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난민 되다> 외 신간 안내제1095호 청년, 난민 되다 미스핏츠 지음, 코난북스 펴냄, 1만5천원 프롤로그가 던지는 말들이 서늘하다. 복제된 수많은 옥탑방에서 청년은 소진되고 있다. 절망이 순간이 아니라 일상에 스는 곰팡이 같다는 청춘. 대안언론 미스핏츠가 이 아우성을 반경 3m를 넘어 사고하기 위해 대만 타이베이,...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의 원형제1095호기록을 대하는 태도는 당대의 권력이 역사를 대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기록을 정직하게 남기는 것이 역사에 대한 책무이거나 자신감의 표현이라면, 기록을 치밀하게 통제하는 것은 역사에 대한 독점이거나 은폐의 욕망이다. 1965년 한-일 수교 협상과 2015년 박근혜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및 한-일 위안부 협상(2...
벤치의 나이테제1095호 세상에 의자가 있다는 것은 엄청난 미덕이다. 직립보행이 우리 인간의 특징이라고는 하지만 서 있는 것보다 앉는 것을 원하고 그것보다는 눕는 것을 편안해하니(그래서 그런지 삶의 마무리도 눕는 자세이다) 직립이 좋아서 그러는 것 같지는 않다. 공연히 서서 다닌 탓에 치질과 추간판탈출증, 즉 디스크를 달고 산다....
국이 국이 좋기는 도야지 내장국이 좋지제1095호 보름 3일 전쯤 우리 동네에서는 잘 키운 돼지 한 마리를 잡아 동네 사람들이 자기가 가져가고 싶은 만큼 돈을 내고 고기를 나누어 가집니다. 남은 내장으로는 내장국을 끓여 동네 보름 미리 잔치(전야제)를 합니다. 올해는 우리 집 돼지를 잡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돼지를 잡을 줄 몰라 도살장에서 ...
축의금은 무조건 10만원!제1095호점심시간이 지난 오후였다. 사무실에 앉아 멍하니 컴퓨터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다. “우웅~” 휴대전화가 떨린다. 또 스팸전화인가 싶었다. 휴대전화 2년 약정 기간이 끝나니 하루에 한 번씩 070으로 시작되는 번호의 스팸전화가 온다. 시큰둥하게 고개를 떨궈 휴대전화 화면을 봤다. 오랜만에 보는 대학 후배의 이름...
발밑 땅 보기에 급급한 우리제1095호산행은 인생살이와 같다. 오르막은 정상을 향해 오르는 것 자체가 힘들다기보다는, 힘겹게 올라 정상인 줄 알았는데 그 뒤로 다음 봉우리가 숨어 있음을 발견하기를 몇 차례 해야 하는 것이 힘들다. 지리산의 시인 이성부는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다>라는 제목의 시집을 냈다. 다산 정약...
빵이여, 영원하라!제1095호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밤 ‘라이브클럽 빵’에서는 새로운 얼굴들이 무대 위에 오른다. 빵에서 공연하고 싶어 하는 신인 음악가들의 오디션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유명해진 십센치나 장재인, 버스커버스커의 장범준도 다 빵에서 오디션을 봤던 음악가들이다. 오디션에 합격한 음악가들은 매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
그럴 거면 차라리 버려제1095호 정리 컨설턴트에게 ‘정리의 기술’을 전수받는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술 이전은 실패했다. 모든 것을 사각형으로 만들어 정돈하라는 법칙이 있었다. 아직까지 유용하게 사용하는 유일한 기술은 속옷을 아주 작고 반듯한 사각형으로 접어 서랍에 차곡차곡 쌓아놓는 것이다. 이로써 서랍 속 공간을 ...
독고탁, 늙지 않는 소년과 자라지 못한 시대제1095호탁이 아빠, 만화가 이상무 화백이 눈을 감았다. 2014년 한국만화박물관에서 ‘돌아온 독고탁’ 기획전이 열렸고, 화백 스스로 “아직 현재진행형”이라며 창작 의지를 보였던 터라 안타까움은 더욱 크다. 그의 주인공 독고탁은 1970~80년대 한국 만화의 간판스타이자 그 시대의 자화상이었다. ...
음악, 눈으로 보여줄게제1095호 12년쯤 전이던가. 망중한을 즐기러 예술의전당에 들렀다가 음악분수를 처음 보았다. 한여름 햇살 사이로 경쾌한 음악이 울려퍼졌고, 선율을 따라 물줄기들이 무지개를 내뿜으며 하늘거리고 있었다. 음악에 한창 젖어들던 내 눈에 한 무리의 관람객이 들어왔다. 그들은 분수 앞 벤치에 앉아 수화를 나누며 분수처럼 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