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균 구덩이에서 키우겠다고?제1088호2주간의 조리원 생활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첫날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남편에게 욕실 청소를 해놓으라고 신신당부했건만 욕실에는 물때와 곰팡이가 그대로 있었다. 이런 곳에서 신생아를 목욕시키라고? 말도 안 돼. 잔소리를 늘어놓자 남편은 분명히 청소를 했노라고 항변했다.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남편에게는 보이…
내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제1088호 산행은 몸으로 하는 거다. 의지로 정신력으로 또는 악으로 깡으로 하는 게 아니다. 정신력으로 하면 한두 번은 할 수 있겠으나, 이른바 ‘지속가능성’이 없다. 불굴의 정신력으로 몸의 한계를 벗어나는 산행을 했다가 어디라도 잘못되면 평생 산행을 포기해야만 할 수도 있다. 섣불리 정신력으로 몸을 이기려 했다가는 낭…
인간은 무엇 때문에 행동하는가제1088호 모든 일은 마무리됐다. 제임스 도노반(톰 행크스)은 자신이 변호했던 소련 스파이 루돌프 아벨(마크 라이런스)과 소련에 포로로 잡힌 미국 중앙정보국(CIA) 첩보 조종사 게리 파워스(오스틴 스토웰)를 ‘비공식적으로’ 교환해내는 데 마침내 성공한다. 이제 가족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 ...
그래서, 기자들은 진짜 그래?제1088호 영화와 드라마는 기자들을 좋아한다. 역사의 현장을 가장 앞자리에서 지켜볼 수 있는 직업군이기 때문이다. 화려한 도시에 가려진 가난한 자들의 노래를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고, 정치권력과 대형 자본에 날을 세워 말을 걸 수 있다. 더불어 노동 강도도 세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할 얘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
영화 ‘귀향’, 살아서 돌아갑니다제1088호 “아, 이런 날이 오네요.” 조정래 감독은 진행자가 개봉 예정 날짜를 묻자 잠시 벅찬 감격에 빠졌다. ‘결국 만들지 못할 영화, 만들어도 사람들이 보지 않을 영화’라는 냉대를 숱하게 접하다가 이제야 비로소 ‘개봉’ 얘기를 나눌 상황에 이른 것이다. 한 대기업 투자·배급사는 이 영화에 투자를 고민하다 포기...
모욕 집행자, 국가제1087호“우리가 빨리 죽기를 바라는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87) 할머니가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지급받던 생활지원금, 알량한 60만∼70만원이 없어진다 한다. 보건복지부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중복 지원 사업을 중단할 계획이라 통보했기 때문이다. 국가의 무능으로 야만의 시간을 통과한 이들...
<논픽션 쓰기> 외 신간 안내제1087호논픽션 쓰기 잭 하트 지음, 정세라 그림, 유유 펴냄, 1만7천원 미국의 글쓰기 달인이 논픽션 스토리텔링 비법을 전한다. 퓰리처상 심사위원인 잭 하트는 “이야기는 하나의 행위가 어떻게 다음 행위로 이어지는지 보여줌으로써 혼란스러운 세계를 이해하는 틀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사실에 기반을 둔 이야기의 ...
슬픔에 대한 음미, 관부연락선제1087호 관부연락선은 부산(釜山)과 시모노세키(下關)를 운항하던 여객선이다. 이제는 소설 제목으로만 남아 있다. 왜냐하면 오늘날은 모두 ‘부관(釜關)연락선’으로 바꿔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병주의 소설 <관부연락선>은 화자인 ‘나’가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유태림이라는 인물의 전기를 ...
고등학교에 간다제1087호 간혹 문학 또는 인문학 관련하여 시민단체나 기관의 교육 프로그램 같은 곳에 강연을 간다. 예전에는 국문학과와 문예창작학과에도 종종 다녔는데 몇 년 전부터 대학교에는 가지 않는다. 모 대학에서 소설 창작 강사 노릇을 두 해 정도 한 경험이 있는데 그때에 비해 학생들과의 세대 차이가 너무 커져버렸다는 생각이다...
태풍이 분다제1087호내 이름은 만세, 고양이다. 우리 집에는 태풍 1, 2, 3호가 있다. 덩치가 작은 순서대로 파괴력이 크다. 1호 태풍이 지나간다. 목표가 정해지면 서슴없다. 첫 번째 목표물은 장난감통이었나보다. 힘껏 제 몸집만 한 상자를 거꾸로 들어 안에 든 모든 것을 쏟아버린다. 단정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