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의 지체구조. 이번 일본 구마모토 지진에서 발생한 에너지는 한반도에도 일부 전달됐다. 북미판의 3색원은 4월20일 ‘동북 일본’ 센다이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규모 5.6). 구마모토 지진과는 발생 기작과 원인에서 관련성이 없다. 붉은색 삼각형은 활화산들. 이윤수 제공 (※이미지를 누르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300만 년 전 일본열도는 한반도에 붙어 있었다. 필자처럼 의심이 많은 독자들은 한반도∼동해∼일본열도의 지도를 살펴보기 바란다. 먼저 함경도에 눈길이 닿는다면 2시 방향으로 길게 꺼진 지형이 눈에 띌 것이다. 바로 길주∼명천 지구대라고 부르는 곳이다. 지구대의 동해 해안선을 보면 오목하게 들어간 곳이 있다. 둘째, 한반도와 일본열도의 중간쯤에 바가지를 엎어놓은 듯 해저에 가라앉아 있는 지형을 주목해보자. 해저 바닥에서 바라본다면 수천m의 높고 멋진 고원대지다. 그런데 이 바가지 모양은 어디서 본 것처럼 익숙하지 않은가? 자, 이젠 이 퍼즐 조각을 그림의 흰색 화살표 방향으로 한반도 길주∼명천 지구대에서 본 해안선에 맞춰보자. 와, 꼭 맞는다! 그렇다. 한때 이 해저 고원대지는 함경도에 붙어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 틈이 벌어져 동해가 생겨났다는 이야기가 된다. 일본열도는 판의 일부이기 때문에 한반도로 떨어져나갈 때 생긴 경계부 또한 암석권 단위의 거대한 구조대를 이룬다. 서남 일본과 한반도 사이에는 대한해협을 따라 쓰시마∼고토 구조대가 발달했다. 1500만 년 전 서남 일본이 한반도를 밀어붙여 울산 앞바다 석유가스전의 배사구조를 만든 것도 이 구조선이다. 내진설계 안 된 한국 건물 취약 이번 구마모토 지진에서 발생한 에너지는 쓰시마∼고토 구조대를 따라 에너지가 퍼졌다. 한반도에도 에너지가 일부 전달됐으며, 이 때문에 남부 지역이 흔들렸다. 더 큰 충격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이 구조대에 의해 한반도와 서남 일본이 지체구조(대규모 지각변동으로 넓은 지역에 걸쳐 만들어진 지질구조)적으로 차단돼 있기 때문이다. 2005년 규슈 북쪽 앞바다에서 발생한 후쿠오카 지진(규모 7.3) 때도 이번처럼 한반도를 흔들었던 적이 있었다. 당시 지진으로 쓰나미가 발생하지 않은 이유는 이 지진이 게고 단층(서남 방향)을 따라 왼쪽으로 수평이동했기 때문이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쓰나미를 일으킨 역단층과 다른 점이다. 일본에서 엄청난 재해를 일으킨 지진은 우리에게도 큰 공포감을 준다. 지진 재해에 무관심한 것도 문제지만, 학술적 근거 없이 무작정 두려워하는 것도 현명하지 못하다. 한반도는 히말라야조산대와 환태평양조산대 사이에서 중국과 일본이라는 보호막에 끼어 있어 큰 지진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결코 지진의 안전지대는 아니다. 서울∼인천∼홍성을 지나는 추가령·예성강 단층과 경주∼부산을 지나는 양산 단층을 따라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데, 내진설계가 안 된 구조물이 많아 작은 규모의 지진에서도 피해를 가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원전, 댐 등 공공시설이 전문가들이 제시한 적정 규모의 지진에 안전한지 점검하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카카오톡에서 <한겨레21>을 선물하세요 :) ▶ 바로가기 (모바일에서만 가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