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들의 모국어제1166호 지난해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를 내고 인터뷰나 낭독회 등에서 틈만 나면 술 얘기를 하고 다녔더니 주변 지인들이 작가가 자꾸 그런 이미지로만 굳어지면 좋을 게 없다고 충고했다. 나도 정신 차리고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앞으로 당분간은 술이 한 방울도 안 나오는 소설을 쓰겠다고 술김에 ...
강태공 손맛 낚아채는 테크놀로지제1166호 나는 낚시광이다. 시간을 탓할 뿐, 마음은 늘 갯바위 언저리를 맴돈다. 왜 낚느냐고 묻거든, 대답한다. 바다가 거기 있으니까. 그 바다에서 나 자신을 낚고자 할 뿐. 그래서 낚시꾼에게 “어부냐?”란 말은 비아냥거림이요, 타박이다. 강태공은 낚시가 업이 아니다. 탁 트인 바다, 서늘한 바람, 지루...
벨로주가 돌아왔다제1166호 2008년, 박정용씨는 국내 최대 포털 회사인 네이버를 그만뒀다. 미디어서비스유닛장으로서 뉴스 서비스 등을 총괄하던 그였다. 가족은 물론 주변에서 다들 말렸다. 그 또한 미련이 남았지만, 고민 끝에 사표를 냈다. 그의 나이 서른여덟이었다. “고1 때, 초등학교 교사이던 아버...
유월항쟁을 걷다 크로켓 입에 물고제1166호 서울 지하철 1호선 남영역 플랫폼. 하행선 스크린도어 너머로 회색빛 건물 한 채가 빠끔히 고개를 내밀고 있다. 용산역과 서울역을 앞뒤로 바라보는 이 건물은 ‘남영동 대공분실’이라 불렸다. 고 김근태 의원 등 민주화운동가들이 잡혀와 고초를 겪던 악명 높은 장소다. ‘저런 건물이 이런 데 있다니….’ 건물은 위세…
헬조선을 벗어나는 행복한 방법제1166호 ‘행복’을 주제로 만난 두 번째 마음 전문가는 자칭 ‘싸우는 심리학자’이자 <트라우마 한국사회> <불안증폭사회> 등의 저서를 통해 한국인들의 집단심리를 치열하게 파헤쳐온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이다. 김태형 소장은 1990년대 국제통화기금(IM...
[WHEN 시간의 심리학] 외 신간 안내제1165호WHEN 시간의 심리학 마이클 브레우스 지음, 이경식 옮김, 세종서적 펴냄, 2만원 “좋은 타이밍은 당신이 선택하거나 추정하거나 임의로 결정해야 하는 어떤 것이 아니다. 그 타이밍은 이미 당신 안에, 즉 당신의 유전자 속에 정해져 있다.” 세계적 수면 전문가이자 임상심리의사인 지은...
엄마는 용감해제1165호 ‘여울이’라 이름 붙인 고양이가 있었다. ‘무늬고등어’(온몸에 고등어처럼 청회색 무늬가 있고 입 주변에 짜장이 묻은 것처럼 검은 무늬가 있는 고양이를 이르는 애묘인들의 용어)인 귀여운 외모의 고양이다. 늦봄에 여울이는 새끼 6마리를 낳았다. 이 사실을 안 이웃 마을의 캣맘은 지극정성으로 육묘 중인 녀석을 ...
눈에는 눈, 대못에는 대못제1165호 어느 날 이마에 대못이 박힌 채 고통에 울부짖는 고양이가 서울 곳곳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십 마리의 고양이를 잔혹하게 죽이고 괴롭히는 ‘연쇄살묘마’로 인해 사회 분위기는 흉흉해진다. 증거를 하나도 남기지 않는 철두철미한 범행에 경찰도 손을 놓고 지켜볼 뿐이다. 은둔형 외톨이 청년 정동언은 이 사건의 범…
어린이집은 전학 큰돈 안 들 텐데...제1165호 나는 4살, 6살, 두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다. 오전에 아이들 유치원 등원은 내가, 오후 하원은 아내가 책임진다. 원칙은 그러한데 서로 바쁘면 눈치껏 순번을 바꾸면서 버틴다. 그래도 가끔 ‘독박 육아’ 상황이 벌어진다. 다음주는 내가 지방 출장, 그 다음주는 아내가 해외 출장, 그리고 다시 내가 ...
‘한솔로’의 음악축제 정신승리기제1165호 “참 묘한 일이야. 사랑은….” 저 멀리 무대에서 ‘디 에이드’(옛 어쿠스틱콜라보)가 <묘해, 너와>를 부른다. 맞다. 묘한 일이다. 1시 방향, 돗자리 건너에 있는 남녀가 하는 ‘짓’을 보니 묘한 게 맞다. 언뜻 보기에 20대 중반쯤? 노래를 따라 박자를 타던 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