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라, 각자의 ‘입장들’제1387호 종이 속 예서가 무대로 갔다. 예서는 제10회 손바닥문학상 대상을 받은 ‘파지’(최준영 작)의 주인공이다. 산다이테크 공장에서 일하던 예서는 회사가 경기도에 공장을 짓고 공장을 하청화하면서 파업에 나선다. 몇몇 직원에게 회사 쪽은 본사 자리를 제안하며 회유한다. 몇몇은 받아들이고 몇몇은 천막을 펼치고 농성을 계…
어제보다 좋아졌으면 해서제1387호 사명을 위해 애쓴 당신의 이야기 2년간의 팬데믹으로 우리는 많은 변화를 겪어야 했습니다. 변화하지 않으면 사람이 다치고 심지어는 세상을 떠나야 했으니까요. 죽음이 유행한다는 것은 아주 공포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일을 하고 가게 문을 열고 아이들을 돌보고 내일을 위해 밥 짓고 잠을 잤습니다. 두려움과…
어제와 다른 세계, 손바닥에 적어주세요제1385호 손바닥을 모독하지 마세요. 최근 한 대선 후보가 손바닥에 글자를 적고 나와 ‘주술 논란’이 일었습니다. <한겨레21>...
[손바닥문학상 가작 수상작] 양손은 무겁게, 마음은 가볍게제1345호 1.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찾아왔다. 무려 5일 동안 펼쳐지는 긴 연휴는 이 땅의 일천만 노동자들의 죽음 충동을 억제하는 일종의 진정제와도 같았다. 신입 콜센터 노동자 김주영에게는 더욱 그러했다. 연휴 전 마지막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주영의 눈가에는 피곤이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지만, 표정은 밝았다…
[손바닥문학상 가작 수상작] 오늘의 팀제1344호 순옥은 죽기로 결심했다. 살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딱히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가까스로 사는 것이 귀찮아졌다. 젊은 아이들은 인터넷으로 죽는 방법을 찾아보고 같이 죽을 사람을 구하기도 한다지만 순옥은 그런 것들을 할 줄 몰랐고 안다 해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죽는…
[손바닥문학상 대상 수상작] 한 사람이다제1343호 주민이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섰을 때, 주현과 유선은 거실 소파에 앉아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둘의 얘기는 주민이 거실에 들어서자 끊어졌다. 주민이 집에 들어오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둘이서 계속 이야기를 나누다 뒤늦게 주민을 발견했기 때문이다.“왔어?” 유선이 놀랐는지 허둥대며 말…
제12회 손바닥문학상 당선작 발표제1342호 <한겨레21>은 제12회 손바닥문학상에 ‘차별’이라는 주제를 정해 공지했습니다. 기존에 400~500편 도착하던 응모작이 164편으로 줄었습니다. 하지만 주제를 섬세하게 감각하고 손바닥문학상만을 위한 글을 구성해낸 손길에 고마운 마음은 더 커집니다. 공모 형식을 바꾼 데 비해 ...
[알림] 열두 번째 손바닥문학상 11월15일 자정 마감합니다제1334호 열두 번째 손바닥 문학상을 공모합니다. 조금 바뀌었습니다. 이전 자유롭게 동시대 사회적 이슈를 소재로 삼았던 데서 ‘주제’가 생깁니다. 올해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힘을 보태는 마음을 담아 주제를 ‘차별’로 정합니다. 하나 더 달라진 점은, 문학상을 내건 만큼 문학적 완성도를 높이 사되, 삶에 대한 태도,...
캐리어제1294호여자는 아침에 쓰는 클렌징폼을 소개했다. 거울을 보며 화장을 하고 집을 나섰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며 여자의 출근길이 빠르게 지나갔다. 사무실에서는 조용히 속삭이며 말했다. 아침에는 꼭 비타민을 먹어요. 여자는 비타민통을 화면에 가까이 보여주었다. 어떤 성분이 있는지, 효능은 무엇인지 꼼꼼하게 읽었다. 그러다…
도마뱀제1293호도마뱀은 숨죽여 앉아 있었다. 민경은 척추로부터 흐르는 모든 신경이 보풀처럼 바짝 일어난 채 꾸역꾸역 진술서를 써갔다. 오랜만에 장시간 잡은 펜에 검지가 아릿해질 때쯤 목을 슬쩍 세워보니 김 팀장과 한 팀장, 유 대리의 숙인 뒤통수가 보였다. 사각거리는 소리가 뒷목을 저릿하게 타고 오른다. -솔직히 쓰시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