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예상치 못한 선물을 준다제1432호 치매가 찾아오면 삶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치매 환자인 웬디 미첼에 따르면 기억력뿐만 아니라 환자가 느끼는 감각과 감정, 의사소통 방식이 모조리 바뀐다.그릇과 음식을 구별할 수 없어 “갑자기 음식이 내게서 달아나는” 느낌이 들고, 불타는 냄새가 불현듯 느껴져 온 집 안을 샅샅이 뒤지기도 한다. 화내려 해도 감…
8년 뒤면 한국이 세계 1위가 되는 이 분야제1431호 2016년 유네스코(UNESCO)가 펴낸 기후변화 보고서 제목은 ‘기후가 아닌 마음가짐의 변화’(Changing Minds, not the Climate)였다. 기후변화의 최대 원인은 온실가스다. 1990년부터 2018년까지 지구의 온실가스 배출...
영혼에 붙잡힌 아이를 구하라제1430호 1982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센트럴밸리의 한 공립병원 응급실에 생후 3개월 여아가 실려왔다. 라오스 난민인 몽족 부부의 아이 리아였다. 아파트 현관문이 쾅 닫히는 소리를 들은 뒤 리아는 급작스러운 발작을 일으켰다. 공교롭게도 응급실에 도착할 즈음 증세가 멈췄다. 부부는 아이의 증상을 ‘코 다 ...
동·식물을 알면 지구의 역사가 보인다제1429호 지구는 생명으로 가득 찬 행성이다. 푸른 하늘과 산과 바다도 온갖 식물과 동물이 없다면 삭막한 풍경이지 않을까? 39억 년 전 바다에서 생명의 씨앗인 원시세포가 처음 합성되고 세균이 탄생했다. 6억 년 전에는 최초의 동물 유기체가, 4억 년 전에는 최초의 식물이 출현했다. 지금까지 장구한 시간의 역사에서 셀 ...
청년과 연대 꿈꾸는 86세대의 자기성찰제1428호 “1년 남짓한 정규직 교수 노릇을 그만두었다. 지금 대학은 누구나 가는 곳이 된 대신 공고한 서열과 세계 최고 수준의 등록금으로 민중에게 고통을 안기고 있다. 엘리트주의적 상아탑 모델이 답은 아니다. 나는 떠나는 쪽을 선택했다.”2019년 11월 조형근 전 한림대 교수가 <한겨레>에 쓴 칼럼...
모기가 없으면 초콜릿도 없다고?제1427호 ‘위-잉.’ 여름밤, 귓전에서 맴도는 모기 소리는 성가시다. 얼굴, 목, 팔,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여기저기 ‘탁탁’ 친다. 그래도 ‘윙’ 소리가 계속 나면, 기어이 몸을 일으켜야 한다. ‘치이익.’ 모기의 목숨값 따위, 생각할 겨를이 없다. 모기 앞에서도 ‘생명 존중’을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
바닥 닦는 나를 비웃는 그들이 딱하다제1426호 그는 6년 초등교육을 마친 뒤 곧바로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스물두 살에 굴착기 작업자와 결혼해 5남매를 낳았으나 서른아홉에 이혼했다. 청소노동자로 생계를 유지하며 홀로 어린아이들을 키워냈다.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고된 일”에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면서도 야간학교에 등록해 늦깎이 공부를 했다. 틈만 나…
이렇게 아름다운 존재의 말을 듣기 위해서제1423호 꽃비는 작은 강아지였다. 보호자가 갑작스럽게 쓰러져 병원 수의사가 잠깐 데리고 있었다. 보호자는 그길로 세상을 떠나버리고 만다. 그렇게 꽃비는 홀로 남는다. 수의사는 “엄마(보호자)가 꽃비를 얼마나 사랑했으면 꽃비라는 이름을 지었을까” 곰곰이 생각한다. 수의사 허은주의 <꽃비 내리는 날 다시 만나>...
조선의 중인은 어떻게 엘리트가 됐나제1422호 1789년 프랑스가 격동의 혁명에 휩싸이기 몇 달 전, 가톨릭 성직자이자 법학자, 급진 혁명가 에마뉘엘 시에예스는 <제3신분이란 무엇인가>라는 정치 팸플릿을 출간했다. 명쾌한 논리와 선동적 어투가 혁명가들과 제3신분(평민)의 격정에 기름을 끼얹었다. 전체 인구의 2%도 안 되는 제1신분...
‘곤충멍’에 빠져보고 싶다면제1421호 어릴 때는 대부분 박사였다가 커갈수록 멍청이가 되는 몇몇 분야가 있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곤충이다. 여름이면 잠자리채와 채집통을 들고 쏘다니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무릎을 굽혀 풀잎 사이로 살그머니 두 손가락을 내밀던 추억들. 그런 곤충이 시나브로 심드렁해지거나 심지어 귀찮고 징그럽게 느껴질 때, ...