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서울, 삼풍' 외 신간 안내제1113호 1995년 서울, 삼풍 서울문화재단 기획, 메모리[人]서울프로젝트 기억수집가 씀, 동아시아 펴냄, 1만6천원 한국 사회는 기억에 서툴다. 기억수집가 5명이 ‘부실공사’ ‘기적적 생환’ 같은 단편적 문구로만 기억되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현장에 있던 5...
무책임한 침묵제1113호 1981년 황석영과 김종률, 광주 지역 노래패는 5월18일을 그냥 지나 보낼 수 없었다. 그 전해 벌어진 항쟁을 기억하며 노래극을 만들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노래극에 삽입된 곡이었다. 계엄군에게 사살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과 야학을 운영하다 사망한 노동운동가 박기순의 ...
새로운 게 뭐죠?제1113호 4년 전 한 일본 자동차 브랜드에 다니는 한국인 디자이너를 만난 적이 있다. 한국 기자들이 외국 자동차업계 사람을 만나면 보통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현대차는요?” 그날도 그랬다. 내가 물었는지 다른 이가 물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현대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는 “이번 쏘나...
평생에 한번은 실컷 먹어봤다고제1113호 굴비가 먹고 싶어! 굴비가 먹고 싶어~. 호섭이는 자면서 잠꼬대를 합니다. 호섭이가 굴비 먹고 싶다고 하길래 호섭이 어머니는 쪼그만 놈의 새끼가 별것이 다 먹고 싶다 한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안 사주었습니다. 많은 가족이라 제사 때 굴비 한 마리 사면 어른들이나 한 저름씩 먹어볼 수 있는 굴비입니...
평상에서 보았다제1113호지난번에 벤치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등대 가는 길 고개에 있는 벤치. 내가 툭하면 앉아 음악 들으며 담배 피우는 곳. 수평선과 무인도들, 바람과 해류와 파도가, 철새의 비행이 보이는 곳. 가까이에 좋아하는 벤치가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성격은 다르지만 비슷한 장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
괜찮아 거기는 무사해제1113호 아빠가 환자복 입은 모습을 본 건 처음이었다. 환자복이 하얘서 아빠는 평소보다 더 까매 보였고 그 옆엔 엄마가 때꾼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심란해서 밤새 잠을 설친 다음에도 충분히 화장하고 호피무늬 블라우스와 에이치라인 스커트를 입은 채로 남편과 병원에 오는 엄마의 능숙함이 나는 좋았다. 환자복을 ...
아이 떼쓸 때, 같이 화를 내버렸어요제1113호4살 아들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아이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줬는데, 아이스크림이 녹아서 옷과 손이 엉망진창이 됐어요. 닦자고 해도 막무가내로 싫대요. 집에 도착해 “손을 씻자”고 해도 싫다며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요즘 부쩍 떼가 느는 것 같아 아이를 번쩍 들어 싱크대에서 손을 씻겼습니다. 아이는 울고불고, ...
남이었으면 좋겠다제1113호 “사촌이긴 한데, 사돈의 팔촌이었으면 좋겠다.” 영화 <사돈의 팔촌> 첫 장면에서 우리가 듣는 문장은 이러하다. 남자와 여자는 아마도 사촌지간일 것이다. 그런데 왜 난데없이 ‘사돈의 팔촌’이 되고 싶은 걸까. 그렇게 시작한 영화는 10여 년 전으로 돌아간다. 온 가족이 한집에 모인 ...
전쟁이란 무엇이죠?제1113호 베트남 반전 운동이 미국 전역을 뒤덮은 1968년, 록 밴드 ‘도어스’는 〈언노운 솔저〉라는 곡을 통해 전쟁의 참혹한 모습을 시청률 몰이로 남용하는 언론계를 꼬집었다. 그들은 진솔한 반성 없는 전쟁 담론이 거듭 반복되면, 우리의 경각심도 점차 무뎌질 것이고, 결국 인류 최악의 비극이 ‘아침밥이나 ...
흑백사진이여 색이 있으라!제1113호 ‘이세돌 vs 알파고’. 구글의 마케팅은 성공적이었다. 세기의 대국은 역사에 새겨졌고, 구글은 ‘인공지능’을 전세계에 대중화했다. 인공지능이 이번엔 바둑을 넘어 사진 영역으로 들어왔다. 이름도 거창하다. ‘색이 있으라!’(Let there be Color!) 인공지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