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판 인간제989호배우가 극중 여자에게 예쁘다고 하는 말은 거짓이다. 전광판에 [너! 못생겼어!]라고 나오기 때문이다. 여자의 눈에는 전광판이 보이지 않지만 관객은 전광판을 보고 깔깔거릴 수 있었다. 원장님의 특별 지시로 서울 대학로의 연극을 보러 갔었다. 연극의 제목은 ‘전광판 인간’이었다. 녹색말을 먹으면 몸이 초록...
‘산다는 것’을 고민한 시간제988호당선작 <전광판 인간> 서주희 ‘산다는 것’을 고민한 시간 수상 소감 쓰기가 참 어렵네요. 당당하게 쓰자니 밑천 없는 자의 우연한 행운을 으스대는 것 같고, 마냥 낮추자니 그것도 가식 같고 그렇습니다. 솔직한 심정은 그저 부끄럽고 쑥스럽습니다. 소설을 배운 지 4개월밖에 되지 ...
냉철한 시선이 돋보였다제988호‘손바닥문학상’이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 1회 수상자인 신수원씨는 수상작을 표제로 삼은 소설집 <오리 날다>를 지난 6월에 펴냈다. 수상자 신씨와 손바닥문학상이 함께 거둔 성과라 자찬하고 싶은 마음이다. 지난해 167편이던 응모작이 올해엔 248편으로 껑충 뛴 것도 이 상이 어느 ...
완성을 서둘러주십시오제985호 11월10일 밤 12시 마감 완성을 서둘러주십시오 지난해처럼 손바닥문학상이 찾는 작품은 픽션만이 아닙니다. 자신의 경험을 살린 논픽션도 응모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유기농 심사의 세세한 항목, 해외 호텔 청소부가 하루하루 하는 일, 산후관리사가 받는 교육, 약제 허가 과정 등을 알려주는...
기사와 소설, 이중의 글쓰기제985호 손바닥문학상은 특이하게도 ‘논픽션’을 ‘픽션’과 함께, 구분 없이 공모 대상에 넣고 있습니다. <한겨레21>은 그간 논픽션의 ‘문학성’을 높이 평가하고, 현장 기사에서 그런 노력을 경주해왔습니다. 안수찬 기자는 <한겨레21> 기자로 일하는 동안 ‘르포문학’ ...
무엇이든 써도 좋다, 그 속삭임제984호손바닥문학상에 당선됐다는 전화를 받은 건 지난해 늦가을, 동료 아버님의 장례식장에서였다. 오랜 투병 끝에 돌아가신 아버님 상을 치르는 동료에게선 슬픔과 맑음이 동시에 묻어났다. 이별을 담담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혼자서 다짐해온 시간의 끝에 선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통화를 했더랬다. “정말 제 글이 당선됐…
평범한 삶을 응원합니다, 손바닥 모아제982호슬픈 동화 한 편. 손바닥이 매운 사람이 있었어요. 고추장을 바르지 않아도 다진 마늘 옆에 가지도 않았는데 어느 날부터 그런 거예요. 그게 언제부터였는지, ‘고추 먹고 맴맴 달래 먹고 맴맴’과 관련이 있는지 등등은 짧은 동화에서는 생략할게요. 이 매운 손바닥 사람은 걱정이 있었어요. 맵게 치고 다니니까 ...
해야 한다고 외치는 것제940호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아니 쓰지 못했다. 생각보다 길었던 그 시간 속에서 문득 뒤돌아보니 하고 싶다고, 해야 한다고 외치는 것이 있었다. 결국 다시 글쓰기를 시작했다. <황구>를 쓰는 동안 여러 것을 보았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에는 정제되지 못한 것들이 ...
황구제940호어릴 적, 동네 어귀에 자그맣게 흐르던 개천이 있었다. 학교를 오가는 길에서 꼭 한 번은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개천은 정말 볼품없이 작은 물줄기였다. 개천 곳곳에는 색이 바랜 잡초가 제멋대로 자라서 무성했고, 동네 사람들은 지나가면서 온갖 쓰레기를 처음에는 숨기듯이 버리다가 곧 아무렇게나 버려두곤 했다. ...
총각슈퍼 올림제939호 남자는 조린 음식을 좋아하는데 특히 두부조림을 최고로 쳤다. 지영은 유통기한이 내일까지인 두부를 냄비에 넣고 많다 싶게 조리고 나서야 그가 더는 오지 않는다는 게 생각났다. 한 끼 분량만 남겨놓고 용기에 두부를 담았다. 녹이 많이 슨 철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온몸으로 있는 힘껏 밀 때 마다 철문은 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