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것은, 짧다면, 두 배로 좋다제839호“깨어나보니 공룡은 아직도 거기에 있었다.” 과테말라 작가 아우쿠스토 몬테로소의 작품 ‘공룡’이다. 이게 다다. 시가 아니고 소설이다. 스페인어 일곱 단어로 된 이 글은 의심의 여지 없이 ‘픽션’으로 인정받았고, 쓰인 단어의 몇백 배 단어를 동원한 작품 해석이 이루어졌고, 수많은 패러디가 바쳐졌다. “공룡이...
손바닥 안에서 소설적 도약을 이루다제837호<한겨레21> 제2회 ‘손바닥 문학상’ 수상작이 선정됐습니다. 단편소설인 ‘큰 손바닥’ 부문에서 김소윤씨의 <벌레>가 당선작으로 선정됐고, 기민호씨의 <구민을 위하여>가 가작으로 뽑혔습니다. 이번에 신설된 ‘작은 손바닥’ 부문(200자 원고지 5~...
벌레제837호처음 벌레를 발견한 것은, 스탠드의 어두운 불빛 아래서 공무원 수험서에 붉은 밑줄을 긋고 있을 때였다. 책에 밑줄을 그어야만 머릿속에 들어오는 것은, 학생 시절부터의 습관이다. 하얗고 조그마한 벌레는 붉은 밑줄 위를 재빠르게 기어가고 있었다. 나는 검지 손가락으로 재빠르게 그것을 짓눌렀다. 1밀리...
노량진 공시촌 블루스제837호 때가 되면, 백로는 대만·필리핀의 땅을 문득 박차고 한반도에 날아왔다. 그 무리의 일부가 서울 땅 수양버들 울창한 노들나루에 내려앉았다. 백로가 오면 봄이 왔다는 이야기다. 강의 두꺼운 얼음장이 다 녹았다는 이야기다. 사람들은 배를 띄우고 나무다리를 놓았다. 강의 북쪽은 임금의 땅, 남쪽은 백성의 땅이었다....
[손바닥 문학상] 인디안밥제787호한혜경 1. 혼자 추는 춤 5월 하순의 어느 대낮- 그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기 직전까지, 여자는 핫핑크색 비키니와 어깨띠만을 걸친 채 전신거울을 마주 보고 막춤을 연습하는 중이었다(수캐 한 마리가 유일한 관객이었다). 그녀가 다니는 학교가 갑자기 위험에 처했기 때문...
[손바닥 문학상] 음울한 현실 뒤집는 ‘매운 손바닥’제786호 <한겨레21> 제1회 ‘손바닥 문학상’ 수상작이 선정됐습니다. 신수원씨의 <오리 날다>가 우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한혜경씨의 <인디안밥>이 가작으로 뽑혔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총 171편에 이르는 응모작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
오리 날다제786호 여성 노동자의 고공농성을 다룬 소설 <오리 날다>의 ‘손바닥 문학상’ 당선을 계기로, <한겨레21>은 소설 같은 현실과 역사를 돌아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오리 날다>를 감상한 뒤, 일제강점기에서 오늘까지 끝없이 농성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던 ‘난...
“그래, 살려고 올라갔지”제786호 소설보다 소설 같은 현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 이영도씨와 김순진씨는 울산 현대중공업 소각장 담장을 넘어 100m 굴뚝에 올랐다. 그리고 꼬박 한 달 동안 농성을 벌였다. 이들이 일용한 식량은 초콜릿 한쪽과 육포 손가락 반만큼. 하루에 두 번씩 이만큼 먹으며 한겨울 칼바람을 맞았다. 당시 48살 이씨와 ...
농성 뒤 남은 건 주홍글씨와 트라우마제786호 농성은 끝나도 삶은 계속된다. 음식을 끊는 결단을 해야, 공장을 점거하는 투쟁에 나서야, 철탑에 매달리는 위험을 감수해야, 겨우 시선을 주었던 세상은 농성이 끝나면 다시 냉정한 등을 보인다. 그러나 농성 이후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 그래서 ‘농성 후폭풍’이 더욱 무섭고 슬프다. 아무도 결코 농…
[알림] 세상의 뺨을 때리는 손바닥을 찾습니다제777호반갑게 인사합니다. 즐거운 일에 환호합니다. 온기를 만들어냅니다. 인생을 담고 있습니다. 세상의 뺨을 때립니다. <한겨레21>이 ‘손바닥 문학상’을 공모합니다. ‘손바닥 문학상’은 힘없는 사람들의 작은 웅얼거림을 듣습니다. 나쁜 세상의 뺨을 후려쳐주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