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형 아이 파견 가능 제1248호양육의 외주화 중이다. 지인들과 1박2일 부산에 놀러갔다가 돌아오는 길 중간에 아이가 한 지인을 따라 기차에서 내렸다. 한 밤만 자고 담날 기차 태워주면 온다더니, 사흘째 사진만 전송돼 온다.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미리 받아온 고구마색 체육복을 단벌로 입고 갔는데 입학하기도 전에 호박색으로 닳을까 걱정이다. ...
코디님 말씀하시길, ‘멘탈갑’이 대학 간다제1248호 “수능 1교시를 부담이 적은 ‘한국사’ 과목으로 조정할 것을 청원합니다!” 지난해 ‘불수능’, 좀더 정확히는 ‘불국어’ 시험이 끝난 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요지인즉, 수능 1교시 과목인 국어 난이도가 갈수록 높아져 너무 일찍 ‘멘붕’(멘탈 붕괴)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국어 시험지의...
인간과 돌고래는 함께 숭어를 사냥했다 제1248호 1971년 프랑스의 동물음향학자 르네 뷔스넬은 로마 시대의 학자 플리니우스의 <박물지>(Natural History)를 읽고 있었다. 37권의 대저작 중 9권에 있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뷔스넬을 사로잡았다. <박물지>...
로마의 세계에서 아모르의 세계로제1248호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로마>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걸레와 개’가 붙으면 왜 욕이 될까? 온전히 자신을 내놓는 것들엔 왜 비하의 뜻이 들러붙을까? 영화 <로마>의 첫 장면은 바닥이다. 물청소 중이다. 격자 타일 위로 거품...
가족보다 영화가 낫다 제1248호 한 해 영화시장의 본격 개장을 알리는 설 연휴엔 늘 스크린이 북적인다. 단돈 ‘만원’으로 가장 ‘가심비’ 좋은 영화를 고르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이 깊어간다. 한국영화를 볼까? 외화를 볼까? 코미디영화를 볼까? 액션영화를 볼까? 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며 모르는 문제를 찍을 때도 이렇게 갈등하진 않았...
독립운동가의 마음에 어린 딸이 떠올랐다 제1248호중국 상하이 황푸탄에는 배를 접안할 수 있는 부두 시설이 즐비했다. 오늘날 와이탄이라 하는 그 번화한 곳 말이다. 접안 시설을 중국어로는 ‘마두’(碼頭)라고 했다. ‘세관 마두’도 그중 하나였다. 화물과 여객의 입출항을 관리하는 세관이 담당하는 것이니만큼 규모가 컸다. 위치도 번듯했다. 다채로운 유럽식 건축물…
한 문장도 허투루 쓰이지 않았다제1248호핵심은 디테일에 있다. 디테일은 마음을 사로잡아 꼼짝 못하게 하고, 낼 수 있는 힘 이상을 무리해 끌어낸다. 나는 종종 디테일 때문에 사랑 혹은 사람, 때론 양쪽 모두에 빠졌다. 초겨울의 어떤 날, 무심코 마주친 상대의 속눈썹에 마음이 걸려 넘어지던 날 절감했다. 어떤 책에 매료되는 사건의 문법도 사랑...
폭염 견디게 한 ‘콜디스트 북’제1248호시작은 날씨 때문이었다. 30℃ 넘는 날씨가 여러 날 계속되던 2016년 여름. 아무래도 폭염으로 지친 뇌세포를 활성화해야 할 것 같아 책장을 둘러봤다. 얌전히 꽂힌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콜디스트 윈터>(The Coldest Winter)....
책에 바치는 정중한 마침표 ‘완독’제1248호오늘 당장 죽을지도 모르는데 음악이 소용 있을까. 생존과 실용, 가성비를 따지지 않고 예술을 곁에 둘 필요가 있을까. 전쟁 중에 (혼자 부를 수 있는 악곡도 아닌) 교향곡을 작곡하고 추위와 굶주림에 지친 시민들 앞에서 그 곡을 연주한다는 게,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
열 권의 대하소설 읽는 짜릿한 순간제1248호책을 소개할 때는 늘 조심스럽다. 그도 그럴 것이,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에 빠지는 일만큼이나 사적이고 주관적인 것이 바로 독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꼭 책을 소개하게 된다. 비슷한 이유에서다. 그저 애인이나 자식을 자랑하듯 사랑에 빠진 팔불출의 이야기를 너그럽게 들어주기 바란다. 어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