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제1175호긴 호흡기줄을 코에 단 14살 소년이 말했다. “꿈이 없어요.” 소년의 대답에 어른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생후 14개월 때부터 산소통은 성준이에겐 생명줄이었다. 성준이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다. 가습기 살균제와 ‘판박이’ 사건이 불과 반세기 전 외국에서도 있었다. 독일 제약회사 그뤼넨탈이 개발한 수면제 탈리도…
아직 헤어지는 중입니다제1175호얼마 전,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폭염주의보가 이어지던 8월 초였다. 한낮에 장례식장을 찾았다. 친구 가족이 기독교인이라는 말을 들었던지라 나는 잠시 고민했다. 그들의 예식에 따라 묵념을 하려다 결국 절을 올렸다. 다행히 친구는 당황하지 않는 눈치였다. 조문할 때 나는 빈소에서 우왕좌왕하는 일이 잦은 ...
<터칭> 외 신간 안내제1174호터칭 애슐리 몬터규 지음, 최로미 옮김, 글항아리 펴냄, 2만8천원 1971년 나온 영국 인류학자 애슐리 몬터규의 을 국내 처음 번역 출간했다. 이 책에선 촉각 경험이 인간의 신체적·정신적 발달과 인간관계, 문화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통해 보여준다. ...
의지로 끊임없이 회의하자제1174호“질문 있는데요.” 2005년 10월 서울 수유동 아카데미하우스. 한겨레신문사 수습기자 공채 합숙평가장. 한 청년이 수줍게 물었다. “글은 결국 무력(無力)한 거 아닌가요? 글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는 것 아닌가요?” 맞은편에 앉은 이가 천천히 답했다. “그럼에도, 그렇다고 해도 저는 계속 글을...
사람을 듣는 사람제1173호 1967년생 기시 마사히코, 재즈 애호가이지만 춤추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 산책을 좋아해 종종 홀로 잠수해서 심해까지 어슬렁거리는 사람. 유난히 뻐근하다 싶은 날에는 마사지숍을 찾지만, 어릴 때부터 혼자 있기를 좋아한 사람. 자칭 중증 인터넷 중독자. 그는 사회학자다. 공무원, 대기업 ...
슬픔과 분노의 심연에서제1173호“조명탄의 연기가 선을 그리며 내려오고 바다는 잔잔하고 (세월호 선수는) 고래가 머리를 쳐든 것 같고 옆에는 작은 배 한 척이 보인다. 굉장히 처연할 정도로 아름다운 사진 같다. 하지만 침몰하는 배 안에는 생존해 있을 304명이 갇혀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도 구출이나 인양 작업이 시도되지 않은, 국가의 ...
‘그러면’을 고민하는 시민의 교과서제1172호갸륵하다. 착하고 장하다는 뜻. 지난겨울부터 봄까지 시민 1700만 명이 촛불을 들었다. 떨어져 쌓인 촛농이 단단히 굳어 일편단심 새 나라를 만들자는 다짐이 되었다. 5·9 대선이 그렇게 치러졌고, 오매불망 갈망하던 민주정부가 9년 만에 다시 들어섰다. 그런데…. <새로고침 대한민국&...
<혐오사회> 외 신간 안내제1172호혐오사회 카롤린 엠케 지음, 정지인 옮김, 다산초당 펴냄, 1만5천원 증오는 어떻게 전염되고 확산되는가. 혐오라는 사회현상을 날카롭게 분석한 사회과학서. 사회 곳곳에서 고통받으면서도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을 대변하는 르포르타주다. 민주주의의 삶과 죽음 존 킨 지음, 양현...
<최후의 사전 편찬자들> 외 신간 안내제1171호최후의 사전 편찬자들 정철 지음, 사계절 펴냄, 1만6천원 포털 사이트 ‘다음’의 어학사전 기획자인 정철이 사전 편찬자들의 세계를 기록했다. 종이사전을 찾는 사람들이 사라지면서 사전 출판사들은 문을 닫았고 사전 편찬자는 하나둘 맥이 끊기고 있다. 이제 국내의 거의 모든 사전은 20년 ...
고령화와 빈곤이 부른 공멸제1171호 ‘가족극의 대가’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엔 삼대가 모여 산다. 마당 있는 단독주택을 소유한 조부모, 은퇴 뒤 건강한 노후 생활을 하는 부모, 전문직인 자식 세대. 이런 청·중·노년 가족 구성은 외부 위협에도 끄떡없는 완전한 공동체처럼 보인다. 그런데 설정을 조금만 바꾸면 어떨까. 집이 있긴커녕 월세 내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