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바뀌면 인생이 바뀔까제1121호 “빠라바바밤~.” 친구네 집들이에 가서 문을 여는데, 누군가 익숙한 음악을 콧노래로 부른다. 그러면 갑자기 조명이 화사해지고 집 안이 광각렌즈로 보는 세상처럼 넓어지는 환상을 본다. 2000년대 초반 <일요일 일요일 밤에>(MBC)의 한 코너 ‘러브하우스’가 만들어낸 광채다....
<풀꽃도 꽃이다 1·2> 외 신간 안내제1121호 풀꽃도 꽃이다 1·2 조정래 지음, 해냄 펴냄, 각 권 1만3800원 군말 필요 없다. “군부독재가 역사 저편으로 사라지고, 민간 정부가 들어서고, 아들이 장가를 들어 나를 할아버지로 만들어주고, 두 손자가 차례로 학교에 들어가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 분단이 내 기대를 배신했던 것처럼 사교육도...
수학에 인간을 입히면제1121호 수학처럼 부담스러운 과목도 없었다. 국어와 영어는 그나마 생활 속에서 사용할 기회가 있지만, ‘로그’나 ‘로피탈의 정리’ 따위는 대체 어디에 쓰라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수학을 공부하는 이유를 생각해보고 싶어도, 치열한 입시 경쟁은 그 시간에 한 문제라도 더 풀라고 다그친다. 그러니 수학을 가르치지 말자는 …
무너지는 도시를 기록하다제1121호서울은 무너지는 도시다. 자본과 욕망은 오래된 것,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 뿌리가 깊어 더 이상 갈 곳 없는 것들의 자리를 탐낸다. 싼값에 밀어내고 새 말뚝을 박으려고 한다. 여기에 우리는 유행어처럼 알려진 단어 ‘젠트리피케이션’을 갖다 붙이기도 한다. 먹고살 터전을 잃은 시민은 막막해서 울고, 용역이 뿌린 ...
‘빠순이’가 뭐 어때서제1121호 딸은 아이돌그룹 동방신기 ‘빠순이’였다. 다만 ‘선을 지키는 빠순이’였다. 집을 나가 전국을 배회하지는 않았다. 대신 동방신기 온라인 카페에 매일 들어가 팬들과 소통하고 ‘아이돌 Goods(상품)’는 꼭 구매하고 관련 소식을 빼먹지 않는 정도였다. “사실 동방신기 아니면 다른 즐거움이 없었다. ...
포켓몬 평화제1121호 지난 7월6일 출시된 닌텐도의 실시간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고>의 플레이 영상을 처음 보았을 때, 가장 떨리는 파트는 같은 포켓몬을 찾은 사람들이 우연히 현실의 어느 장소에 함께 서 있는 순간이었다. 그들은 스마트폰을 손에 든 채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미소지으며 눈빛을 교환한다. 그것은 ...
‘위안부’, 잘 알지도 못하면서제1121호 박유하 세종대 교수의 저서 <제국의 위안부>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2013년 8월 출간된 <제국의 위안부>는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아편을) 군인과 함께 사용한 경우는 오히려 즐기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등 ‘자발적 매춘’을 암시하는 내용으로 ...
오라 연극으로, 가자 인간으로제1121호 망징패조(亡徵敗兆). 흔히 망조라 한다. 나라꼴이 그렇다. 연극판은 어떨까. “우리 연극은 ‘사람 보는 관점’이 너무 낡은 것은 아닌가? 우리는 연극이라는 엄청난 그릇을 고작 주전부리나 담는 데 쓰고 있는 건 아닌가?” 지은이의 문제의식이다. 지은이는 이상우(65). 1977년 극단 ...
‘땀쟁이’ 복서의 금요일제1120호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기 전까지 잊고 있었다. 여름이 땀의 계절이란 사실을. 애초에 수영을 좋아했던 이유도 다시 떠올랐다. 물속에선 연신 땀 닦을 필요가 없어서 편리했음을. 복싱장에는 땀을 많이 흘리기로 유명한 이들이 있다고 했다. 나의 첫 스파링 상대이자 복싱장 에이스 ‘아현동 핵주먹’, 과묵하지만 늘 ...
할머니가 더 좋대요제1120호육아휴직 뒤 회사로 복귀한 지 7개월 정도 지났어요. 2살 아이를 시어머니께서 잘 돌봐주십니다. 그런데 요즘 제 마음이 헛헛해요. 엄마인 저보다 할머니를 더 따르는 딸을 보면서 ‘아이가 할머니와 애착이 잘 형성됐구나’ 안심되면서도 뭔가 서운함이 올라옵니다. 솔직히 아이를 시어머니께 뺏긴 기분이 들어요. 아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