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동물제1292호제11회 손바닥문학상 당선작 전문을 3주 동안 <한겨레21> 지면에 싣습니다. 이번호에 실리는 황예솔씨의 ‘유해동물’은 심사에서 “혐오가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으로 발생한다는 점, 피해자가 언제든 가해자로 둔갑할 수 있다는 점, 세월이 흐른 뒤 용서도 사과도 무의미해지고 오로지 쓸쓸한 허무만 남는다는...
공감과 위로로 다가갈 수 있다면 제1291호“따뜻한 응원을 받았네요.(웃음)” 12월3일 오후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황예솔(23)씨는 제11회 손바닥문학상 대상 수상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대학교 3학년인 그는 요즘 진로를 고민하고 있다. 문예창작을 전공한 그는 소설가가 꿈이지만 그걸 현실에서 펼치기 쉽지 않다. 높고 좁은 등단의 ...
어둠 속 고통의 성찰이 빛나다제1291호글쓰기의 열망은 뜨거웠다. 제11회 손바닥문학상에 297편이 도착했다. 지난해 302편 응모에 비해 응모작 수는 조금 줄었으나 작품성은 고르게 높았다. 응모작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한부모 가정, 우울증과 자살, 꿈을 잃어버린 ‘김지영’들의 삶, 악성 댓글로 인한 고통 등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
당신 인생의 결정적 사건을 만드는 법제1286호 ‘한 사람이 어떤 사건을 겪고 나서 예전 세계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게 되는 이야기’. 소설이 이런 것이라면 손바닥문학상은 제 인생이란 소설에서 그 결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밥벌이에 치이면서도 해마다 이맘때면 손바닥문학상 응모 공고를 보며 글쓰기라는 오래되고 낯선 꿈을 기억해냈습니다. 글쓰기는…
나의 이야기는 그들의 삶보다 치열한가제1284호 지난해 가을 손바닥문학상을 준비하면서 믿고 따르던 선배를 만난 일이 있다. 소설 이야기를 하려고 만난 건 아니었지만, 자연스럽게 내 작업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다. 1시간가량 묵묵히 들어주던 선배는 고심하더니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이야기는 쓰지 않는 게 좋겠다”고. 쓰지 말라는 말을 처음 듣…
영상 시대에도 글쓰기를 열망한다제1282호 “글에 인물의 대사를 넣으면 생동감이 생겨요. 만질 수 없고 들리지 않는 평면적인 글이지만 대사가 들어가면 들리는 것 같고 보이는 것 같아요.”10월8일 저녁 8시,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있는 동네책방 ‘지금의 세상’. 에세이 <반려견과 산책하는 소소한 행복일기> 등을 쓴 최하나 작가가 ...
열한 번째 ‘손바닥’을 기다립니다제1282호 열한 번째 기다림의 편지를 띄웁니다. <한겨레21>이 평범한 사람들의 글쓰기를 응원하는 ‘제11회 손바닥문학상’ 작품을 공모합니다. 사회적 이슈나 다양한 삶의 풍경을 소재로 다룬 픽션과 논픽션 작품이 공모 대상입니다. 누구나 손바닥만 한 각자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꼭꼭 쥐고만 있었던 그 손바...
비니제1243호 압착기와 컨베이어벨트 사이에 목과 가슴이 끼었어. 아아, 소리를 질렀어. 아아, 온 힘을 다해 내질렀어. 그런데 소리가 울리지가 않아. 누구도 없어. 너무 아픈데 너무 조용해. 검붉은 피가, 뚝, 뚝, 파란 작업복, 파란 기계, 초록색 바닥으로 흘러내려. 비릿한 냄새가 나. ...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제1242호 장은 소장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다음 주 월요일이면 삼 일 후였다. 그만 나가보라는 소장의 손짓에 얼떨떨한 표정으로 사무실을 나와 곧장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오랜 신호음이 울려도 받지 않았다. 시간을 보니 한창 손님이 몰려 바쁠 때였다. 소식을 들으면 제일 먼저 기뻐할 아내가 연락이 되지 않자...
파지제1241호 잔뜩 취한 오 부장이 오기 전까지도, 진철은 눈앞에서 익어가는 고기 한 점을 먹지 않았다.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진철에게 무언의 굴복 선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오 부장이 3분기 호황 실적을 축하하며 “위하여”를 외치기 전 덧붙인 말 때문인지도 몰랐다. “불법 파업을 단죄합시다!” 본인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