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타니의 수도 누악쇼트와 누아디부 사이의 어촌마을 부족들이 공동 어업을 한다. 먼바다에서 돌고래가 몰아오면 어부들은 그물을 던져 꽤 큰 크기의 숭어를 잡는다. 르네 뷔스넬 뉴욕 과학아카데미 제공
그때였다. 수천 마리의 숭어 떼가 성난 사자처럼 파도를 일으키며 몰려오고 있었다. 마술에 걸린 바다가 성난 물고기를 토해내자, 비로소 어부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60명이 바닷속으로 걸어 들어가 일렬로 선 뒤 침착하게 그물을 던졌다. 뷔스넬은 “숭어 수천 마리가 물 위로 뛰어 몰려오는 환상적인 장면”이라고 말했다. 야단법석이 난 숭어 떼의 뒤에는 돌고래들이 있었다. 돌고래는 적을 때는 한두 마리, 많을 때는 열 마리까지 이 사냥에 참가했다. 어부들이 건져올리는 그물에는 숭어들이 팔딱거렸고, 돌고래는 난장판을 헤집으며 도망가는 숭어들을 낚아챘다. 허공에 뜬 숭어를 돌고래가 튀어올라 낚아채기도 했다. 어떤 숭어는 도망가다가 해변 모래밭에 떨어지기도 했는데, 돌고래는 주둥이를 뻗어 모래 위에서 팔딱거리는 숭어를 가져가는 위험천만한 행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숭어가 뛰면 망둥이도 뛴다’처럼 찰싹찰싹 뷔스넬은 1973년 <뉴욕 과학아카데미 회보>에 이 사실을 흥분에 찬 어조로 보고하며 “플리니우스의 기록이 현대의 모리타니에서 사실로 확인됐다. 인간과 야생 돌고래가 공동의 사냥감인 숭어를 상대로 공동 이득을 취하며 공진화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우리가 기억해두어야 할 것은 ‘신호’다. 사건은 어부가 막대기로 바다를 찰싹 때리는 것으로 시작됐다. 플리니우스가 기록한 로마제국의 바다에서도 ‘사이먼’이라는 신호가 방아쇠였다. 두 신호는 주파수가 있는 ‘소리’(acoustic signal)다. (사이먼이 당시 무엇을 뜻했는지 알 수 없다고 뷔스넬은 적었다.) 재미있는 것은 현대의 돌고래 수족관에서도 이 소리가 쓰인다는 점이다. 돌고래 조련사는 손바닥으로 물 위를 툭툭 친다. 이것은 돌고래에게 ‘이리 오라’는 소리로 이해된다. 뷔스넬은 숭어 뛰는 소리도 이것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숭어가 뛰니까 망둥이도 뛴다’는 속담처럼 숭어는 잘 뛰는 생선이고 그래서 시끄러운 생선이다. 아주 오래된 옛날, 돌고래는 수면을 찰싹 때리는 소리를 먹잇감이 있다는 소리로 해석했고, 인간은 역사의 어느 시점에 그것을 흉내 내었고, 인간과 돌고래의 공동 어업이 시작된 것이다. 지금 와서 돌고래와 인간이 사냥을 함께 시작한 최초의 순간을 완벽히 복원할 수 없지만, 아마도 우연에 우연을 거듭하여 시작했을 것이다. 인간이 바다를 탁탁 쳤고, 돌고래는 한번 가보곤 숭어 떼가 일으킨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이내 깨달았겠지만, 서로 다른 두 종이 소통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것 또한 알았을 것이다. 대개 소통은 이런 시행착오와 반복을 통하여 정착된다. 나중에 뷔스넬의 조사 말고도 세계 각지에서 인간과 돌고래의 공동 어업이 보고됐다. 브라질 라구나 마을의 큰돌고래, 버마(미얀마)의 이라와디 강돌고래, 아마존강의 강돌고래 보토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 모레턴 베이의 남방큰돌고래 등 고대 로마에서 이뤄졌던 공동 사냥이 2천 년 뒤에도 진행되고 있었다. 아마 공동 어업은 로마 시대보다 훨씬 전에 시작됐을 것이다. 어떤 곳에서는 명맥이 끊겼을 것이고, 어떤 곳에서는 최근에야 시작됐을 것이다. 이 중 가장 자주 연구되는 사례가 브라질 라구나 마을이다. 30년 이상 동물행동학자들은 공동 어업에 참여하는 돌고래들을 연구해왔다. 이 집단의 사회구조와 행동을 연구해 꽤 흥미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일단 라구나 돌고래 무리 중 공동 어업에 참여하는 것은 전체 50여 마리 중 20여 마리 수준이다. 즉, 같은 지역에서도 자기 종의 전통적 방식을 고집하며 자립자족하는 돌고래도 있다는 것이다. 대를 이어 사냥을 학습시키는 돌고래 그리고 공동 어업의 기술은 ‘학습’되는 것처럼 보였다. 1994년 연구원들은 흥미로운 장면을 목격했다. 어미 돌고래 한 마리가 여섯 달 된 새끼를 데리고 나타났는데, 맨 처음에는 새끼가 뒤에서 어미의 공동 어업을 지켜보더라는 것이었다. 그다음에는 어미 곁에 바짝 붙어 어미의 숭어 떼 몰이에 함께했다. 마지막 사냥에서는 드디어 새끼가 혼자 나섰다. 새끼는 숭어 떼를 인간 쪽으로 가져다주었고, 어미는 뒤에서 이를 지켜봤다. 사실 돌고래 입장에서 인간과 같이 일하기란 쉬운 게 아니다. 제한적이지만 인간과의 소통 기술이 있어야 하고, 숭어 떼를 잘 몰 줄 알아야 하며, 얕은 바다에서 그물에 걸리지 않도록 지형지물에 익숙해져야 한다. 어미가 이런 기술과 행동을 자식에게 가르쳐 대대로 전승됐을 것이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라구나 마을 주민의 증언에 따르면, 적어도 삼대 이상 돌고래와 함께 숭어를 잡아왔고 자식들도 대를 이어 돌고래와 일했다. 인간과 동물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역사를 만들어온 것이다. 런던=남종영 <애니멀피플>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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