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과 전쟁 10년사제1118호 태초에 ‘사랑과 전쟁’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렇다, 바로 그! 이혼 위기인 부부의 사연을 재연하여 세상엔 참 희한한 인간과 이혼 사유도 많다는 것을 알려준, 1999년부터 2011년까지 장수했으며 “4주 뒤에 뵙겠습니다”나 “괜→찮↗아→요↑?”와 같은 유행어도 빵빵 터뜨렸던 프로그램. 이혼...
‘포스트조던’과 ‘탈조던’ 사이의 ‘킹’제1118호 시간을 1년 전으로 돌려보자. 너무나 결정적이었던 2014-2015 미국프로농구(NBA) 파이널 5차전, 경기 내내 ‘추격자’였던 클리블랜드 캐벌리얼스는 4쿼터 중반 르브론 제임스의 3점슛으로 겨우 경기를 뒤집었다. 원정팀 에이스의 포효에 경기장은 일순간 침묵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
<외박: 고공농성과 한뎃잠> 외 신간 안내제1118호 외박: 고공농성과 한뎃잠 정택용 지음, 오월의봄 펴냄, 3만원 군말 필요 없는 사진집. “아름다울 수도, 아름다워서도 안 되는 그 아득한 세상에 대한 기록이다. 새도 둥지를 틀지 않는 굴뚝에서, 철탑에서, 교각 위에서, 아시바탑 위에서 불안한 잠을 청해야 하는 어떤 현대인들의 가파른 운명...
돼지만도 못한제1118호 구약성경에서 젖과 꿀은 약속의 땅에 흐른다. 광야를 지나야 당도할 수 있는 가나안이 거기다. 광야(현세)에서 가나안(내세)으로 가려면 요단강(죽음)을 건너야 한다. 여기, 젖과 ‘꿀’(oink·돼지가 내는 소리)이 흐르는 땅도 있다. 하루살이, 소금물에 뜬 나비 등 동물에게서 생명의 의미를 구하...
미완성의 전쟁 연작제1118호 2015년, 프랑스 문화계는 아우슈비츠에서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이렌 네미로프스키의 미완성 소설 <스위트 프랑세즈>의 그래픽노블 출시와 영화화로 설레었다. 제1부 <유월의 폭풍>은 섬세한 심리 묘사가 뛰어난 에마뉘엘 모아노가 그래픽노블로 제작했으며, 제2부 <...
‘헬조선’의 탄생제1118호 지금으로부터 140년 전인 1876년에 강화도조약이 체결됐다. 이 조약에 따라 왜관이 자리하던 현재의 부산 용두산공원 일대에는 ‘조계’가 설치됐다. 조계란, 외국인의 거주 및 무역을 위해 조성된 특정 구역을 말한다. 조계와 왜관은 차이가 있다. 왜관 시대에도 일본인이 거주하며 무역을 하지 않았...
빨치산 별을 본 사람들제1118호 그들은 별을 보았다. 지리산, 월악산, 한라산…. 입산한 그들은 발아래 사람의 마을을 내려다보았다. 숱한 불안의 밤, 그들은 마을을 비추는 별을 보았다. 빨치산. 갑년도 훌쩍 지난 두억시니 세월 전쟁통. ‘만인이 평등한 세상’을 희망하며, 총과 죽창을 들고 그들은 스스로 산에 누운 미륵이 되었다....
10년이 지나도제1117호 몇 해 전 길을 가다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여성으로 성별이 부여됐지만 남성의 정체성을 가진 트랜스젠더였다. 운전하다 교통사고가 났다고 했다. 남성으로 살아왔고, 호르몬요법 등으로 남성의 외관과 목소리를 가진 분이었다. 성기 성형수술을 하지 못해 법적 성별은 여성이었다. 경찰서에서 쌍방이 조사받을 때, ...
6폭 폭포에 ‘풍덩풍덩’제1117호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은 조선 후기의 지리서인 <산경표>의 원리다. ‘산은 스스로 분수령이 된다’ ‘산줄기는 물을 건너지 않고 물을 나눈다’는 뜻이다. 모든 산줄기는 백두산으로 통한다는 개념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에 식민세력은 광물 수탈을 위해 땅속 지질을 기준으로 ‘산맥’ 개념을 사용했으나,...
도토리 믿고 송아지를 샀네제1117호 어린 날 할머니를 따라 도토리를 엄청 주워 나른 적이 있었습니다. 풍년이 들어 산이고 들이고 모든 열매가 풍성했던 가을이었습니다. 큰오빠와 작은오빠와 나는 학교를 결석하고 며칠 동안 도토리를 주웠습니다. 아침 일찍 삼베 보자기에 밥을 싸고 막장에 박은 마늘종장아찌를 김치 이파리에 싸서 큰오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