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몰랐다, 아내가 한 일”의 뒤편제1379호 1978년만 해도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인근에는 소가 밭을 갈았다. 40여 년이 흘러 농지는 빌딩이 됐다. 5천만원에 분양됐던 아파트 가격은 현재 20억원을 훌쩍 넘겼다. 강남이 커갈 때 몇몇 여성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교사를 하다 결혼하고 전업주부가 된 고영실(70·가명)씨는 계를 ...
금기와 금지를 넘어 읽고 쓰다제1378호 시몬 보부아르는 <제2의 성>(1949)에서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고 갈파했다. 여성성(에 대한 속박)은 남성 중심 사회가 만들고 강요하는 위계의 산물이란 얘기다. 플라톤 이후 근대까지 서구 철학은 ‘정신’을 ‘몸’의 우위에 놓는 이원론 전통이 확고했다. 인간을 ...
표현하라, 어떤 체형의 나든제1377호 살이 쪄서, 또는 너무 말라서, 충분히 ‘여성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키가 작거나 너무 커서, 미성년자라서, 또는 나이가 많아서, 검은색 옷만 입어서, 매우 화려한 패턴을 좋아해서…. 여기, 제각기 다른 이유로 자신의 몸과 옷에 대해 오랜 고민을 해온 여성들이 있다. <몸과 옷&...
당신의 목숨값은제1376호 2021년 봄, 한국에서 꽃다운 나이의 두 청년이 목숨을 잃었다. 한 명은 서울 한강공원에서 친구와 놀다가 실종된 뒤 주검으로 발견된 의대생, 다른 한 명은 경기도 평택항 부두에서 컨테이너 바닥 청소 작업을 하다가 육중한 철판에 깔려 숨진 ‘알바 노동’ 대학생이었다. 두 죽음을 대하는 언론의 관심, 대중의 반응...
사회적 고립이 질병을 악화시킨다제1373호 코로나19 시국은 ‘단절’을 미덕으로 만들었다. 연결과 접촉이 저어되는 시대, 아픈 사람들의 외로움과 고립감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당뇨를 앓는 홀몸노인을 생각해보자. 식단 개선과 투약으로 합병증은 관리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가 느끼는 외로움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갈수록 심화하는 사회적 고립이 중증질병...
“모더니즘에서 가장 흥미로운 사례”제1372호 한국 현대사에서 1930년대 말~1940년대 초는 ‘암흑기’다. 일제의 식민지배는 노골적인 황민화와 폭압통치로 치달았다. 우리말 사용을 금지하고 일본식 이름을 쓰도록 강요하면서 조선인의 정체성을 뿌리 뽑으려 했다. 조선의 지식인과 대다수 민중은 전쟁과 파시즘의 광풍 속에 민족의 미래를 더는 상상할 수 ...
지역을 보살피는 만화가들의 상상력제1371호 “이 물속에 잠든 엄마의 이야기. 우리들은 항상 순서에서 밀리겠지. 왜냐하면 우리는 서울 사람이 아니니까.”(‘가만히 있어도 사라지지 않는 것’, 충북 단양 편, 불키드)100쪽 내외의 지역을 소재로 한 단편만화를 펴내는 <지역의 사생활 99>가 1차분 9권의 출판을 완료했다....
‘앞선 시대’의 ‘시대를 앞선’ 여성들제1371호 페미니즘이 시대의 화두다. 일상에서 여성을 억압하는 법규와 관행의 장벽을 허물고, 여성의 권리와 성평등을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한 제안과 실천이 쏟아진다. 한편에선 ‘여풍’에 대한 ‘백래시’(역풍)도 거세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여기까지 오는 데만도 숱한 희생과 좌절을 겪었고 그 위에 조약돌처럼 작은 성취가 쌓…
시진핑 시대 중국은 왜 이 길로 가고 있을까제1370호 2021년 7월, 중국 공산당이 창당 100주년을 맞았다. 오늘날 중국은 눈부신 경제성장과 강한 군사력에 힘입어 글로벌 강대국으로 급부상했다. 20세기 전반 일본과 서구 열강의 반식민지로 전락했던 때와 견주면 문자 그대로 괄목상대, 상전벽해다.중국 공산당 역사는 현대 중국의 국가 건설 및 발전 과정...
사진 속 한국전쟁, 시각과 사각 사이제1369호 사진이란 카메라로 붙잡지 않았더라면 문자 그대로 빛의 속도로 사라져버렸을 한순간을 물리적으로 포획한, 차갑지만 차가울 수 없는 기록이다. 사진 속 장면은 정지된 시간이지만, 눈에 보이는 이미지 너머의 깊고 풍부한 진실이 담겼을 수 있다. 사진은 강력한 시각적 효과와 객관성(에 대한 믿음) 때문에 왜곡과 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