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문학의 경계에서제1171호 두 달. 딱 두 달 걸렸다. 내 머릿속에만 존재하던 책이 세상에 나오는 데. 누구는 1~2주 만에도 만든다지만, 원고는커녕 필자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또 어떤 야근이나 초과노동도 없이 두 달 만에 책을 낸 건 나름 자랑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때는 2008년 초,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던...
내가 가장 많이 알고 이해하는 사람제1171호 몇 해 전, 지인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현진씨는 가족 이야기할 때 꼭 우리라는 말을 붙이네요.” 듣고 보니 그러긴 했다. 가족을 화두로 올릴 때면 으레 ‘우리’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온다. 우리 엄마가 어쩌고저쩌고, 우리 동생이 어쩌고저쩌고. 우리라는 말 대신 ‘내’라는 단어를 붙이는 건 어쩐지 이상...
‘그냥’이란 말제1171호 “그냥, 동네 아줌마들, 그냥 돈 좀 주고 시키면 되는, 조리사라는 게 아무것도 아니거든. 간호조무사보다도 더 못한, 그냥 요양사, 따는 진입장벽 정도가, 미친 ×들, 나라가 아니다.” 정규직화를 포함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학교급식노동자(조리원)들의 이틀에 걸친 파업이 있었다. 이 파업에 대해 ...
루앙프라방엔 자유가 있지옹!제1171호 몇 년 전 루앙프라방을 여행했다. 루앙프라방은 라오스에서도 여행자가 가장 즐겨 찾는 곳으로 ‘작은 유럽’ ‘동양의 프로방스’라 불린다. 이곳에서 여행자들은 왕위앙(방비엥)이나 루앙남타 같은 숨겨진 여행지로 떠나거나 여정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한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여행자에게도 루앙프라방…
“얼굴 알려지면 코 파기 곤란한데”제1171호 암환자의 일상을 밝고 가볍게 그린 <아만자>로 만화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고 온 김보통 작가가 <한겨레21>에 생활만화를 연재한다. <한겨레> 토요판에 연재했던 <디피>(DP)와 이후 근황이 궁금했던 김보통 작가를 7월11...
혁명가의 총구 경성 뒤흔들다제1171호750만 명이 관람한 영화 <밀정>의 초반부에 의열단원의 격렬한 총격전이 나온다. 인상적이다. 박진감 넘치는 액션 장면이다. 그 총격전은 역사상 실제 모델을 재현했다고 한다. 1923년 1월 김상옥의 ‘경성 천지를 진동시킨 총격전’이 바로 그것이다. 영화 속 총격전은 실제와 허구가 ...
기저귀 잘 가는 남자제1171호 4살 둘째아이가 슬슬 기저귀 떼는 연습을 하고 있다. 말도 늦고 기저귀도 늦게 뗀 6살 첫째아이랑 비교하면 6개월 이상 빠르다. 첫째아이는 민간 어린이집에서, 둘째아이는 국공립 중에서도 꽤 크고 괜찮은 어린이집에서 기저귀 떼는 시간을 보냈다. 작은 민간 어린이집에선 특별히 배변 훈련을 하지 않았다. ...
서로 보듬으며 피어나는 꽃제1171호 여름 대작들 사이에서 조용하지만 꿋꿋이 빛나는 독립영화 한 편이 있다. 박석영 감독의 <재꽃>이다. 한적한 시골마을에 사는 하담(정하담)이 엄마에게 버림받고 아빠를 찾기 위해 마을에 온 11살 소녀 해별(장해금)을 보듬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감독의 ‘꽃’ 시리즈 3부작을 완결하는 작품...
실은, 나도 위로가 필요해요제1171호 언제부턴가 상처 낫는 속도가 급격히 느려져버렸다. 베이거나 멍든 상처가 좀처럼 빨리 사라지지 않고, 반드시 흉터를 남기곤 한다. 대신 마음만은 몸과 달리 예전보다 훨씬 회복력이 좋아졌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아마 진짜 강심장을 가지게 되었다기보다 ‘이 나이에 이만한 일로 아파해선 안 된다’는 ...
내 일상 망치러 온 구원자, 워너원!제1171호 “기자님, 이러다 우리 ○○ 욕먹이는 거 아니에요?” 7월12일, 수화기 너머로 한 팬이 경계하듯 말했다. 마음에서 소나기가 내렸다. “죄송해요. 실은 제가 아이돌 문화를 잘 몰라서요.” ‘잘 모른다’는 것도 사실 체면치레다. 취재하면서 느꼈다. 나는 아이돌을 정말 ‘1도’ 모르는 사람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