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것이 아름답다제1089호 에이즈 30년, 침묵은 끝났다. 이제는 질병이 아니라 혐오가 사람을 죽이는 시대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감염인의 주요 사망 원인은 자살이다. 병든 사회의 ‘에이즈 혐오증’은 건강한 HIV 감염인도 못 살게 한다. 올해로 한국에서 에이즈 ...
꽃, 공포 시대의 백신제1089호 나는 사진 속 구멍이 생각보다 작은 것에 조금 놀랐다. 빠르게 날아든 총알이 꽤 두꺼운 유리창을 뚫고 지나간 자리였다. 지난 11월13일 밤 쏟아진 총알은 프랑스 파리 시내 카페 유리창에 여러 개의 구멍을 남겼다. 2014년 6월 이래 이슬람국가(IS) 및 연관 조직은 스무 개 나라의 민간...
거울아 거울아, 이 옷 어떠니?제1089호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마주하는 관문은 ‘거울’이다. 12개월 안팎의 아이는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며 외부 공간에 형상화된 자신을 감각적으로 인식한다. 철학자 자크 라캉이 말한 ‘거울 단계’다. 이는 동시에 우리가 자아도취에 빠지는 첫 순간이기도 하다. 아이는 아직 몸이 덜 성숙한 단계...
한 사람을 위한 마음제1089호‘최후의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다. 지난해 12월11일 열린 ‘2014 인권콘서트’의 대미는 ‘언제나 그렇듯’(인권콘서트의 전통이다) 그해에 인권을 위해 싸워온 이들이 장식했다. 국가가 내란 음모 관련 혐의로 ‘비국민’으로 내몬 사람들, 서울시가 시민인권헌장 제정에서 삭제해 ‘비시민’이 된 성소수자...
'IS' 외 신간 안내제1088호 IS 하영식 지음, 불어라바람아 펴냄, 1만5천원 분쟁전문기자인 저자가 10년 이상 시리아 쿠르드 민족을 들여다보며 관계를 맺어왔다. 선량한 시민의 삶을 파괴하는 IS의 공격성을 탐사했다. IS는 왜 평화롭게 사는 가난한 사람들을 학살할까. 부녀자들과 아이들은 왜 노예로 값을...
사랑의 고수는 없다제1088호“언니들은 지나갔다고 잊었겠지. 하지만 지금 나는 아프다고. 정말 아프다고.” 중학교에 다니는 막내 여동생이 볼거리에 걸렸다. 전염병이라 학교도 못 가고 집에서 끙끙 앓는다. 지독하게 아픈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첫사랑 남자애가 먼 도시로 전학을 가는데 그 헤어짐을 받아들일 수가 없는 거. 몸도 마음...
행복을 허락하지 않는 세계제1088호화장실 창에서 보면 거대한 주상복합아파트가 보인다. 며칠 전 기분 나쁜 한기에 이른 아침 잠에서 깨어 화장실에 갔는데, 창밖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불투명한 우유의 장막, 백지였다. 꿈일까? 세수를 하고 다른 방의 큰 창으로 보니 그것은 짙은 안개였다. 어떤 윤곽도 보이지 않을 만큼 빽빽해서 거기에 ...
“정답은 없다, 미지의 어둠 속을 헤매라”제1088호 대법관은 임명된 하루만 즐겁고 임기 내내 괴롭다고들 우스갯소리를 한다. 6년 재임 기간 동안 사건기록에 파묻혀서 읽고 토론하고 판결문을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일이 너무 신물 나서 어떤 전임 대법관은 퇴임 뒤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도 말한다. 대법관이 하루 종일 사건기록을 보는...
스코틀랜드에 간다면, 1월25일에제1088호 술친구의 경험담. 영국 런던발 에든버러행 비행기에 탔더니 과연 식전주도 싱글몰트 매캘란 12년. 그것도 ‘콸콸’ 부어주며 몇 잔이고 리필해준다. 흐뭇하게 얼굴이 붉어진 친구가 주위를 돌아보니, 아니 이 사람들, 너도나도 부어라 마셔라 비행기 안이 거의 술판 분위기다. 연신 새 위스키 병마개를 열기 바쁜...
아버지들이여 식사하시라제1088호 나는 식당에서 두 남자와 함께 일한다. 둘은 1967년생 동갑내기다. 올해로 마흔아홉. 그러니까 두 달 뒤면 50대로 접어드는 ‘늙은이’ 둘을 데리고 식당을 운영한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나보다 한 살 어린 친구와 장사를 시작했는데 몇 달 하더니 못해먹겠다며 그만두었고 그 뒤 나와 동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