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해가 달걀을 깨뜨려도 좋소제1105호 원내네 집은 마당가로 길이 난 집입니다. 원내네 집 툇마루는 지나다 걸터앉아 쉬어가기 좋습니다. 사람들은 원내네 마루에서 쉬다가 어린 원내를 보면 뭐든지 나누어주고 갑니다. 자연히 아는 사람도 많아지고 친한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원내 어머니는 어린 원내를 데리고 닭을 키웁니다. 닭들은 어린 원내의 ...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제1105호 애플리케이션(앱)을 하나 깔았다가 며칠 만에 지웠다. ‘에스크에프엠’(askfm)이라는 앱이었다. 이름에서 쉽게 예상할 수 있듯 질문을 주고받는 Q&A 중심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였다. 흥미로운 건 질문자가 대부분 익명으로 처리된다는 점이었다. 누가 내게 물어봤는지 ...
엄마에게 자유를 허하라!제1105호남편이 3일째 외박을 했다. 최근 들어 일이 부쩍 늘었다. 열심히 일하는 남편을 방해하기 싫어 바가지를 긁지는 않았지만 낮 시간의 독박육아를 넘어서 밤까지 혼자 보내자니 우울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루 종일 말 못하는 아기와 단둘이 보내다 저녁이 되면 남편을 붙들고 수다를 떨어야 조금이나마 스트레스가 풀리…
고뇌는 짧고 취재는 길다제1105호 미국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의 특종 탐사팀은 지난 몇십 년간 벌어진 보스턴 교구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스캔들을 추적 중이다. 사실을 은밀하고 철저하게 은폐해온 교회와 지역 권력자들의 오랜 공모에 부딪혀 이들의 취재는 속도를 내지 못한다. 그러던 중, 탐사팀의 일원인 사샤(레이철 매캐덤스...
지복을 누린 괴테 바이마르 권세에 취하다제1105호 세계문학사에서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처럼 모든 복을 신명껏 향유한 문인은 없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관광 제1코스인 그의 생가는 투르게네프의 영지와 쌍벽을 이룰 만큼 엄청나다. 온 집안이 돈으로 칠갑하기로는 단연 괴테 쪽이 앞선다. 나중에 어머니 혼자 30년간 살다가 매각...
그 많던 노동자는 어디로 갔을까제1104호 10년 전쯤 알아주지 않는 싸움이 하나 있었다. 부산지하철 매표소 해고 노동자 싸움. 그 동네에서는 어떻게 다뤘는지 모르지만,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모르는 일이었다. 알게 된 건 부산 가서였다. 생경했던 무인매표기. 아직 수도권에 일반화되지 않은 무인매표기가 사람을 대신하고 있었다. 교통카드는 무용...
‘제작 고유번호’가 건네는 교훈제1104호 해가 지는 갠지스강. 북적대던 거리는 이내 한산해졌고, 순박한 사람들의 웃음소리도 사라졌다. 그리고 찾아온 칠흑 같은 어둠. 인도는 깊은 잠에 빠졌다. 밤의 인도는 어떤 모습일까. 2012년 출간한 <나무들의 밤>(보림 펴냄)은 특별한 작품이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 외 신간 안내제1104호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 김택근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 1만3800원 한반도 남쪽이 민주를 참칭한 ‘독재의 섬’이 되어 신음할 때, 하의도 섬사람이 뭍으로 나왔으니, 그를 세인들은 ‘DJ’라고 불렀거니와, 대통령을 지내고 노벨평화상을 받고 후임 대통령의 죽음에 이어 그도 떠난...
‘인간 이후의 인간’을 결정하는 정치제1104호‘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다. 사람들은 극단의 정서를 오갔다. 인공지능에 역전된 인간지능의 한계에 절망했고, 기계로 대체될 수 없는 인간성의 위대함을 찬양했다. 인간과 기계를 대결 구도로 파악하는 누군가는 미래를 공포스러워했고, 인간과 기계의 대결 구도를 경계하는 누군가는 ‘인간만의 영역’에서 희망을 구…
‘덕후’답게 대접하라제1104호 10여 년 전 일본 도쿄에서 ‘카미 로보’라는 전시회를 보았다. 작가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종이로 프로레슬러 인형을 만들어왔다. 인형들은 키치적이었지만 훌륭한 디테일을 가지고 있었다. 수십 명의 캐릭터들은 촘촘한 스토리로 엮여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성하고 있었다. 작가가 두 인형을 움직이며 작은 링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