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판타지제1146호연말과 연초 흥행 돌풍을 이어간 영화 세 편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무력한 현실을 상상의 힘으로 극복한다는 것. 앞으로 실패밖에 남은 게 없는 듯한 인생, 이번 생에는 밝혀질까 싶은 정치권의 각종 비리, 속수무책으로 당한 거대한 재난 현장 앞에서 우리가 상상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답은 질문의 반대...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든다제1146호2016년 11월 대한민국은 해동됐다. 황당함과 분노, 어이없음과 자괴감, 실망감과 혐오감, 이 모든 것이 혼합된 감정은 우리의 피를 동시에 끓게 했고, 우리의 눈을 TV 화면 앞으로, 우리의 몸을 광장으로 몰아붙였다. ‘해동’은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났다. 10대와 60대 간, 호남과 ...
저항의 숲으로 모이자제1146호 펑. 잔뜩 흔들린 병맥주에서 거품이 흘러넘친다. 2017년 벽두 대한민국. 말들의 성찬이 흘러넘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잡아당긴 대통령선거 일정. 권력을 자신에게 달라는 언어가 날마다 수런거린다. 바야흐로 ‘정치적 먹방’의 시기. 이 계절에 소줏고리를 생각한다. 위아래로 포갠 오지그릇에 불을...
<공부는 이쯤에서 마치는 거로 한다> 외 신간 안내제1145호공부는 이쯤에서 마치는 거로 한다 한창훈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1만3천원 “우리가 놓치고, 잃어버리고 있는 게 무언지 생각하게 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은 무기력하다. 당시처럼 ‘덤벼드니까 청춘이다’가 맞는 말이다. 잘못된 것에는 덤벼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긴 다음 한바탕 노는...
가만히 들여다봅니다제1145호 “자화상에 등장한 얼굴과 화가의 얼굴이 동일하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가?” 여지껏 본 자화상들이 문득 무위(근거 ‘없음’) 같아지는 이 질문은 프랑스 철학자 폴 리쾨르(1913~2005)의 것이다. 물음표(?)가 온점(.)을 지니듯, 리쾨르의 저 의문은 자화상의 한 본질을 담고 있다. ...
‘친근혜’가 ‘먼 근혜’ 되기까지제1145호 <시크릿가든> 이전에 <측천무후>가 있었다. 박근혜씨가 좋아했다는 드라마 이야기다. 2000년쯤 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이 여성지 프리랜서 작가일 때 박근혜 당시 국회의원에게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를 묻자 중국 대하 드라마를 꼽았다고 한다(<오만과 ...
전업맘이 부러울 때제1145호 8살, 6살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입니다. 대학 졸업 뒤 줄곧 일했고, 출산 뒤 두 아이 키우며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회사에서 제가 원치 않는 부서로 인사가 났습니다. 화가 많이 났습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꾹 참고 회사에 다녔지요. 새해가 왔지만 새해 같지 않습니다. 요즘은 ...
팅커벨의 집처럼제1145호 영국 잉글랜드 남서부 서머싯셔 웨이포드 숲에 수백 개의 ‘페어리 도어’(fairy door)가 실재한다. ‘페어리’는 마법을 부릴 줄 아는 요정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 등장하는 ‘트롤’이나 영화 <반지의 제왕>의 레골라스 같은 ‘엘...
아내 선망증제1145호 고백하건대, 아내의 ‘육아휴직’은 부부 관계를 다시금 규정하게 했다. 집에 아내가 있다는 게 뭔가 든든했다. 택배 받는 일은 기본이고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아이가 따듯한 오후 간식을 먹을 수도 있지 않을까. 늦게만 들어가지 않는다면 당연히 (차려진) 저녁밥도 먹을 수 있고, 땅거미가 내려앉을 무렵 ...
‘찰나의 순간’을 진열하다제1145호 사람들은 웃는 얼굴로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러니까, 최근 본 전시 중, 아니 경험한 것 중 가장 재미있는 일이었어요. 근데 이게 왜 재미있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재미의 근원을 찬찬히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큐레이터 현시원) “어떤 단어로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청량하다? 전시장 문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