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게 버텨내는 것제1161호 ‘앓다’ ‘핥다’. 생김새가 비슷하다. 가만히 입안에서 굴려본다. 알타, 할타. 음도 닮았다. 앓으니 핥는 건가. 대척점에 서 있는 두 단어의 유사점을 발견하니 피식, 입에서 절로 바람이 샌다. 떠올려본다. 얇은 종잇장에 손가락을 베었을 때를. 깨진 상처에 본능적으로 혀를 가져다 댄다....
‘개취’입니다, ‘존중’해주세요제1161호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확실치 않지만 온라인상에서 ‘개취존중’(개인의 취향을 존중해달라는 뜻의 줄임말)은 이제 하나의 정론이 된 듯하다. 누군가의 딴지로부터 방어막을 치기 위해 ‘개취존중’을 해달라고 미리 못박거나 끝없이 이어지는 댓글들 사이의 논란을 일단락하기 위해 ‘취존’(취향존중)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혼하는 날, 비가 내렸다제1161호‘이서희의 오픈하우스’가 3주에 한 번씩 독자를 찾아갑니다. 이서희 작가는 이 코너를 통해 낭만적 사랑과 연애 그리고 결혼으로 이어지는 독점적 일부일처제 가정의 이야기가 아닌, 비혼은 물론 이혼 및 다른 형태의 결합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스케치 형식으로 풀어갈 예정입니다. 글을 위해 인터뷰가 진행되겠…
꿈에서 싱싱한 파를 샀더니…제1161호 “취재팀 첫 아기 아냐?” 딸 도담이의 출산 소식을 전하자 맞은편 자리에 앉은 오계옥 사진기자는 기억을 한참 더듬었다. 오 기자는 <씨네21> 창간 멤버이자 산증인이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 아이가 있었던 취재기자는 아마 단 한 명도 없었던 것 같아. 회사를 그만둔 뒤 아이가 생긴 ...
공감의 첫걸음을 떼라제1161호 “동성애를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동성애 때문에 에이즈가 창궐하는 거 아십니까?” 지난 4월25일 대선 후보 TV토론회에서 나온 성소수자 관련 발언이다.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혐오 표현이 가감 없이 드러났다. 대선 후보의 혐오 발언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이미 한국 사회에 ...
‘맨’과 ‘맨’이 어때서제1161호 <맨투맨>은 JTBC가 야심차게 내놓은 드라마다. 지난해 11월 헝가리 부다페스트 로케이션으로 촬영이 시작된 뒤, 한류 스타 박해진의 액션 연기 등으로 기대를 모았다. 과연 첫 회는 굉장한 스케일과 긴장감을 보여줬다. 국제 테러를 진압하던 특수군 김설우(박해진)가 국가정보원 해외파트...
기술혁명 길목에서제1161호 요즘 부쩍 ‘미래’라는 말이 자주 들려온다. 유력 대선 후보 중 하나인 안철수씨가 스스로 “미래를 여는 첫 대통령”이라고 외칠뿐더러 다른 후보들도 뒤질세라 ‘미래’라는 말을 꺼내는 게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미래란 말이 오가는 자리엔 빠짐없이 ‘4차 산업혁명’ 관련 이야기도 따라붙는다. 그렇다고 미래란 ...
‘빵과 장미’ 대선제1161호 “우리가 행진하고 행진할 때…” 그저 노래가 흘렀을 뿐이다. 딱히, 대단하게 슬픈 장면도 아니었다. “우리는 빵을 위해 싸우지만 장미를 위해 싸우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만, 주디 콜린스의 청아한 목소리로 익숙했던 노래 <빵과 장미>(Bread and Ros...
<그날 당신은 어디에 있었는가> 외 신간 안내제1160호그날 당신은 어디에 있었는가 김봉규·김흥구 외 찍음, 루페 펴냄, 2만5천원 “이 책은 ‘그날’ 당신과 내가 어디에 있었느냐고 묻고 있지만, 우리 모두는 어디에 있었든 이 역사의 동참자들이며 미래의 방향을 결정할 사람들이다. 어디에 있었느냐는 물음은 그래서 이렇게 바꾸어도 좋을 것이다. 이제...
알고리즘이 공정하다고?제1160호 “인공지능이 변호사를 대체할 수 있을까요?” 판사 퇴임 뒤 변호사로 일하는 분께 물었다. ‘알파고’(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후폭풍으로 웬만한 직업은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난무할 무렵이었다. “글쎄요. 미국에서 판사 정도는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배심원의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