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무욕의 집을 향해제1122호염전 한가운데 보루꾸(가운데 구멍을 내 시멘트의 양을 줄인 시멘트 블록)로 담 올리고 슬레이트로 지붕 얹고 연탄보일러 깔아놓은 외딴 단칸방이 있었다. 본디 염부들 일하다 지치면 잠시 등 대고 누워 쉬거나 눈비 쏟아지면 피신할 수 있도록 지어놓은 움막이었다. 그런 움막에 살림을 들이고 두 자식을 키우는 부부가 …
생존본능, 기자본능 GO!제1122호 만화가 마영신은 자신에게 마이크를 갖다대면서 만화를 시작했다. 스무 살, 저예산 예술영화 미술 스태프로 일했다. 촬영 현장에서 겪은 온갖 ‘영화 같은’ 일을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려니 전달이 잘 안 됐다. “답답해서 만화로 그렸죠.” 방위산업체 군복무 시절 공장노동 경험을 담아 <남동공단>...
시절이 변해도 5·16은 쿠데타제1122호 군사독재 세력이 수십 년간 대한민국 권력을 장악한 과거가 있다. 그 시작이 박정희의 1961년 5·16 쿠데타였다. 박정희 세력은 당시 민주적 합헌 정부를 군사 쿠데타로 무너뜨리고 헌정을 2년 넘게 중지했다. 그들은 1961년 쿠데타 일주일 뒤, 모든 정당과 사회단체를 해체한다고 발표했다. ...
공부의 쓸모를 찾아서제1122호 호모 아카데미쿠스. ‘나는 공부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더 좋은 학벌, 부모의 체면, 안정된 직장, 끊임없는 자기계발, 지식 탐구, 즐거움. 배움의 목적은 다양하지만 그 결과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공부가 삶을 풍요롭게 했던가, 삶을 고통스럽게 했던가. 무엇으로 갈렸을까....
절경만이 책이 된다제1122호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고은 시 ‘가을 편지’) 7년 만이에요. 잘 지내셨나요? 조청 같은 땀이 흥건한 여름이지만, 가끔은 고양이 꼬리가 살랑대듯 바람이 불어요. 어제는 신문사 근처 여자대학을 갔어요. 치마가 하늘하늘. 마음에 풍차가 돌았어요. 2009년 그대에게 글을 쓰면서 이런...
당신의 책장을 돌아보세요제1122호 우리는 왜 책을 읽을까? 책에 담긴 저자의 성찰 때문일 수도 있고,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해서, 정보를 조리 있게 정제하는 편집의 묘미에 매력을 느껴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책을 선택할 때 저자의 유명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은 아닌지, 신간 찍어내기에 급급한 출판계가 배설하는 그저 그런 서적에 현혹되고 ...
<왜성 재발견> 외 신간 안내제1122호 왜성 재발견 신동명·최상원·김영동 지음, 산지니 펴냄, 1만5천원 <한겨레> 영남팀 기자 3명이 주말을 반납하고 땀으로 만든 책.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쌓았다 해서 왜성. “왜성은 치욕의 상징물이 아니라, 임진왜란이라는 절체절명의 국난을 극복한 우리 조상이 자손에게 당당히 ...
내 차, 언제 팔아야 좋을까?제1121호 성공한 최고경영자(CEO)처럼 멋진 검은색 세단을 끌고 다니던 김완 <한겨레21> 디지털팀장이 최근 차를 바꿨다. 로또를 맞은 것은 아니고, 둘째가 태어나 짐 실을 공간이 더 큰 차가 필요했다. 그래서 승용차를 팔고 이번에는 흰색 스포츠실용차(SUV)로 갈아탔다. 새 ...
아찔한 깨달음제1121호 아찔한 바위 끝에 위태롭게 걸린 암자는 그 자체로 훌륭한 경관이다. 팽팽한 긴장감을 주어 보는 이를 경건하게 한다. 사방이 터져 조망이 시원하기 때문에 그곳에 있는 이를 황홀하게 한다. 일출과 일몰, 월출과 월몰의 기운을 온전하게 받으며 감상할 수 있다. 일출 또는 일몰 시간대에 안개가 자욱하게 끼거...
길을 걸었지 누군가 옆에 있다고제1121호 연애가 끝나서 자꾸 눈물이 났던 작년 어느 날에 남동생이 내게 말했다. 누나, 슬플 땐 많이 걸어. 그럼 길 여기저기에 슬픔을 두고 올 수 있거든. 나는 원래 많이 걷는 사람이었지만 그날 이후 더 많이 걸었다. 많이 슬픈 날엔 뛰기도 했다. 그러다가 결국 매일 달리기를 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