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러의 위대한 투쟁제1107호 프리드리히 실러(1759~1805)는 희곡 <간계와 사랑>에서 미국 독립전쟁 때 영국의 용병으로 팔려가 가장 악랄하게 굴었던 ‘헤센 기병대’를 빗대기라도 하듯이 신랄하게 비판한다. 일부 독일 영주들은 자기 영지 내 청년들을 남의 나라 군으로 팔았는데, 미국행 지원자는 ...
“4등이 뭐 맞을 일인가요?”제1107호 결승 벽을 터치한 선수들이 가쁜 숨을 내쉬며 하나둘 수면 위로 머리를 내민다. 전광판에 환하게 불이 들어온다. 4등. 만년 4등 초등학생 수영선수 준호(유재상)는 오늘도 약속한 듯 4번째로 골인했다. 관객석에서 눈에 핏발을 세우며 준호를 응원했던 엄마(이항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준호를 ...
“봄이 그렇게도 좋냐, 이 멍청이들아”제1107호 벚꽃이 만개했다. 이제 속수무책으로 떨어져내릴 것이다. 그걸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생의 에너지를 전부 걸고 기원한들, 구획되는 시간은 막아설 순 없다. 그래서일까, 그 짧음은 너무 찬란한 것이라고, 굳이 생채기 낼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추앙되며, 끊임없이 찬양돼왔다. 도대체 왜? 십센치(...
정치는 우리의 운명 스탕달제1106호 스탕달(1783~1842)은 일곱 살 때 어머니를 잃은 상처로 유부녀의 사랑을 갈망하며 독신으로 살았다. 그의 고향 프랑스 그르노블은 론알프스 지역의 드라크와 이제르 두 강이 합류하는 풍치 좋은 산악지대다. 바스티유 요새를 오르내리는 달걀형 케이블카가 명물이다. 시 외곽 산꼭대기로는 ‘나...
도시 풍경의 주인제1106호 얼마 전 서울시립미술관에 들렀다가 김태윤의 다큐멘터리 영상 <뉘른베르크 두첸타이히 광장>(N&#252;rnberg Dutzendteich·2014)을 보았다. 영상은 1934년 제6차 나치 전당대회가 열렸던 독일 뉘른베르크 두첸타이히 ...
정부란, 시민이란 무엇인가제1106호 2015년 12월15일. 프랑스 파리 시장 안 이달고는 지하철 2호선 ‘벨빌’ 역을 ‘벨빌-1871년 파리코뮌’으로 개칭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벨빌이 파리코뮌의 마지막 항전지라는 사실을 모르는 프랑스인은 없다. 다만 이번 결정은 역사의 연속성과 일상화를 집요할 정도로 추구하는 프랑스만의 특별한 철학...
<저항의 미학 1~3> 외 신간 안내제1106호 저항의 미학 1~3 페터 바이스 지음, 탁선미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 행갈이 없이 문자만 빽빽하게 들어찬 6700장(번역 원고 기준)의 원고가 1937년부터 1945년까지 지구를 휩쓸던 파시즘과 그에 맞선 세계의 저항을 담아냈다. 저명한 극작가가 마지막으로 남긴 ...
용감한 여행자, 숨겨진 역사제1106호한쪽에선 동전을 던졌고, 한쪽에선 도넛을 던졌다. 모두 부당한 단속을 하는 경찰을 향해 던졌다. 1950~60년대 미국에서 벌어진 일이다. 싸웠던 사실은 같지만, 한쪽은 알려진 역사가 되었고 한쪽은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았다. 1969년 미국 뉴욕의 스톤월 바를 습격한 경찰에 저항해 성소수자들이 ‘동전’을 ...
어미의 단무지제1106호 1920년. 후지이 간타로(藤井寬太郞)가 운영하는 불이흥업주식회사(不二興業株式會社)는 옥구군 일대 간석지 2479만3388m²의 둘레에 방조제를 쌓아 간척지를 조성했다. 현재의 지명으로 말하자면 군산시 소룡동에 위치한 월명산 끝자락에서부터 옥서면 옥봉리 내성산을 돌아 옥서면 선연리 하제(난산)를 ...
직장여성 캐릭터의 빛나는 후예, 욱다정제1106호낙원종합인쇄사 디자이너 이영애씨는 최근 사표를 썼다. 새로 부임한 사장의 ‘희망퇴직’ 강요에 분노하며 내린 결정이다. 함께 퇴직당한 동료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이영애 디자인사무소’를 열고 제2의 삶을 개척하고 있다. 대기업 황금화학 마케팅 팀장 욱다정씨도 입사 이후 최단기 승진 기록을 세우며 승승장구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