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 그대여, 이 꽃길 따라제1104호 볕이 따스한 3월14일 경남 창녕으로 ‘꽃 마중’을 나갔다. 산으로 이어진 양지바른 곳에 키가 손마디만 한 ‘할미꽃’(사진 ②)이 허리를 숙이고 있다. 아침 해에 줄기의 솜털은 하얗게 눈부시지만 ‘노루귀’(③)는 하루 시작이 조금 빠르다. 분홍 꽃봉오리가 활짝 터지지 않았다. 봄에 가장 먼저 꽃을...
아빠는 보지 않을 수가 없다제1103호 3월7일 오전 전남 진도 팽목항을 떠난 지 2시간30분. 조도와 관매도, 대마도 등을 두루 거친 여객선은 뱃머리를 동거차도에 닿았다. 산꼭대기 어디쯤엔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의 아버지들이 2015년 9월 초부터 머물고 있다. 세월호 인양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감시하기 위해서다. ...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제1102호 긴 전쟁을 견디고 마침내 승리를 이루어낸 나라, 베트남. 1966년 1월, 한국의 전투부대가 파병된 이후 1972년까지 크고 작은 학살이 끊이지 않던 땅이기도 하다. 베트남 중부 지역(카인호아, 빈딘, 푸옌, 꽝응아이, 꽝남)에서만 5천 명 이상이 한국군 작전으로 사망했다. 베트...
주말에 다시 만나요제1101호 길을 걷다보면 사거리나 육교, 가로수 사이나 건널목 등에서 현수막들이 나부낀다. 아파트 신축이나 인근 상가 홍보, 정당 정책 알리기까지 내용도 다양하다. 불법 광고물이라서 과태료를 내야 함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현수막이 다시 걸린다. 다른 판촉물보다 가격 대비 광고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구청...
길 위의 기도제1100호 전남 보성 농민 백남기씨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지 석 달이 됐다. 고향 사람들과 가족의 바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백씨의 상태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백씨는 지난해 11월14일 서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물대포에 맞아 혼수상태에 빠졌다. 백씨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는 도보 순례...
대통령을 찍자제1099호 미국 대통령 예비경선이 진행 중이다. 외신으로 들어온 사진들을 보면 이전 선거 때와는 다른 풍경이 눈에 띈다. 이전엔 두 손에 피켓을 들고 후보를 연호하는 표정이 일상적 모습이었지만, 요즘은 스마트폰 앞에 후보자를 멈춰 세운다. 악수하고 포옹하기보다는 인증사진을 남기는 모습이 다양하다. ...
겨울 숲제1098호 추위엔 강해도 바람 많이 부는 곳을 싫어한다는 자작나무는 봉우리가 삭풍을 막아주는 남동쪽 사면에 모여 숲을 이루고 있다.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솔잎혹파리 피해를 입은 소나무를 벌채한 자리다. 전체 숲 138ha에 심은 69만 그루가 빼곡히 모여 순백의 세상을 만들고 있다. 마침 영하 2...
봄이 되면 다시 올게제1096호 수진 학생! 지난번에 부모님의 허락만 받고 주인 없는 방에 들어가 사진 찍었던 아저씨야. 오늘 친구들이 졸업식을 했어. 수진이도 친구들 졸업 축하하지? 창문 아래 하얀 화분이 빛을 반사시켜 수진이의 자리가 유난히 환해 보이더라❷. 혹시...
“부디 제자리로 돌려주세요”제1095호 나를 찾아주세요. 내가 누구인지 나도 알지 못합니다. 숫자 464(진도군청이 부여한 세월호 희생자 유품·유류품 관리번호)와 그 숫자가 파생한 숫자들로 나는 추정될 뿐입니다. 희생자 304명(사망자 295명·실종자 9명) 중 한 명일 나는 464번으로 명명된 검정색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
운수 좋은 날제1093호 흰꼬리수리가 2015년 12월21일 드넓은 강원도 철원평야에서 청둥오리 사냥에 성공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몸길이 1m에 날개를 펼치면 2m가 훌쩍 넘는 흰꼬리수리는 몸이 크고 육중한 대신 순간 동작이 느려 사냥 성공률은 높지 않다. 겨울을 나기 위해 우리나라에 온 새들은 대부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