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에 피어난 작은 꽃송이제1187호이 글을 읽고 있을 당신에게 낮과 밤의 경계가 점점 희미해지는 요즘, 날씨도 쌀쌀한 겨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지난해 이맘때, 날씨 때문인지 마음도 차갑게 굳어갔습니다. 얼어붙은 마음을 달래가며 글을 썼습니다. ‘이야기’로 다른 이의 마음에 미약한 온기를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때 만난 ‘이야기’가 제겐...
그 손에 새겨진 이야기를제1186호너무 아프고 소중해서 온몸 구석구석에 나눠 조심히 숨겨둔 슬픔이 있었다. 이후 몇 년을 앓았지만 그 이야기를 어떻게 꺼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우연히 ‘세상과 때로 악수하고 때로 뺨을 후려치는 문학을 기다린다’는 손바닥문학상의 기사를 보고 슬픔이 새겨진 내 손바닥으로 세상의 뺨이나 후려치자고 결심했…
움켜쥔 이야기, 세상으로 보내주세요제1185호아무거나 주워 입은 옷에 부스스한 얼굴을 하고, 날마다 아침 8시15분, 나는 마을 초입으로 내려간다. 그곳에서 등교하는 아이들과 이웃을 만나고, 초등학교 1학년 딸을 학교버스에 태워 보낸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어느 아침, 나는 평소와 아주 달랐다. 그날이 연중 가장 해가 짧은 동지였기...
당신의 손바닥을 보여주세요제1184호당신의 손바닥 이야기. 보이나요? 찬찬히 들여다보세요. 들리시나요? 귀 기울여 들어보세요. <한겨레21>이 평범한 사람들의 글쓰기를 응원하는 ‘제9회 손바닥문학상’ 작품을 공모합니다. 올해도 ‘세상과 악수하고 뺨을 후려치고, 온기를 만들어내고 인생을 담은 문학’을 기다립니다. ...
산청으로 가는 길제1145호 예상치 못한 소소한 만남이 때론 삶의 진로를 바꾸기도 한다. 그래서 인생이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고 하는 것일까? 내가 처음 그를 만난 날은 추석 연휴와 주말이 결합한, 그해의 달력을 받은 이후로 가슴속 깊이 새겨두고 기다린, 황금연휴에 낀 토요일이었다. 게다가 날씨까지 선선한 그 토요일 저녁, ...
자작나무 숲의 온도제1144호 이곳은 병원이군요. 가습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가 어렴풋하게 보여요. 병실 안이 환한데도 조금 춥네요. 지금이 무슨 계절이죠? 조금 더 두꺼운 이불을 가져다주세요. 엄마, 내 목소리가 들려요? 추워요. 아주 밝은 빛이 엄마의 윤곽을 마구 뭉개고 있어요. 마치 물속에 가라앉아 있는 것 같아요. 온 ...
어두운 시대를 비추는 손거울제1143호 손바닥문학상 본심을 심사하고 나서 32편 생생한 문학적 보고서를 읽었다는 보람과 피로가 밀려왔다. 일부를 보았던 예심작의 느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본심작 32편, 예심작 300여 편이 선택한 인물, 소재, 주제, 분위기, 결론은 현장성에 바탕해 ‘어쨌든 결국’ 지금 여기의 사회를 말하고 있었다....
치킨런제1143호 올해의 손바닥문학상 열기는 ‘역대급’이었다. 제8회 손바닥문학상 공모전에 예년보다 두 배 이상 많은 300여 편의 작품이 도착했다. 함께 뜨거웠던 촛불집회가 제기한 문제가 손바닥문학상 응모작에도 새겨 있었다. 세월호 참사, 권력 전횡, 청년 실업과 고령화, 감시와 처벌, 혐오와 차별 등 다양한 주제를 ...
손바닥을 기다립니다제1132호 손바닥만 한 나뭇잎이 어깨에 툭 떨어졌습니다. 서늘해진 바람에 실어 보낼 이야기가 없는지 어깨를 톡톡 두드리는 것 같습니다. 마음속에 담아뒀던 말들이 무르익는 계절입니다. 네, <한겨레21>은 올가을에도 어김없이 평범한 사람들의 글쓰기를 응원하는 이야기 잔치를 벌입니다. 제8회 손바...
정당방위제1093호 1 시험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전국에 울려퍼졌다. 선미는 감독관의 지시에 따라 양손을 머리 위에 올렸다. 한숨 소리가 여기저기서 새어나왔다. “망했다.” 한 수험생이 허무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툭 내뱉었다. 몇몇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몇몇은 얼굴만 움찔했으며, 나머지는 미동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