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이렇게 한숨 돌리고 나면 더 잔인한 지옥이 다시 반복될 것이다. 유례없는 전파 속도로 타격을 입은 피해 농가는 내년에도 위기에 노출될 수 있고, 인체 감염 공포에 떨었던 시민들은 똑같은 걱정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국고도 한정 없이 샌다. 이번 AI 사태에 투입된 세금이 2조원이라고 했는데, 이 지옥에 우리는 또 얼마를 퍼부어야 할까. 소설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그의 첫 논픽션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에서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일관된 태도를 “탐욕과 지배”라고 지적했다. 최소한의 예의와 윤리 없이 생명을 상품으로 대하는 태도는 우리가 그들보다 우위에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한다. 그런 거대한 탐욕의 트랙을 벗어나는 실험을 한 이가 있었다. 미국의 요리평론가 매니 하워드는 도시 한가운데 자신의 집 뒷마당을 갈아엎어 밭을 일구고 가축을 길렀다. 고기를 먹으려면 집 뒷마당에서 키우는 것을 직접 도축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러자 반짝이는 세계에 가려져 있던 비릿한 시간이 드러났다. 닭의 목을 비틀며 마지막 비명을 들어야 했고, 동물을 잡기 위해 칼을 갈면서 번뇌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그는 이 시간을 통해 농·축산이 산업화·대형화하면서 발생한 ‘가려진 세계’의 거대한 막을 걷어치우는 과정을 경험했다. 그들은 물건이 아니다 AI 사태를 맞아 농·축산의 대형화를 비판하며, 미국의 괴짜 요리평론가가 그랬듯 먹고 사는 일을 각자도생하자는 건 아니다. 하지만 조각난 고기가 만들어지는 분절된 노동의 세계, 가려진 시스템은 우리가 근본적 질문을 던지지 못하도록 한다. 동물을 포대에 담아 던져버리는 정부의 대처도 우리의 시야를 가린다. 거기엔 병든 동물은 폐기해야 할 ‘물건’이라는 시선이 자연스레 녹아 있다.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공생의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시작은 그들을 물건으로 보지 않는 데서 출발할 것이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독자 퍼스트 언론, <한겨레21> 정기구독으로 응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