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엄마·아빠는 언제 쉴 수 있나요?제1085호 일주일에 두세 번 야근을 하는, 네 살 남자아이를 둔 워킹맘입니다. 남편도 마찬가지입니다. 둘이 시간을 조정해 아이를 보느라, 주중 저녁에는 야근 아니면 아이돌봄을 하느라 부부 모두 쉴 틈이 없습니다. 문제는 주말입니다. 지난 주말에는 아이가 기린과 사자를 보고 싶다고 해서 에버랜드를 다녀왔습니다. 단 하루만…
‘기승전파스타’를 견디기 싫다면제1085호 “그 사람이 좋아 못 견딜 것 같아서 시작한 게 아니라면, 연애라는 관계에는 그렇게 다양한 욕망이 투사되기 마련이다.” 20살, 갓 대학에 입학한 나는 장밋빛 꿈에 부풀어 있었다. ‘대학에만 가면’ 모든 문제가 저절로 해결될 거라는 사탕발림에 속을 만큼 순진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대학에 가면’ 연애를 할 ...
‘4분33초’ 그 꿈같은 연주제1085호1952년 8월29일. 미국 뉴욕의 우드스톡 야외공연장에서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튜더가 존 케이지의 곡 를 초연했다. ‘초연’이란 말을 썼지만 데이비드 튜더가 4분33초 동안 한 거라곤 정확히 시간을 재며 피아노 뚜껑을 닫고 열고를 반복한 것뿐이었다. 는 침묵의 음악이다. 4분33초 동안 연주자는 연주하지 ...
당신의 괴물은 왜 밉지 않을까요제1085호스티븐 킹은 1947년생. 우리 나이로 내년이면 일흔이다. 올해 한국에 번역되어 출간된 그의 신작은 두 권. 처음으로 쓴 추리소설 <미스터 메르세데스>는 2015년 에드거상을 받았다. 30년 만에 낸 중편집 <별도 없는 한밤에>는 ‘스티븐 킹의 마지막 중편집이...
“왜 오래전에는 이런 기쁨을 몰랐을까”제1085호 다리가 세 개 있으면 솥을 하나 세울 수 있다. 솥 정(鼎)이 그렇게 생겼다. 맛있는 빵, 편한 구두, 입에 감기는 술 한 잔, 읽기 전과 후, 읽은 사람을 확실히 다르게 하는 책 한 권 등등에도 세 개의 다리가 필요하다. 그중 두 개가 헌신과 전문성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지은이의 다리라면 그 결과물을 사용...
견딜 수 없이 짙고 푸른제1085호사람들은 내게 곧잘 ‘당신에게 있어 바다란 무엇인가요?’라고 묻곤 한다. 일전에 낸 책에도 나오는 내용이지만 다시 되풀이하는 이유는 최근에 어떤 사람이 이따위 질문을 또 해왔기 때문이다. 섬과 바다가 배경인 소설을 계속 써왔기에 이 질문을 하는 모양인데 이럴 때마다 참 짜증이 난다. 나는 되물어버린다. 귀하의 …
포식자로 가득 찬 도시 서바이벌제1085호 이번엔 진짜 위험하다.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이 아마존에서 툭탁거렸던 피라냐와 악어 정도는 가소롭다. <인간과 자연의 대결>의 베어 그릴스처럼 코끼리 똥을 짜서 수분을 보충하고, 염소 고환으로 단백질을 섭취하는 정도의 각오가 필요하다. 다행히 우리는 이 위험천만한 ...
그 공간의 감정은 맹렬하였다제1085호한 편의 영화 앞에서 보는 이가 느끼는 감정은 무엇에서 비롯될까. 대개의 관객은 물론 많은 창작자들 또한 영화의 감정이란 그저 등장인물의 내면을 통해 형성되고 전달된다고 여기는 것 같다. 다수의 상업영화들이 과장된 표정의 클로즈업을 남발하고 작위적 설정을 개입해서라도 인물들을 극단적 감정으로 밀어넣는 데 …
네모 박스가 울리면 조심하세요!제1085호 1990년 3월9일, 서울 망원동 연립주택 지하방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아버지는 경비원, 어머니는 파출부 일을 나갔고 방엔 5살, 3살 남매만 있었다.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굴렀지만, 방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다. 아이들은 손톱으로 문을 긁어대다 옷더미에 코를 박고 숨을 거뒀다. 영철·혜영 ...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제1085호 여기 두 장의 사진이 있다. 하나는 폐허가 된 도시의 한 구역을 비추고 있다. 성당의 종탑과 몇몇 커다란 건물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무너져내렸다. 그 안에 살았던 것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파괴다. 또 다른 하나는 현대식 건물들이 깔끔하게 들어선 전형적 메트로폴리스의 풍광이다. 여전히 살아남은 종탑 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