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한 금기의 시간제1147호 나는 빵 성애자다. 닭고기 살처럼 길게 찢어지는 식빵을 우유에 찍어 먹을 때의 촉촉함, 초콜릿이 진하게 든 크루아상을 바삭 베어 먹을 때의 달콤함, 견과류와 바질이 가득한 식사빵에 상온에 적절히 녹은 버터를 발라 커피와 곁들여 먹을 때의 향긋함. 진 빠지는 육아노동을 ‘빵과 커피의 시간’으로 달래왔다. ...
전셋집 찾기만큼 힘들다제1146호 지난해 마지막 출근일에 만난 동료에게 나는 꿀을 선물했다. 한 해를 돌아보니 가장 잘한 일은 무농약 꿀을 수확한 거였다. 당신을 많이 좋아하고 응원한다는 마음을 행동으로 표현하기에 꿀을 선물하는 것만큼 분명한 건 없었다. 정성을 선물할 수 있어 참 행복했다. 단호박샐러드 위에 뿌려진 꿀, 담백한 ...
아이의 ‘오프스피드’제1146호 프로야구에서 자주 쓰는 용어 중 ‘오프스피드’(off-speed)라는 말이 있다. 투수가 시속 150km 강속구만 던진다고 타자를 이기는 게 아니다. 투수의 공을 많이 상대할수록 타자는 공에 적응하기 때문이다. 타자가 불같은 강속구를 쳐낼 수 있는 원리다. 그래서 투수는 타자와의 싸움...
<말레이 제도> 외 신간 안내 제1146호말레이 제도 앨프리드 러셀 윌리스 지음, 노승영 옮김, 지오북 펴냄, 3만6천원 “생명 순환은 인간과 별개로 흘러왔으며 인간의 지적 발달이 진행될 때마다 교란되거나 파괴된다.” 진화론의 숨은 창시자로, 다윈을 급박하게 한 과학 혁명가 윌리스의 역작. 846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은 ‘자...
가리워진 욕망, 드러난 공포제1146호 1983년 주디 존슨은 아들이 유치원 남교사에게 성학대를 당한 것 같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모자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해안도시 맨해튼비치에 살았다. 존슨이 아들에게 들었다며 경찰에 피해 신고를 꾸준히 더하면서 사건은 커졌다. 유치원이 성학대 외에 동물·사람을 살해하는 ‘사탄교’ 의식을 보여주고 포르노를 찍는 ...
별일 없이 산다제1146호 치킨 시킬까? 퇴근길, 같이 사는 사람에게 저녁을 건너뛰어 출출하다고 하니 익숙한 듯 답변이 왔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퍼진 세계에서 나뉜 세계를 본다. 떼죽음을 당하는 한쪽과 별일 없이 돌아가는 대부분의 세계가 있다. 사상 최악의 AI 사태, 부끄럽게도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이토록 따뜻한 위로제1146호 토닥토닥. 지치고 상처 입은 마음을 다독인다. 따뜻한 위로가 너무나도 필요한 때. 괜찮다고 다 괜찮아질 거라고 쓰다듬으며, ‘읽는 약’ 그림책을 건네는 이들이 있다. <이토록 어여쁜 그림책>(이봄 펴냄)의 저자 시인이자 그림책작가 이상희, 신문기자 최현미, 출판평론가 한미화, 동화...
나는 ‘맥수저’입니다제1146호 ‘13월의 보너스’를 받을 시기다.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해마다 이맘때면 이 나라는 ‘소수자의 설움’을 굳이 일깨워준다. 나뿐만 아니다. 한국 PC 이용자 100명 중 2명은 같은 처지다. 연말정산용 서류를 확인하려면 국세청 홈택스 누리집에 접속해 본인 인증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윈도와 ‘인터넷...
우리가 몰랐던 미용실제1146호 오래된 동네, 이차선 도로를 낀 주택가 상점들. 동네 나이만큼 간판들도 노랗게 바랬다. 버스를 타고 한 정거장만 나가면 대로변에 번쩍이는 상가가 즐비한 롯데월드타워가 보인다. 크고 반들거리는 동네 옆, 보도블록 귀퉁이가 날긋날긋 닳은 동네에 ‘우리가 몰랐던 미용실’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서울 한복판에 ...
편의점인간제1146호 지난해 7월19일, 일본의 대표적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의 155번째 수상작으로 무라타 사야카가 쓴 <편의점 인간>이 선정됐다. 그로부터 4개월 뒤 이 작품은 한국어로 발매돼 몇 달 동안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았다. <편의점 인간>을 간략히 소개하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