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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제12회 손바닥문학상 당선작 발표

제12회 손바닥문학상 대상에 ‘한 사람이다’
가작에 ‘오늘의 팀’ ‘양손은 무겁게 마음은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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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12-11 16:08 수정 : 2021-09-2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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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4일 화상회의 플랫폼으로 진행된 손바닥문학상 심사위원 회의. 오른쪽 위 시계방향으로 김하나 작가, 홍성수 교수, 김금희 작가, 구둘래 기자, 정은주 편집장. 이정우 선임기자

<한겨레21>은 제12회 손바닥문학상에 ‘차별’이라는 주제를 정해 공지했습니다. 기존에 400~500편 도착하던 응모작이 164편으로 줄었습니다. 하지만 주제를 섬세하게 감각하고 손바닥문학상만을 위한 글을 구성해낸 손길에 고마운 마음은 더 커집니다. 공모 형식을 바꾼 데 비해 공지 기간이 짧았습니다. 다음에는 조금 더 일찍 주제를 알리겠습니다(7~8월 공지, 11월 마감). 코로나19 방역이 2.5단계로 상향 조정된 상황이라 심사위원 회의도 화상회의 플랫폼으로 치렀습니다. 여러 가지로 ‘뉴노멀’한 상황에서 차별을 한 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진행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장애인의 자기충만함
‘차별’에 대해 쓴다는 건 찬 겨울 공기 중으로 입김을 불어넣는 일이다. 인간보다는 물질이 중심이 되는 이 차디찬 세상에 그것이 다가 아니라고, 여기 무엇보다 우리가 지켜내야 할 삶이 있다고 외치는 행위. 손바닥문학상 본심에 올라온 작품들 모두 그렇게 우리 사회 구석구석을 꺼내어 보여주고 있었다.

성정체성 문제로 직장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교사, 가부장제의 수혜자인 줄 알았지만 정작 인생의 고비 앞에 번번이 쓰러지는 동생과 그를 바라보는 누나, 갑판 위에서 모멸과 차별을 감내하면서도 끝내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원양어선 선원들. 이토록 기울어지고 폭력적인 사회에서 그래도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쓰려는’ 숱한 손바닥이 있다는 건 분명한 희망일 것이다.

대상으로 뽑힌 ‘한 사람이다’는 차별적 사회에 사는 인물을 형상화할 때의 관점과 자세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한다. 청각장애가 있는 주현은 인공와우 수술을 받으라는 권유에 이미 자기가 가지고 있는 세계를 잃게 된다는 점에 대해 생각한다. 타인의 기준으로 보자면 ‘청력 없음’, 결손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과 달리 주현은 지금껏 자신이 성장해온 이 방식의 삶에 대한 자기충만함이 있다. 만약 그것을 깨야 한다면 타인의 판단에 따른 당위가 아니라 자신의 선택에 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주현이 보청기 위에 헤드폰을 쓰고 운동장 트랙을 돌며 밤에 조깅하는 일, 가족 내부에서 묘한 소외감에 빠져 있던 남동생 주민이 무거운 감정을 훌훌 털고 주현과 함께 밤눈을 맞으며 돌아오는 일. 차별의 형상화는 그런 일상의 페이지에 대한 감각 없이는 쉽게 과장되고 단순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글이 보여주는 인물들을 향한 섬세하고 깊은 시선, 극적으로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차분히 인물 내부로 들어가 마음을 드러내는 미덕은 당선작이 되기에 충분했다.

가작으로 뽑힌 ‘오늘의 팀’과 ‘양손은 무겁게 마음은 가볍게’ 역시 노동현장에서 일어나는 차별 문제를 핍진한 인물 형상화를 통해 전달하는 작품들이다. ‘오늘의 팀’에선 조직 내 다양한 계층에서 일어나는 ‘차별의 도미노’가 드러나고, ‘양손은 무겁게 마음은 가볍게’에선 숱한 애환 속에서도 매일의 갱신을 추구해가는 콜센터 노동자들의 삶이 펼쳐진다. 모두 박수를 보내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당선된 분들에게는 축하를, 응모해준 모든 분에게는 따뜻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김금희 소설가

안개처럼 스민 ‘차별’
주제에 제한이 없었던 지금까지와 달리 ‘차별’이란 주제로 좁힌 손바닥문학상의 응모작들은, 그에 대해 평소 민감하게 느끼고 생각해본 분이 아니라면 쓰기가 쉽지 않았을 듯하다. 심사를 위해 글을 읽으면서 다양한 생각과 시선을 경험할 수 있어 내게도 뜻깊은 일이었다.

대상 ‘한 사람이다’는 적나라한 차별의 장면을 포착하거나 고발하는 작품이 아니어서 오히려 신선했다. 각자 다양한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 또 그 각자가 원하는 환경과 상태가 다 다름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어 좋았다. ‘오늘의 팀’은 제목과 본문의 관계가 절묘했다. 여러 계층과 처한 상황이 다른 사람들이 모두 함께 대처해야 할 일을 생각해보게 한다. ‘양손은 무겁게 마음은 가볍게’는 사실적이면서도 유쾌하게 부조리한 세계의 일상을 다룬다. 응모작들을 읽으며 사회에 안개처럼 스민 ‘차별’의 면면을 문장의 그물망으로 훑어보는 듯했다.

김하나 작가

평범하게 사는 게 이렇게 어렵다니
‘차별’을 주제로 10쪽 남짓한 짧은 작품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까?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응모작들은 차별이야말로 이 시대의 화두라고 웅변하는 듯,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차별 문제를 다양한 시각으로 담아냈다. 응모해준 모든 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차별이 왜 나쁜지 이론적으로 정교하게 논증하고, 어떻게 차별을 금지할 수 있는지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다른 장르의 몫일 테다. 하지만 차별 문제를 많은 이가 공감할 수 있는 문장에 담아 가슴을 치게 하는 건 문학작품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나는 이런 기준으로 수상작을 골랐다. ‘한 사람이다’는 한부모 가정의 엄마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들, 청각장애인인 딸의 일상을 담았다. 차분하게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 불평등과 차별의 문제를 곳곳에 잘 숨겨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차별이 그렇게 사람들 일상을 알게 모르게 지배한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말이다.

가작으로 선정된 두 작품, 비정규직 방송작가와 청소노동자의 이야기를 담은 ‘오늘의 팀’, 콜센터 노동자의 일상을 세밀하게 묘사한 ‘양손은 무겁게 마음은 가볍게’도 기억에 오래 남았다. 작위적으로 설정된 드라마 없이 평범한 이웃들의 삶을 담담히 그려내는데도 마음이 저려왔다. 어쩌다가 평범하게 사는 거 자체가 이토록 어려워졌는지… 답답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응모작들은 하나같이 처절하지만 지극히 일상화된 현실을 고발했고, ‘차별’이라는 주제를 새롭게 부각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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