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고통을 외면한 카메라제1109호 영화가 역사적 기억과 폭력, 죽음 그리고 타자의 고통을 불러올 때, ‘어떻게 재현할 것인가’의 문제보다 중요한 건 없다. 영화의 사회·정치적 의미나 궁극의 메시지는 영화적 재현의 문제와 결코 분리될 수 없다. 그에 대한 질문이 형식적으로 영화 안에 기입되지 않은 작품은 제아무리 고귀한 의도를 품었다고 강변하…
‘오리새끼’에서 ‘혁명가 친구’ 된 푸시킨제1109호 스물한 살 때 쓴 시 한 편 때문에 죽을 때까지 황제의 감시 아래 살았던 러시아의 위대한 혁명시인 알렉산드르 푸시킨(1799∼1837)은 문학인 중 동상이 가장 많은데다 지명, 학교, 거리 이름에 가장 빈번하게 등장한다. 문제의 시 ‘자유’는 “세계의 독재자들이여! 두려움에 몸을 떨라!/...
가장 큰 위로 “네 잘못이 아니야”제1109호 그는 집안에서 유일하게 고양이 귀와 꼬리를 달고 있는 사람이다. 익명의 웹툰 작가 단지(33)는 만화에서 자신을 그렇게 그린다. 가족 구성원 가운데 늘 다른 존재로 취급받는 사람, 차별을 일상적으로 겪는 사람. 가족은 길게 늘어진 작가의 꼬리를 아프게 밟고도 그것이 눈에 보이지 않아 밟고, 또 밟는...
부산영화제의 시간을 되돌려라제1109호 최근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동안 경쟁부문과 인연이 없었던 한국 영화계로서는 4년 만의 희소식이다. 하지만 마냥 좋아하기만은 쉽지 않다. 박찬욱 감독은 최근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부산국제영화제(이하...
‘한국형 운영체제’ 이번엔 부팅할 수 있을까제1109호 운영체제(OS)는 기기를 움직이게 하는 ‘플랫폼’이다. 시스템 하드웨어부터 그 위에서 돌아가는 응용프로그램까지 관리하는 만큼, 소프트웨어 기술의 정수로 꼽힌다.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와 애플 ‘OS X’ ‘유닉스’와 ‘리눅스’ 등이 대표 사례다. PC용 OS 시장은 우리 돈으로 20...
써먹을 수 있다니까요!제1109호써먹다. 문학비평가 김현(1942~90)의 고백. “남은 일생 내내 써먹지 못하는 문학은 해서 무엇하느냐 하는 질문을 던지신 어머니, 이제 나는 당신께 내 나름의 대답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확실히 문학은 이제 권력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니며, 그런 의미에서 문학은 써먹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역설적이...
인터뷰, 만남과 대화의 철학제1109호 눌(訥). 말(言)이 안(內)으로 든다. 해야 맛이라는 말이 마음에서 맴돈다. 지승호(50)가 그러하다. 그런데 그는 전문 인터뷰어다. 인터뷰를 직업으로 개척한 사람이다. “저를 처음 본 사람들은 ‘어떻게 저런 성격으로 인터뷰를 하지?’ 하고 의아해합니다.” 의아하므로 거기엔 비밀이 있을 것이다....
필리핀해판이 아소화산까지 깨울까제1109호 일본열도는 유라시아판에 속하는 동서 방향의 ‘서남 일본’과 북미판에 속하는 남북 방향의 ‘동북 일본’으로 구성돼 있다.(그림 참조) 이들 일본열도 아래로 각각 필리핀해판과 태평양판이 아래로 파고들고 있다. 필리핀판이 서남 일본 아래로 들어가는 곳을 난카이해구(해구는 바다 밑바닥의 도랑처럼 깊고 좁은 곳을...
두 번째 봄제1108호 한 남자고등학교에 ‘여자 같다’는 이유로 글로 옮기기 힘든 욕설과 조롱, 폭력을 당하던 학생이 있었다. 그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동성애자라고 했다. 학생은 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했다. 상담선생님은 그의 여성스런 행동을 친구들 입장에서도 생각해보라고 했다. 학교에서 실시한 심층 심리검사에서 ‘매우 우울함, 매…
<노오력의 배신> 외 신간 안내제1108호 노오력의 배신 조한혜정·엄기호 외 지음, 창비 펴냄, 1만3800원 ‘근대’가 무너지고 있다. 다시 신분제 사회로 돌아간 것도 아닌데 ‘흙수저·은수저·금수저’ 계급론은 청년을 좌절케 한다. 아무리 길게 ‘노오력’해도 배신당하는 청년 당사자의 목소리를 조한혜정·엄기호 등 ‘하자 청년 연구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