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은 ‘랜덤’이 아니더라제1164호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포털에서 서핑을 했다. 오른쪽 하단 쇼핑 코너의 한 광고가 눈에 들었다. ‘향수 랜덤박스 5000원.’ 아, 이 가격에 향수를 준다는 건가? 설마, 하고 클릭했다. ‘○○마켓’이란 쇼핑몰이었다. 랜덤박스 일반형은 5천원, VIP형은 3만원을 내면 샤넬, 아르...
감정 조작도 가능하다제1164호 많은 사람이 어린 시절 무언가를 열심히 구매한 경험이 있다. 199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내 친구들 중에는 무리하게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농구화를 열심히 사 모으던 녀석들이 있었다. 스마트폰이 익숙한 세대에게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겠지만, ‘워크맨’(소니의 휴대용 카세트테이프 재생기)이나 그 뒤를 이은 ‘…
가족이 삶을 구원할 수 있나제1164호 육 년 전 크리스마스 파티에서였다. 장소는 미국 할리우드 거리에 자리잡은 퓨전 일식집이었다. 바가 있는 1층은 사람들로 북적거려 한적한 2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늦은 밤, 어두운 구석 테이블에 숨어들듯 앉았다. 지금은 전남편이 된 L은 와인을 가져다주겠다며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간 뒤였다. 혼자 앉아 ...
새 나라의 씨앗제1164호 시인 신경림은 유신의 암흑이 절정이던 1978년 적었다. “목 잘린 교우들의 이름 들을 적마다/ 사기가마 굳은 벽에 머리 박고 울었을/ 황사영을 생각하면 나는 두려워진다/ 나라란 무엇인가 나라란 무엇인가고”(‘다시 남한강 상류에 와서’ 부분) 철학자 김상봉(59·전남대 철학과 교수)은 신경림의...
<남은 자들의 말> 외 신간 안내제1163호남은 자들의 말 전성욱 지음, 오월의봄 펴냄, 2만2천원 “남은 자들에게 5월의 광주는 숭고한 속죄의 공간이 된 것이다.” 문학평론가 전성욱이 5·18 광주민중항쟁을 소재로 한 소설을 분석했다. 5월 광주를 그린 소설을 크게 ‘재현의 기획’과 ‘표현의 기획’으로 나눈다. 소설이 담은 살아남은...
산에서 ‘알바’를 하다제1163호 산꾼들 사이 용어 중에 ‘알바’가 있다. 김별아 작가는 ‘헛돌이’라 했다. 예정했던 길에서 벗어나 다른 길로 가는 것을 말한다. 알바는 산행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여서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다. 예정했던 길로 가기 위해 잘못 들어선 지점으로 되돌아오거나, 좀 돌긴 하지만 다른 길을 경유해 예정했던 ...
피는 물보다 진할까제1163호 “엄마는 나를 돌보는 게 감당이 돼서 입양한 거 맞아?” 때로 다엘이 장난스럽게 하는 말이다. 이 말에 나의 장황한 스토리텔링이 시작된다. “사람 하나가 태어나기 위해선 우주의 수많은 요소가 모인 복잡한 과정이 필요한 거야. 네가 태어날 결심을 하지 않았으면 이 세상에 올 수 있었겠어? 태어나지 않았으면 입양...
혁명, 아주 오래된 농담제1163호 예측 가능한 시기에 전통적 의미의 혁명이 가능할까? 공산주의마저 상품화해버린 가공할 첨단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 혁명 가능성을 타진하는 일은 아주 오래된 농담을 듣는 일처럼 무료하다. 그러나 100년 전, 마르크스의 예언과 달리 유럽의 가난한 변방 국가에서 사회주의혁명이 성공했을 때 그 붉은 물결은 이내 지구...
그래도 인간이 희망이다제1163호 지구가 볼 때 인간은 별난 생물종일 게다. 티끌만 한 생을 사는 주제에 “땅에서 하늘까지 온 자연계”를 헤집어놓았다. 인간은 “세균적”으로 증가해 지표 75%를 점령했다. 땅을 개간하고 바다를 막고 퇴적물로 육지를 창조하고 하늘을 누빔으로써 구름(비행운)까지 만든다. “마치 신처럼.” 여기에 더해 200...
물회, 그것도 특!제1163호 5월 말인데 덥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더우면 나는 무조건 물냉면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어쩐 일로 물회가 먼저다. 나는 지금 반년 넘게 <한겨레>에 짧은 영화 산문을 연재하고 있다. 내 자랑이 아니라 물회 얘기다. 영화에 대한 식견이 전무한 내가 ‘권여선의 인간발견’이라는 허황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