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 갇힌 아이들제1162호 결혼이 그렇게 빠른 것은 아니었지만 큰아이가 태어난 것은 더 늦었다. 9년 만에 아이가 태어났고, 연거푸 둘째아이가 태어났다. 네 살과 여섯 살, 두 남자아이의 아빠로 살아간다. 그 사이 나도 50살이 되었다. 둘째는 태어날 때 숨을 못 쉬었다. 바로 집중치료실로 들어갔다. 3개월 출산휴가를 ...
오, 나의 뮤즈님!제1162호 뮤즈(Muse). 그리스어 ‘무사’(Mousa)에서 유래한 영어 단어다. 그리스 신화를 보면, 제우스와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 사이에서 태어난 아홉 자매를 ‘무사이’(Mousai) 여신이라 부른다. 무사이는 무사의 복수형이다. 이들은 각기 예술·문학·학문 등을 관장했고 다른 ...
“반어법? 이젠 정공법으로”제1162호 그의 반어법은 힘이 세다. 욕인지 칭찬인지 헷갈리게 하며 꼬집어 비판한다. 술술 읽히고 웃기기까지 하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박근혜의 장점은 시간이 더디게 가게 하고 늘 긴장할 수 있게 해주고 국정원을 세계적 정보기관으로 키운 것”([B급 정치])이라고 ‘돌려깐다’. 그래서 자신이 블랙리스트에...
당신은 ‘검은 그림자’를 만드는 리더입니까제1162호 한 남성이 회사를 그만둬야 할지 계속 다녀야 할지 고민이라며 상담을 청했다. 그가 다니는 회사는 손꼽히는 대기업인데다 사원 복지도 썩 괜찮다고 했다. 더욱이 그는 대학 시절 내내 그곳에 입사하는 것을 목표로 공부를 해왔다. 입사 뒤에도 능력을 인정받아 비교적 승승장구하던 중에 문제가 불거졌다. 부서...
지배계급 역사는 희극의 역사제1162호역사는 한 번은 희극으로, 한 번은 비극으로 연출되는 극장이다. 강자의 입장에서 한국 근현대사는 희극이었지만 대다수 약자의 시선으로 보면 비극의 연속이었다. 그 비극은 어쩌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지 모른다. 한국 사회주의 운동사의 권위자인 임경석 성균관대 교수가 한국 근현대사 사료에서 발굴한 이야기를 씨줄…
웰컴 마흔!제1162호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밤 열한 시쯤 갑자기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온 대학 동기 H는 그야말로 나무랄 데 없는 친구였다. 회사에서 항상 주변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뛰어난 인재이고, 훌륭한 남편이자 자상한 아빠이기도 하다. 회사를 다니는 틈틈이 주말마다 악기를 배우고, 가끔 친구...
진짜가 사라진다제1162호 선거를 치르는 나라에선 이제 ‘가짜 뉴스’와의 싸움이 필수 여정이 됐다. 절차적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제도 자체를 흔드는 위협이니 가만둘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우리 식대로 “뿌리 뽑고 엄단”하겠다고 덤비는 것도 곤란하다. 무엇을 뽑을 뿌리로 볼지, 그것을 누가 판단할지, 그 뿌리는 누가 뽑을지 생각해야…
<릴리트> 외 신간 안내제1161호릴리트 프리모 레비 지음, 한리나 옮김, 돌베개 펴냄, 1만3천원 “그는 신자도 아니었고 복음에 관해 많이 알지도 못했다. 하지만 아우슈비츠에서 내가 알아채지 못했던 한 가지 사실을 내게 말해주었다. 거기서 그가 도와준 사람은 오직 나 한 사람이 아니었다.”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로 잘 알려진 프리...
남근 바위 여근 폭포제1161호 전국의 산을 찾아다니면 눈을 휘어잡는 형상을 만나곤 한다. 그중에서도 남성과 여성의 성기를 닮은 형상에 눈길이 간다. 이런 형상에는 여러 전설이 깃들여 있다. 남근을 닮은 건 대개 바위이고, 여근을 닮은 건 폭포와 석굴이 많지만 간혹 봉우리도 있다. 민속학자 주강현은 책 <우리 문화의 ...
‘봄 꿀’ 따러 갑니다제1161호 눈부신 계절이 돌아왔다. 가로수에는 새로 돋아난 잎이 희망을 뽐낸다. 마음이 지옥인 어떤 날에는 날씨가 이렇게 좋아도 되나 싶다. 4월29일 토요일 오전, 초보 양봉가는 올해의 양봉을 시작하러 서울 동대문 한 호텔 옥상으로 향했다. 이곳이 바로 전대차계약으로 지난겨울에 구한 ‘도시 양봉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