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사랑의 힘제1167호 늦여름의 금요일 밤, 아홉 시를 넘기고도 밖이 환했다. 넓게 트인 테라스 테이블에 마주 앉은 두 여자는 기분 좋게 취해 있었다. 미셸은 캘리포니아의 여름을 마흔 번째 맞는 중이었다. 홍콩계 미국인으로 로스앤젤레스(LA)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유치원 교사로 지내다 지금은 정보기술 관련 조그만 ...
“무슨 일 하세요?제1167호 한 직장에 소속되지 않은 채 일했던 지난 6년여 동안 “무슨 일 하세요?”라는 질문에 짧은 답을 찾지 못해 늘 곤혹스러웠다. 6년이 넘었으면 적당한 해결책을 찾았을 법도 한데, 해결책은 찾지 못하고 곤혹스러움에만 익숙해졌다. 나는 6년 동안 책을 쓰고 번역을 했으며, 협동조합을 꾸려서 ‘이북’(e...
우리 강쥐랑 술잔 부딪쳐볼까?제1167호 티파니는 칵테일을 들이켰다. 달착지근한 우유에 브로콜리와 당근 맛이 느껴졌다. 어두운 조명에 하우스음악이 클럽 분위기를 살린다. 선물로 받은 큐빅 목걸이는 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분위기가 나쁘지 않네. 수질 관리 좀 했군….’ 옆자리의 마루는 이온음료에 수박을 넣은 칵테일이 썩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우리나라 미술로 본 부엉이 이야기제1167호 나는 부엉이미술품수집가이다. 1968년 경주 수학 여행길에 구입한 작은 부엉이 목조각품 구입을 시작으로 50년 가까이 `부엉이들‘을 모으고 있다. 예전엔 외국 여행을 갈 기회가 거의 없었어도 세계 각지의 다양한 부엉이 미술품과 생활용품을 수집하기 위해 국내 구석구석을 찾아다녔다. 일 년에 한 번씩 ...
한국에서 유독 센 ‘4차 산업혁명’ 바람제1167호 주말에 동네 대형서점에 들렀다가 목 좋은 곳에 ‘4차 산업혁명 관련’ 코너가 ‘베스트셀러’나 ‘경영·개발’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마련된 모습을 봤다. 4차 산업혁명의 진앙으로 꼽히는 세계경제포럼(WEF) 클라우스 슈밥 회장의 <제4차 산업혁명>을 비롯해 족히 스무 권은 돼 보이는 관련...
<외면하고 회피했다> 외 신간 안내제1166호 외면하고 회피했다 세월호특조위조사관모임 지음, 북콤마 펴냄, 1만2500원 “세월호 참사에서 ‘재난에 맞서는 전문성과 의지’는 부족했으며 구조 세력의 소극적인 대처는 기관들 사이에서 서로 방관되고 용인되었다.” 세월호 특조위는 2015년 8월 활동을 시작해 조사 기한을 다 채우지 ...
문자해고 당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을 담다제1166호 회사는 비정규직 노동자 16명에게 일손을 놓으라고 했다. 노동조합이 필요했다. 2015년 5월29일 노조설립필증을 받았다. 2주 만에 138명이 가입했다. 노조 설립 한 달께인 6월30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속한 하청업체는 전기공사를 이유로 9년 만에 전체 휴무를 공지했다. 노동자들은 공장...
황석영의 ‘문학적 나침반’제1166호 “미지의 것 때문에 금기의 억압이 있다면 작가는 자유로워지기 위하여 그것을 위반하고라도 확인해야만 한다.” 다들 까치발을 드는 데 만족할 때 누군가는 훌쩍 월담을 한다. 모두 ‘38선’ 너머를 궁금해만 할 때 누군가는 그냥 가버린다. ‘오월 광주’ 뒤 어둠 속에서 수군거림만 퍼질 때 누군가는 <죽음을 ...
입양보다 더 좋은 말 없을까요?제1166호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유기견 입양이 화제가 되면서 ‘입양’이란 말이 자주 언론에 등장했다. 사람 아닌 동물에게까지 입양이란 말을 쓰는 것에 입양가족들 사이에서 문제 제기가 되곤 한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들 처지에서 보면 ‘동물도 가족의 일원’이라는 정서가 자연스레 반영된 세태일 것이다. 이젠 쓰임...
골 때리는 다카하기와 와그라노 올림픽제1166호 날 좋던 지난 주말, 와잎이 말했다. “은우네랑 승민이네랑 저녁 먹기로 했는데 어디 갈까? 샤로수길에 라틴 식당 있다는데 거기 갈까?” 아놔~. 라틴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강산에의 ‘와그라노’가 떠오르면서 스페인어 같은 경상도 사투리가 복화술로 튀어나왔다. 의문형이지만 평서형으로 루틴하게 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