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일 기자
어쨌든 ‘벚꽃 연금’에 당첨되게 됐다. 권 음원을 낼 때 항상 조심스럽지만, 이 노래는 더했다. 너무 삐딱한 시선은 아닐까, 너무 듣는 사람을 나누는 건 아닐까, 한쪽 편만 드는 게 대중적일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이 있었다. 솔로분들이 좋아할 거란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전 차트를 쓸어버릴 줄은 몰랐다. <봄이 좋냐??>도 그렇지만, 십센치 노래는 전반적으로 가사가 인상적이다. 특히 커피가 많이 나오는 것 같은데, 십센치에게 ‘커피’란 뭔가. 윤철종(이하 윤) 아니지 않나? 커피가 나오는 노래가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안아줘요> <아메리카노> 정도 아닌가. 권 커피? 그런가. (손가락으로 커피가 나온 노래를 세어본 뒤) 생각해보니 그렇다. 지금 처음 알았다. 맞다.
십센치 이전에도 ‘커피’의 이미지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온 가수가 꽤 있었다. 하지만 십센치는 그 이미지 전략을 전복적으로 재전유한 팀이었다. 하지만 커피가 있던 곳에 늘 있어왔던 것 같은 십센치는 정작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아 보였다. 권정열과 윤철종은 오래 살아온 부부처럼 닮았으면서도 애써 서로에게서 비껴나려 했다. 십센치의 오늘까지를 더듬어보면, 역시 <무한도전>이 제일 중요한 변곡점이었다. <무한도전>에서 먼저 연락이 왔나. 권 2010년, 싱글 내고 ‘홍대 신’ 정도에서만 반향이 있고 종합 차트에는 순위가 없을 때 <무한도전>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무한도전>을 너무 좋아해서 (출연)하겠다고 했지만 이렇게 될 줄은 그땐 전혀 몰랐다. 당시에는 ‘무도가요제’가 지금처럼 파급력이 크지도 않았고. 다만 홍대 신에서만 활동하던 입장에서 앨범을 알릴 수 있겠단 설렘은 있었다. 원래 노래만 하는 것이었고, 3주 분량이었는데 6주 동안 방송되면서 <아메리카노>가 차트 역주행을 시작했다. 윤 <무한도전>에 나갈 때도 ‘음악 관련해서만 나간다’는 얘기를 했었다. 방송을 하더라도 가요제나 음악 방송만 하고 싶었고, 지금도 그렇다. 예능을 잘 못해서, 보는 분들한테 죄송한 마음까지 든다. 여전히 인디와 주류의 경계에 있단 생각도 들고, 가수이고 싶은데 연예인이 되어버렸단 속내도 보인다. 얼마 전 <무한도전>에 나온 장범준은 ‘방송을 안 해도 음원이 잘되는데, 왜 방송을 하느냐’는 취지의 이야기도 했는데, 같은 마음인가. 권 방송을 하느냐 안 하느냐보다 음악을 잘 만드는 게 우선이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장범준만큼은 당연히 아니지만 요즘은 방송에 많이 나온다고 음원이 잘 팔린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음악은 음악대로 듣고, 예능은 예능대로 평가를 하는 것 같다. 원래 대구에서 활동했었다. 2004년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 숨은 고수 선정 이후 2010년 1집 앨범을 내기까지, 나름 긴 시간이었는데 어떻게 버텼나. 권 대구에서 ‘해령’이란 팀을 하다가 군대 갔다 와서 무작정 올라왔다. 서울 가서 출세하자, 뭐 이런 마음보다는 그냥 다른 지역에 가서 공연도 해보자 이런 소박한 마음이었다. 그 무렵 홍대도 처음 가봤다. “강산에 기타로 <아메리카노> 만들어”
십센치는 봄노래로 대박이 났고, 앞으로도 계속 봄에 소환될 것이다. 권정열(왼쪽)은 “봄은 원래 외로운 계절”이라고, 윤철종(오른쪽)은 “봄은 결핍”이라고 했다. 씨네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