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돌출된 쇼트들제1092호 단 한 장면으로 기억에 남는 영화들이 있다. 그 사실 자체가 작품성을 판단하는 필연적 기준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특정 장면이 안긴 충격이 영화로 들어가는 또 다른 문을 열어주는 경우는 있는 것 같다. 딱히 서사와 관련이 없음에도 위대한 영화들이 품고 있는 기이하게 매혹적인 쇼트들, 혹은 ...
널 위해 준비했어제1092호 평소에도 자주 들여다보는 스마트폰을 이맘때면 어쩐지 더 자주 보게 된다. 올해가 가기 전에 인사를 잊지 말아야 할 사람이 없을까. 연락처를 뒤적이며 작은 선물로 마음을 전하고 싶은 이들도 몇몇 떠오르는데 유독 지출이 많은 계절이라 망설여진다. 취업포털 사이트 잡코리아가 직장인 752명을 대상으로 ...
‘귀향’이 당신을 만나러 갑니다제1091호 배우들은 입으로 “빵, 빵” 소리를 내며 전투 장면 리허설(사전 연습)을 해야 했다. 제작비가 부족해 공포탄 한 발이라도 아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배우가 공포탄을 진짜로 쏘며 찍는 촬영에서도 입으로 “빵, 빵” 소리를 내고 말았다는 일화를 떠올리며 배우와 스태프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모두 ...
<불평등이 노년의 삶을 어떻게 형성하는가> 외 신간 안내제1091호불평등이 노년의 삶을 어떻게 형성하는가 코리 M. 에이브럼슨 지음, 박우정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 1만8천원 인종, 사회·경제적 지위, 성별만이 불평등의 기준이 아니다. 미국의 사회학자인 저자는 늙어가는 것도 중요한 불평등이라고 규정한다. 지속돼온 불공정한 경쟁과 물질적 자원의 ...
엄마를 기억하기 위하여제1091호사라 레빗의 어머니 미리암은 1998년 치매 판정을 받았다. 치매는 52살의 쾌활하고 아름다운 여인을 서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잠식했다. 그녀의 언어와 지각 능력은 시들어갔고, 사랑했던 모든 것들의 의미가 점차 하얗게 가리어졌다. 급기야 가족조차 알아보지 못하게 됐으며, 자기 자신마저 잃어버렸다. ...
언제까지 이렇게 오래 일해야 하나요?제1091호직장인 김아무개(37)씨는 아침 6시30분에 일어난다. 7시30분에 집 앞에 도착한 회사 통근 버스를 타고 출근한다. 24시간 돌아가는 회사는 이미 낮처럼 환하다. 이제야 지상에 어슴푸레 빛을 비추기 시작한 해가 오히려 게을러 보인다. 버스가 그를 회사 문 앞에 부려놓으면 바로 식당으로 내려간다...
죽음의 품위제1091호 ‘필차기’라는 게 있다. 마당 같은 곳에 네모 칸을 연달아 그려놓고 깨금발로 돌을 차는 놀이이다. 돌이 금에 걸치거나 바깥으로 나가면 아웃이 된다. 육지에서는 ‘사방치기’라고 불렀다. 거문도의 동도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그 놀이를 같이 하던 친구가 있었다. 학교가 옆 마을에 있어서 하교할 때 바닷물이 ...
그해 겨울은 고소했네제1091호 일교 어머니는 입맛이 아주 똑 떨어졌습니다. 입에 무엇을 넣어도 모래알 씹는 것 같습니다. 한 해 여름을 그렇게 굶고 나니 허리가 착 꼬부라지고 뱃가죽이 등에 붙었습니다. 날마다 골이 우리~하게 아픕니다. 어질어질해서 일도 잘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무슨 중병이라도 든 줄 알고 걱정들 ...
집에 가고 싶다제1091호혼잣말이 늘었다. 집에 혼자 있으니 당연하다. 자주 하는 혼잣말은 “뭐 먹지?” “담배나 하나 피울까?” “그만 잘까?” 같은 의문문이다. 듣는 사람이 없는데도 질문을 한다. 이상하게 그렇게 된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얼마 전에 만난 프리랜서 친구도 그렇다고 했다. 그는 집 근처에 혼자 쓰는...
월드 투어? 로컬 투어!제1091호 언제부턴가 ‘월드 투어’란 말이 낯설지 않게 들려왔다. 실제 아시아와 유럽과 남미를 돌며 투어를 하는 케이팝(K-Pop) 팀들도 생겨났다. 하지만 이는 몇몇 특수한 사례일 뿐, 현실적으로는 여전히 꿈같은 일이다. ‘월드’는 고사하고 ‘전국 투어’도 벌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인디밴드에게는 특히 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