다. 하지만 그 사실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외형에서 드러나는 시각적 요소로 타인을 정의하는 데 너…
가장 문학적이며 가장 전복적인제1097호문학이 가지 않는 땅에 가장 강력한 문학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참전 여성들이 겪은 처참(<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에서, 체르노빌 방사능이 삼킨 자들의 참혹(<체르노빌의 목소리>)에서, 꾸미고 지어내도 더 이상 극적일 수 없는 누군가의 현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